“우간다에서는 여성 총리 지명자가 정신질환자로 알려지며 정치적 권리 박탈당해”
“우간다에서는 여성 총리 지명자가 정신질환자로 알려지며 정치적 권리 박탈당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9.16 0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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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과 대안 국제 컨퍼런스 진행
정신장애인 법적 능력의 부정은 자기결정권의 침해
자기결정권 박탈은 개인의 삶의 통제권과 법적 권한의 상실 의미해
장애를 이유로 자유 박탈 발생해서는 안돼…통합적 정신보건 필요
개도국에서 정신장애인은 장애·건강 논의에서 배제돼와
통합의 최대 장애물은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차별
사람을 가두는 시설에서 커뮤니티 통합은 불가능해…탈시설 지원해야
심리사회적 장애인 인권의 중요 개념은 탈원화…정신건강복지법 폐지해야
한국 정부 탈시설 로드맵에 정신장애 배제…기득권 지키려는 의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독소 조항을 가진 정신건강 법률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신장애인의 비자발적 입원과 신체적 구속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의거한 인권의 보장과 협약 일반원칙에 근거한 국가의 책임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TCI-Global(통합을 위한 커뮤니티 전환)은 15일 ‘인권과 대안: 정신장애인의 인권 증진과 대안적 지역사회 서비스 모형 구축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토론회는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정신장애인의 인권 실태와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일본·대만·몽골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신장애 인권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진행됐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류 장애 운동과 대안에 대한 논의는 그간 있어 왔지만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지위에 있는 아·태 지역의 광범위한 정신장애 인권 단체와의 연대 모색은 한국 정신장애 운동사에서 드문 일이다.

기조강연을 진행한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 현실에 대해 “후견인 제도, 대리보호자 제도, 강제 치료를 허용하는 정신보건법과 같은 대리 의사결정 제도 하에 차별적으로 법적 능력을 부정당해 왔다”며 “법적 능력의 부정과 대리 의사결정 제도는 법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라고 말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는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하고 장애인이 모든 영역에서 ‘법 앞에 평등한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정치적 권리 국제규약, 아프리카 인권 헌장, 미주인권협약 등 국제 규범들도 인간의 법 앞에서의 규정을 명시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또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로 법적 능력 행사에서의 지원은 반드시 지역사회 기반의 접근법을 통해 제공하도록 했다. 이 자원은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자유로운 일상 생활을 가능케 하는 협력체이며 자원이라는 이유다.

김 부위원장은 “동의 없는 거주시설 입소와 정신병원 입원으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현실은 협약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광범위하게 침해받고 있음을 증거한다”며 “거주시설 입소를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적 능력 부정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결정권의 박탈은 개인의 의사결정과 스스로의 삶의 통제권, 법적 권한의 상실”이라며 “시설에 대한 협약을 준수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하려면 탈시설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의 법적 능력이 회복돼 스스로 거주지와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사생활의 권리 또한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냈다.

다니엘 음웨시그와(Mwesigwa) 국제장애연맹 이사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1970년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정신질환을 겪게 된다. 스스로를 ‘생존자’로 불렀다. 이후 2001년 정신장애인 권리 운동에 투신한 후 세계정신보건서비스 이용자 및 피해자 네트워크(WNUSP) 이사회 위원을 역임하고 아프리카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자 및 피해자 네트워크(PANUSP) 공동 설립자로 참여했다. 현재 지역 동료상담연구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2017년 채택한 ‘정신건강과 인권 결의안’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스스로 정신건강 상태의 문제를 진단받는 것과 상관없이 권리 행사에 제약이 있거나 참여하는데 장애물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음웨시그와 이사는 “이런 정의는 세계 모든 사회에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차별과 사회적 배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구제는 개발 및 인권의 모든 영역에 대한 접근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간다의 한 여성 정치인은 자신이 정신과 외래환자임을 숨긴 채 정치 활동을 했고 총리 후보로도 지명됐다. 하지만 의회는 그의 정신병력을 알게 된 후 정신장애인은 어떠한 공직도 맡을 수 없다는 차별적 법률을 적용해 총리 지명을 철회했다.

또 우간다 마카레레 대학의 정신장애인 학생은 정부의 야간통금 시간을 어겨 보안요원들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보안요원들은 그의 정신질환을 인지하면서도 폭력을 지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간다 당국은 이 청년이 폭력적이었다며 국가 폭력을 은폐했다.

