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원주택 모델은 사생활의 온전한 보호와 지역주민과의 소통 공간 제공이 핵심”
“생활지원주택 모델은 사생활의 온전한 보호와 지역주민과의 소통 공간 제공이 핵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1.09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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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안정적 지역사회 정착 위한 세미나
등록정신장애인 열에 일곱은 기초생활수급자...타 장애유형의 3배
고령사회 진입시 1인가구 정신장애인 고립돼...다양한 서비스 개발해야
타시설에서 주거공간의 욕구보다 서비스 빈곤이 더 큰 영향 미쳐
주거 거주 기간 제한 없애고 프라이버시 존중 환경 마련 필요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한 세미나.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한 세미나.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주거정책을 위해서는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를 감안해 공동생활가정 개념을 넘어선 새로운 거주 패러다임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신장애인은 부모와 거주하는 비율이 타 장애유형에 비해 2.5배 높은데 이들이 고령의 1인가구가 됐을 때 고립을 방지할 수 있는 서비스 유형도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재활 중심의 주거 제공을 넘어 정신장애인들이 ‘지금, 여기’에서 인간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지를 제공해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국가가 보완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9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어울마당에서 열린 2022년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한 세미나에서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정신장애인은 경제적 자립률이 가장 낮고 기초생활수급자는 69%로 가장 높다”며 “등록정신장애인 10명 중 7명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전체 장애인의 수급자 비율인 25%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고령사회로 이행되면서 정부가 노인공동홈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여기에서 정신장애는 배제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 관장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공동실버홈을 마련해 공동주거나 공동식사 등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하고 시가 서비스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립을 위해 자기결정과 선택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돼 관계의 어려움, 고립된 자립생활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자립을 하면서 공동체의 상호의존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가 숙제”라고 분석했다.

또 “기존 주거 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고 선택의 한계가 있다”며 “지역사회에 편입되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집중 케어와 서비스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관장은 새로운 주거 모형으로 뉴욕의 ‘패스웨이 투 하우징’(Pathway to Housing) 정책을 예시했다. 이 모델은 지원주택 형식으로 건물 1층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시가 서비스 예산을 투입한다. 그 외 위층 공간은 일인 일실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한국에도 시범사업으로 도입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다.

문 관장에 따르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지역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퇴원 후 살 곳이 없다는 거주 공간과 관련된 응답이 40.3%인 반면 지역사회에서 회복·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역서비스와 관련된 응답이 48.4%로 나타났다. 이는 탈시설에서 공간에 대한 욕구보다 지역사회 서비스의 빈곤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그는 “1990년대 태화샘솟는집에 처음 왔을 때 50세 이상은 회원으로 안 받았다”며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이 되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머무는 노인시설도 고민하고 여기에 지역생활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한 세미나.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한 세미나. (c)마인드포스트.

김윤화 인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는 정신병원 입원 환자들이 1000여 명에 이르지만 주거 시설은 4명 정원의 공동새활가정 두 곳에 불과하다. 기간도 5년으로 제한돼 있다.

김 교수는 “당사자들이 입소해 지역사회 활동과 취업활동을 하더라도 만기가 돼 퇴소하면 또 다른 지역의 시설로 이주해 다시 적응해야 한다”며 “이 반복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그들의 온전한 적응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실시한 공동생활가정 입소 경험자 대상의 양적 연구 결과를 인용해 “(설문) 대상자가 희망하는 주거 서비스 환경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 50.9%로 가장 많이 선호했고 이어 보호자와 가까운 곳이 15.8%로 응답했다”고 말했다.

향후 이용하고 싶은 주거 공간은 ‘1주택·완전 독립주거 형태’(52.6%), ‘1주택·2인이 각방 사용하며 공동주방, 화장실을 사용하는 형태’(29.8%) 순으로 응답했다.

또 향후 이용하고자 하는 주거지의 직원 형태는 ‘내가 요청할 경우에만 관리직원을 만나는 형태’(37.5%), ‘관리직원 항상 거주’(26.8%)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서비스 이용 기간에 대해 ‘5년마다 재계약 혹은 영구 거주’(40.4%)를, 주거 결정시 고려 사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36.8%)로 각각 꼽았다.

김 교수는 “주거지원 모델의 주요 패러다임은 기존 시설화를 탈피해 재활시설로서가 아닌 주거공간의 성격이 주가 돼야 한다”며 “필요한 부분 중심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역사회 기반의 개별 대상자들을 돕는 과정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활에 초점을 둔 기존 정신장애 개입 모델에서 ‘지금 현재(Here & Now)’에 중심적 가치를 두는 패러다임이 반영된 주거 모델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대상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고 주거 기간의 제한, 연령 제한 등의 제한적 요소를 탈피해 주거의 안정성 확보해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 교류하는 연대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모델을 생산하는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유병연 사회적협동조합 뿌리샘 대표는 ‘생활지원주택’의 지역사회 적용을 제시했다.

유 대표는 “현재 독립생활의 성공률은 한자릿수에 불과할 것”이라며 “60% 이상이 돼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왜 여기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은 재활의 대상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비록 훈련 기간이라도 사생활이 보호되는 가운데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가 정의한 생활지원주택 모델은 4~5명이 한 주택에서 주방, 화장실, 세탁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1인 1침실, 전문가의 다양한 생활지원 서비스 제공, 공유 공간을 운영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기간 제한이 없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주거지를 의미한다.

유병연 사회적협동조합 뿌리샘 대표. (c)마인드포스트.
유병연 사회적협동조합 뿌리샘 대표. (c)마인드포스트.

특히 주택의 공유 공간은 주민과의 소통이 가능한 북카페나 소규모 강습, 모임 공간, 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이 공간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운영 방안에 대해 그는 “LH(토지주택공사)에서 신축하거나 기준 주택을 리모델링해 법인에게 임대로 제공하고 법인은 LH로부터 주택을 임대받아 입주자를 선정해 1주택당 책임자로 전문가 1인을 채용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전문가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입주자의 부담은 의료보험으로 입원했을 때의 비용과 같거나 적게 책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이를 통해 안정적 사회 정착, 주거 문제의 해결에 따른 탈시설화의 촉진, 보호자들의 부담 완화, 사회적 비용의 절약, 주민 참여에 따른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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