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개발…정신질환자는 범죄자라는 기사쓰기 이제 멈춰야
마침내!!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개발…정신질환자는 범죄자라는 기사쓰기 이제 멈춰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28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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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서울시·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가이드라인 1.0 개발
가이드라인 1.0, 총강과 원칙으로 구성…사용 지양할 용어·표현 제시
‘정신병자’ 용어 순화해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으로 바꿔야 규정 담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단은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개발 관련해 28일 연세대 국제회의실에서 정신건강연구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c)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단은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개발 관련해 28일 연세대 국제회의실에서 정신건강연구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c)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정신질환을 잠재적 범죄로 구성했던 언론의 기사 쓰기가 조금씩 바뀔 수 있을까?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함께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가이드라인 1.0)을 개발해 28일 서울 연세대 국제회의실에서 정신건강연구 심포지엄을 가졌다.

그간 정신질환 보도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의 부재로 인해 기자들의 기사작성은 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집중돼 있었다. 언론의 이 같은 글쓰기는 언론소비자들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감을 내면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가이드라인 1.0은 정신건강 사업 주체가 언론과 토론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취재와 기사 쓰기의 방향성을 정했다는 데에서 의의가 크다는 분석이다.

정신건강 언론 가이드라인은 그간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만들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전국화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마인드포스트> 역시 2018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회사 내부에서 준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언론 가이드라인의 제작이 그간 요청돼 왔다.

이번 가이드라인 구성을 주도해 온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단장은 개발 과정에 대해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TFT(전담팀)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부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현장 자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사용을 지양하는 용어, 표현 등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부여함으로써 가이드라인 사용자의 이해를 도모한다”며 “권장하는 표현(단어)을 제시함으로써 사용자가 원칙을 빠르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정신질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1.0은 크게 총강과 원칙으로 나뉘어진다. 총강에는 ▲정신질환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 보도는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작성할 것을 권고합니다라는 세 부분으로 분류됐다.

이 단장은 “미디어를 통해 배포되는 정신질환 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축소 혹은 확대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 언론 보도의 객관성과 관련해 가이드라인 1.0은 “정신질환과 사건·사고 간의 인관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기사는 편견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개인·사회적 관심 저하를 유발한다”고 규정했다.

원칙 장에는 정신질환과 관련된 용어 사용에 대한 유의점이 담겼다.

정신질환자가 폭력적이거나 자기통제가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는 표현인 ‘잔혹 범죄’, ‘참극’, ‘난동’ 등 용어를 자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 ‘낙인찍히다’, ‘불명예스러운’ 등 정신질환자가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도 자제하게 했다. 정신질환에 빗대 심각성을 묘사하는 표현인 ‘정신병자 취급하다’, ‘정신병자 같은 행동’ 등도 쓰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어 ‘괴짜’, ‘미치광이’, ‘정신병자’ 등은 지양하되 이를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혹은 ‘~로 진단받은’으로 순화해 표현하도록 했다.

또 ‘비정상적인 행동’, ‘기괴한 행동’은 ‘흔치 않은 행동’, ‘이상행동’으로 순화하고 ‘병원에 갇힌’, ‘병원 신세’, ‘수감’, ‘끌려가다’는 ‘입원 치료 중인’, ‘~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회복 중인’ 용어로 순화해 표현하도록 규정했다.

원칙은 이어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관련 언급을 최소화도록 했다. 특히 ‘정신질환자 잔혹범죄 공포 심각’, ‘또 조현병 범죄 발생’ 등 자극적이거나 정신질환자가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허구적으로 암시하는 기사 제목은 지양하도록 했다.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부분 갈무리.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부분 갈무리.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도 임의로 확정짓지 않도록 했다. 정신질환이 폭력과 관련 있다는 오해를 불식해야 하며 약물 복용 등 정신질환 관리 여부도 기사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단장은 “폭력범죄자가 정신장애 상태에서 범행한 경우는 0.9%”라며 “범행의 이유는 정신질환이 아닌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일 수 있으므로 기사 작성 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1.0은 기사 작성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질환 당사자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그 의견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기사 하단에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고 회복이 가능하다’라는 문장을 싣도록 했다. 여기에는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블루터치 홈페이지,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등 이미지와 도움 요청이 가능한 기관들을 소개하도록 했다.

이 단장은 “정신질환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안내함으로써 정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도록 한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보다 중립적인, 도움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사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가이드라인 1.0 배포 이후인 5월부터 언론 모니터링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2017년~2021년까지의 정신질환 관련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도 포함된다.

지원단은 또 언로 보도의 변화 과정에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가이드라인 1.0 적용을 통해 활용성을 확대하는 방향성도 구성해 나갈 예정이다.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황애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행정관은 “정신건강의 바람직한 보도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취재 담당 기자뿐만 아니라 기사를 최종 결정하는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등과의 언론 준칙 수립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은영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언론이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슈를 기사화하는 데 바람직한 보도 방향을 정립하는 데 가이드라인 1.0이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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