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나의 정신과 주치의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오늘 나의 정신과 주치의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 장은하 멘탈헬스코리아 부대표
  • 승인 2022.09.27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세대와 정신건강 리포트-제10회 내게 맞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다는 건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
의사가 당신 자체를 문제시하고 진단명에 집착한다면 그와는 이별해야
당신에게 호기심 없고 당신 의견을 가볍게 받아들인다면 회복에 기여 못 해
정신의학은 거대한 분야...조현병 등 소수자 질병에 전문 지식·경험 갖춘 의사 찾아야
부작용으로 어려운데 약을 강요하고 부작용 줄이는 약 추가한다면 그 의사와 결별해야
정신과 의사에 돈을 지불하는 건 회복하기 위함이며 도움이 안 된다면 '손절'해야

<마인드포스트>는 정신건강 소비자 운동 단체인 <멘탈헬스코리아>와 함께 청소년과 정신건강을 주제로 총 10차례에 걸쳐 특집 ‘미래 세대와 정신건강 리포트’를 게재합니다.


정신과 의사와 의미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최상의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정신과 의사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으로 사람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존재하지만, 정신과 의사 자격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람을 잘 살리는 의사는 아닐 수 있다. 

또 어떤 의사가 매우 훌륭한 자격과 경험을 갖추었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데이트와 비슷하다.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내가 찾던 최고의 로맨틱한 상대는 아닐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사진=멘탈헬스코리아 제공.
사진=멘탈헬스코리아 제공.

새로운 정신과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정신과 진료가 생전 처음이든, 정신과 의사를 이전에도 여러 번 바꾸었든 두려운 과정으로 느껴질 수 있다. 만약 후자라면 당신은 지금까지 꽤 많은 정신과 의사에게 부정적인 경험과 실망을 했고, 새로운 의사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기대보다 불안이 더 클 수도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도 이전에 이 길을 걸어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 정신 상태가 거의 붕괴 직전이었을 때 그때 나에게 딱 맞는 탁월한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는 것은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나는 몇 년 동안 같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는 내 가족, 내 사업,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비밀들을 알고 있었고, 한동안 나는 편했고 완전히 솔직해질 수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나에게 “근데 도대체 왜 그랬어요?”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이후 나는 왠지 모르게 그에게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할 수 없었고 진료실 안에서 나는 점점 입을 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른 새로운 의사를 찾아가 나를 소개하고 내가 왜 이런 상태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설명하는 것의 귀찮음과 크지 않은 기대 혹은 실망감을 피하기 위해 내 자신을 이렇게 달래곤 했다. 

“지금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지금 약이 그래도 효과는 있으니까. 정신과 상담을 뭘 얼마나 크게 기대해.”

그러나 나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소망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내 안의 잠재력을 꺼낼 수 있길 원했다. 그렇다면 "크게 나쁘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심지어 매번 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버리면서 말이다.)

우리는 ‘내돈 내산’하는 당당한 소비자로서 최상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정신과 병원을 바꿔야 하나?’라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과 의사를 바꿔야 하는 아래 몇 가지 명확한 팁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멘탈헬스코리아 제공.
사진=멘탈헬스코리아 제공.

현재의 정신과 의사가 당신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몇 가지 신호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의사는 환자에 따라, 또 세션이 진행됨에 따라 필요에 의해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의사와 환자 관계를 위해서는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립 가능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당신이 의사를 만날 때마다 아래의 일들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의 의사를 해고해야 할 때이다.

① 당신의 인생이나 선택을 판단하는 의사 

이런 부류의 정신과 의사 중 어떤 이들은 매우 거칠어서 “당신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 그랬던 거예요?”와 같은 식의 질문들을 여과없이 내뱉기도 한다. 이들은 대화 과정에서 내 삶이 본질적으로 잘못 돌아가고 있고 내가 이렇게 된 것에 책임이 있다고 암시해 수치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프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되거나 그 사람 전체의 인생이 망가진 것이 아니다. 그저 건강의 스펙트럼에서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생긴 것이고, 특히 정신건강에서 많은 어려움들은 ‘정신질환’이 아닌 ‘어떤 정신건강 컨디션을 가지고 있다’라고 유동적인 언어로 표현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당신의 정신과 의사가 이것을 보지 못하고 당신 자체를 ‘문제시’하거나 진단명에 집착해 내가 가진 삶의 고민과 어려움들을 모두 ‘질병화’하려는 사람이라면 당장 그 의사와는 이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한 전문가다. 매일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삶을 살아내는 사람 역시 나 자신이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가 나를 내 삶의 전문가로, 가장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그 의사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한 인격체가 아닌 한심하고 문제가 많은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내 선택과 인생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지적할 권한은 정신과 의사에게 없다. 

② 당신의 진료에 진지하지 않은 의사 

이런 의사들의 주요 특징은 주로 모니터만 쳐다보며 자판기를 두드리고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흘려 듣는다는 것이다. 나라는 인간과 내 삶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더욱이 그 이야기를 길게 듣는다는 것은 매우 따분한 일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드러낸다.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우려를 이야기했을 때 어떤 의사는 매우 진지하게 경청하고 기록하며, 자신의 의견과 함께 앞으로의 치료 계획에 대해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 반면, 어떤 의사는 ‘그런 부작용은 난생 처음 들어본다. 일단 더 먹어보고 부작용이 심하면 부작용 없애는 약을 또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환자의 우려를 무시하고 넘어간다. 

