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지자체 최초 ‘오픈 다이얼로그’ 서비스 도입...“대화에 의한 치유 모색”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지자체 최초 ‘오픈 다이얼로그’ 서비스 도입...“대화에 의한 치유 모색”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9.22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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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시작된 대안 치료법으로 세계 44개국에 보급
정신위기 상황에서 약물 아닌 수평적 열린 대화로 당사자 치유 도모
세계보건기구 “오픈 다이얼로그는 지역사회 위기 대응 모범 사례”
센터 “지역사회뿐 아니라 급성기 병동에서도 시행할 예정”
핀란드 오픈다이얼로그 진행 모습. 유튜브 갈무리. peteowen.co.uk
핀란드 오픈다이얼로그 진행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유튜브 채널 macklertranslations 갈무리

국내 최초로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22일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이달 말부터 오픈 다이얼로그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통상 ‘열린 대화’로 번역되는데 정신위기의 대안적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영문 그대로 인용하는 대안치료 용어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1980년대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지역에서 시작된 대안적 치료 방법으로 현재 영국 등 세계 44개국에 보급돼 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역 정신건강 서비스 지침으로 오픈 다이얼로그를 위기 대응 분야의 모범 사례로 권장한 바 있다.

이 치료 프로그램은 정신장애인이 정신응급 상황에 처하면 가족과 직장 동료, 친구, 이웃, 정신건강 전문가, 경찰 등 사회적 관계망이 24시간 이내에 당사자의 집에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창문이 열린 시기’로 규정되는 정신위기에서 참여자들은 일방적 치료법의 강요 대신 당사자와 수평적이고 민주적 대화를 통해 위기 상황을 넘기는 지지적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 정신응급 치료모델은 약물 투여와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원치 않는 입원과 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차단되고 박탈감이 강화되면서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창문이 열려 있는’ 며칠 간의 시기 동안 약물치료를 최대한 자제하도록 권한다. 대신 당사자가 제기하는 모든 주제를 경청하고 약물 사용과 입원 여부는 당사자의 의견을 중심으로 집단 내에서 공동으로 결정하게 된다.

1990년대 핀란드 정신의료계는 오픈 다이얼로그를 지원받은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간의 추적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결과 입원 기간은 일반 치료집단보다 오픈 다이얼로그 집단이 더 짧았으며 재입원율과 재발 사례 역시 오픈 다이얼로그 그룹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오픈 다이얼로그가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는 위기상담 전화 의뢰인 중에 선별과 동의 절차를 거친 시민을 대상으로 오픈 다이얼로그 상담팀이 의뢰인(당사자)의 가정이나 선호하는 장소를 방문해 집단상담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담 상담팀은 오픈 다이얼로그 국제 공인 훈련과 국내 병원 적용 경험이 있는 다학제 정신건강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 (c)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 제공.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 사진=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 제공

이번 오픈 다이얼로그 시범 운영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신건강 연구개발 사업인 ‘치료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인권 중심 중재 기술 개발’(연구기관: 아주대학병원, 이음병원)의 첫 단계로 시작됐다. 연구개발진은 내년 3월에 해외 훈련자를 초청해 20명의 상담팀을 추가로 양성하는 등 규모를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오픈 다이얼로그 실행 코디네이터인 김성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서비스는 2024년까지 진행되는 한국형 훈련 도구와 지침 개발의 예비 작업”이라며 “시작 단계에서는 소수의 대상자에게만 제공될 수 있어 양해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서의 오픈 다이얼로그는 기존 의료전달체계와 정책을 고려해 지역사회뿐 아니라 급성기 병동에서도 시행된다”며 “동료지원가에 의한 절차보조, 그리고 급성기 병동에서의 회복프로그램과도 연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또한 “핀란드에서 오픈 다이얼로그가 시작될 때는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방식이었으나, 유럽 각국으로 보급되면서 동료지원가가 참여하는 형태로 진화했다”며 “한국의 오픈 다이얼로그는 내년부터는 동료지원가, 가족지원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오픈 다이얼로그 상담 신청 및 문의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031-253-5737(내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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