음웨시그와 이사는 “정신장애인이 자·타해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추정을 포함해 당사자의 장애를 이유로 임의적인 자유 박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정신보건 정책은 이러한 접근법을 채택·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대부분 법 체계와 중간소득 국가에서 장애, 개발, 건강에 관한 논의에서 역사적으로 배제돼 왔다”며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태도, 차별 등이며 이런 장애물은 모든 개발 영역에서 정신장애인의 배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만연한 배제가 발생하는 지역은 빈곤의 위험성이 크게 존재한다”며 “빈곤, 분쟁, 의료와 사회 보호 서비스에 대한 부실한 접근, 사회적 불평등은 정신장애에 대한 취약한 대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바르가비 다바르(Dvar) TCI(Transforming Communities for Inclusion) 사무총장은 “정신장애인은 존엄성과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리며 지역사회에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는 지속적인 모든 조치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TCI 조직은 정신장애인과 범 장애운동 후원자가 참여하는 글로벌 단체다. 조직은 TCI 회원들이 주택, 고용, 장애 수당, 기술 개발, 교육, 스포츠, 레저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지역 30개국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태 지역에서 독소 조항을 가진 정신건강 법률의 제정이 증가하고 있다”며 “비자발적 입원과 치료는 정신병원의 높은 거주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지역 정신장애인에 대한 물리적·성적 학대를 포함한 정신 거주 시설의 끔찍한 환경, 감염, 굶주림, 전기충격요법 시행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구속 장비의 사용과 독방 감금, 모멸적인 고문 같은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바르 사무총장은 “아·태 지역에서 탈시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탈시설 지원을 위해서는 물리적 시설보다는 시설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이 자원이 없어서 홈리스로 살아가는 것을 막고 편견을 받는 사회적 환경 역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가두는 시설에서는 커뮤니티 기반의 통합은 이뤄질 수 없다”며 “시설의 크기와 관련 없이 탈시설을 지원하고 당사자의 선택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이재성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부회장은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강제입원은 폐지돼야 한다”며 “응급입원과 긴급입원을 제외한 강제입원은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권리협약 12조 2항에서 장애인이 타인과 동등한 당사자의 인권을 강조하고 12조 4항은 자기 의사에 반하는 보호의무자 동의제도는 협약에 위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정신장애인만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의 특성이 있다”며 “이는 장애인 스스로가 원해서 혹은 국가나 사회, 가족 등에 의해 주류사회로부터 의도적으로 은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영역에서 사회적 배제가 발생하면 다른 영역에서도 배제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며 “정신장애인의 정치 참여율이 낮은데 이는 정신장애인만의 사회적 배제 특성에 의한 것으로 정치 참여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권 센터장은 “사회적 죽음 상태에 있는 3만여 명의 사회적 입원 환자, 즉 거주할 곳이 없어서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 지역사회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시설에서 물리적 폭력 및 인권 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비인간적 대우를 막기 위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탈시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인의 사회통합 개념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제한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 관행에 대한 개혁을 바탕으로 한 완전하고도 포괄적인 통합을 일컫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한된 사회통합은 장애인을 시민권 행사의 주체가 아닌, 문제를 가진 치료의 대상, 의존적이며 수동적인 시혜나 복지의 대상으로서 교육과 직업훈련을 거쳐 자립 능력을 갖춘 비장애인과 최대한 유사해져야 한다는 우생학적 가치 규범이 반영된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권 사무총장은 “인권적·사회적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정신장애는 심리사회적 장애로 특정된다”며 “이는 기존의 의료모델과 구분되며 심리사회적 장애를 심리학적, 사회문화적 장애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경험 또는 인식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사회적 장애인에 관한 법적 능력의 평등과 인권 증진을 위한 중요한 개념은 탈원화”라며 “이를 위한 시급한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정신의료기관과 시설에 비자의 수용과 치료를 허용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의 폐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자립 생활과 치료를 지원하는 정신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위한 법률의 제정과 정책의 실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강제치료나 비자의입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제도가 있지만 서면 심사가 주를 이루고 있고 당사자의 의견 진술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입적심을 통한 퇴원율은 1.5%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정신장애인들이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고 정신장애인이 자립하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현 정신보건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의입원 제도와 보호의무자 입원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명식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장은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한반도 정신건강협의체 포럼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김 협회장은 “남한만을 위한 정신보건은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남북한 협력 시대를 맞아 남북을 아우르는 플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회복지, 심리, 간호, 의료기관까지 포함되는 한반도 정신건강협의체 포럼을 만들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30년을 보면서 어젠다를 키워야 한다”며 “남한만을 대상으로 보는 건 시대착오적이며 이제는 1억 명의 인구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우 정신건강사회복지현실연대 활동가(서초열린세상 소장)는 “정부가 최근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탈시설 주체에서 정신장애인을 배제시켰다”며 “이는 광기를 질환으로 해석하는 기존의 권력 구도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권리협약을 정부가 비준했지만 정신장애 영역에서 철저하게 거부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가 알아서 나설 가능성은 없다”며 “당사자 단체, 가족단체, 전문가 단체가 차별 해소와 인권 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제 네트워크 프로젝트 컨퍼런스는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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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2021-09-16 11:26:07
정말 좋은 행사인 것 같습니다. 잘 정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