만약 당신의 정신과 의사가 당신에게 호기심이 전혀 없고, 당신의 의견을 매번 가볍게 받아들이는 의사라면 그 의사는 당신의 회복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③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의사  

정신적인 어려움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신과 약 외에도 웰빙의 측면에서 통합적인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는 회복의 단계에 따라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하며, 이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늘 리서치를 하고 적절히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치료 방법만을 고수하며 영역 밖의 것들로 치부하고 거부하는 것은 자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또 당신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정신과 의사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그가 "이해하지" 않거나 듣기를 거부한다면, 당신의 필요에 응답할 정신과 의사를 찾아야 할 때이다. 의사소통 스타일의 차이, 의견 불일치, 의견 무시와 같은 것들은 점점 의사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당신의 회복에 되려 해가 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도 전문 분야가 있다

사진=멘탈헬스코리아.
사진=멘탈헬스코리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회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치료가 정체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 더 전문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이다. 그 전에 이렇게 한번 물어보라. “제가 더 좋아지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을 추천하세요?” 혹은 “앞으로 저에 대한 치료 계획이나 변경 계획을 갖고 있나요?”라고 말이다. 

정신과 의사는 모든 정신과적 증상을 다루고 치료할 수 있도록 훈련 받는다. 그러나 정신의학은 거대한 분야이다. 따라서 제한된 지식과 경험을 가진 특정 정신건강 컨디션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잘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우울이나 불안장애에 비해 소수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조현병, 성격장애나 성 정체성으로 비롯한 이슈들을 다룰 때에는 이에 대해 특별히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내가 도움을 받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연구 논문을 발표했거나 이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나에게 업데이트된 좋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보자. 

◆…기승전 ‘약’인 정신과 의사

물론 정신과 의사는 약을 처방한다. 그것이 그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약의 부작용과 중독성을 너무 가볍게 여기거나 그 사람의 일상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고 ‘이 병엔 이 약’과 같이 기계식 처방을 하는 사람들이다. 또 무슨 말만 하면 약이 하나씩 추가되어 매번 열 몇 개가 넘는 약을 장기간 먹게 되기도 한다. 

약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어떤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 약을 수백 명한테 처방했는데, 그런 부작용은 당신에게서 처음 듣습니다.” 또 어떤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부작용이 있을 확률은 매우 드물어요. 좀 더 드셔 보시죠.” 

마지막으로 어떤 의사들은 그 부작용에 대해 탁월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을 추가로 처방해 드릴게요.” 

이럴 때 사람들은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정신과 약은 사람에 따라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기도 하고, 적재적시에 잘 처방된 약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분명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진료 현장에서 과잉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소비자로서 이를 구별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래 몇 가지 최악의 약 처방 유형을 소개함으로써 마약 딜러에 가까운 위험한 의사들을 하루 빨리 걸러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① 부작용이 많은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 

부작용이 많으면 이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추가 약물 처방하기가 쉽다. 모든 약물은 효과와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부작용이 원래 갖고 있던 문제의 크기보다 삶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만약 당신의 주치의가 당신이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고 불편해하는 약을 계속해서 강요하며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을 추가하려고 하는가? 그 의사는 오늘 부로 당신의 주치의 자리에서 해고다.

사진=멘탈헬스코리아.
사진=멘탈헬스코리아.

②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최대 용량으로 처방하는 의사

이 의사는 위에서 말한 의사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런 의사들은 의존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 중독성이 있는 약물을 최대치로 처방해 약에 의존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평생 고객을 쉽게 확보한다. 

대부분의 좋은 정신과 의사는 새로운 약을 처방할 때 그 사람의 생활 방식과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다. 어떤 정신과 의사들은 (사실 약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약 대신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볼 것을 권하기도 하고, 처방하더라도 아주 소량으로 시작한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들은 잠재적인 부작용과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줄 것이며, 부작용이나 의존성은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복용 기간이나 용량, 약물 변경 등 치료 계획에 대해 함께 상의하고 이야기해줄 것이다. 

내가 현재 처방 받고 복용하고 있는 약의 개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그 약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약들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는 동네에 있는 다른 정신건강의학과를 두세 군데 방문하여 내 처방전을 보여주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의견들을 내놓을 것이다.  

“이 약은 요즘은 절대 안 쓰는 약인데 아직도 이 약을 쓰는 곳이 있다니 충격적이네요.” 와 같은.

내가 정신과 의사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함이며 만약 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더 이상 그 일을 할 자격이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의 정신건강이나 안전에 관해서 뭔가 옳지 않다고 느낄 때 자신을 옹호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수용 받지 못했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의 의견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당신이 의사야?”라는 말로 굴복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존재한다.)

우리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리고 회복할 권리가 있다.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난하더라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며, 나를 가장 잘 도와줄 수 사람을 찾는 것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