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증 치료하려고 자의입원한 30대 남성, 폐쇄병동 격리실에서 숨진 채 발견
알코올의존증 치료하려고 자의입원한 30대 남성, 폐쇄병동 격리실에서 숨진 채 발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2.02 18:41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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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밖서 몰래 음주했다며 손발·가슴까지 결박...복지부 격리 지침 무시
술에 취해 힘이 없는데 휠체어 태워 격리실행...병원 편의만 생각한 폭력
A씨 가족이 대구 달서구 해당 병원 앞에서 진상 규명과 병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c)가족 제공.
A씨 가족이 대구 달서구 해당 병원 앞에서 진상 규명과 병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c)가족 제공.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자의입원했던 30대 청년이 입원 열흘 후 강박당한 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은 병원이 강박 지침을 어기고 간호기록지도 조작했다며 병원 측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족 증언에 따르면 A(32)씨는 평소 알코올의존증이 심해지면서 금주와 치료를 결심하고 지난 10월 17일 대구 달서구의 한 병원 정신병동에 자의입원했다. 길거리에 걸린 '알코올의존전문병원'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그 병원으로 간 것이다.

A씨는 입원 열흘 후인 27일 오후 같은 병실의 한 환우와 함께 병원을 이탈해 인근 마트에서 술을 사서 길에서 마시고 귀원했다. 오후 7시30분께 술에 취해 다른 침대에서 자고 있던 A씨를 발견한 병원 측은 그를 휠체어에 태워 격리실로 옮기고 침대에 손과 발, 가슴을 결박했다.

결박 과정에서 남성 보호사 한 명은 두 무릎으로 A의 가슴을 심하게 압박하고 목을 조르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사들은 격리실에 도착하자 술에 취해 움직일 힘도 있는 상태의 A씨에 진정제인 아티반 4㎎을 투여했다. 이 약은 술을 마신 환자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9시50분께 남자 직원이 병실로 들어와 A씨 몸에 묶인 결박 장치를 풀고 이내 나갔다.

A씨 가족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결박이 풀린 후 A씨가 고통스러운 듯 수차례 가슴을 부여잡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몸을 떨고 발작 증상을 보이던 그는 28일 0시 30분께 호흡과 신체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가족 측은 이 시간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어 오전 4시58분께 간호사가 A씨 상태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의사가 병실에 나타난 건 1시간 이상 지난 6시10분께였다.

가족과 변호인은 A씨 사망 당일 간호기록지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야간 당직 간호사의 간호기록지에 따르면 28일 오전 1시30분, 2시, 4시쯤 환자가 코를 골고 자고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CCTV에는 간호사가 27일 오후 9시30분부터 숨진 채 발견된 시각까지 단 한 번도 격리실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은 A씨가 입원 당시 알코올의존증 외에 아무런 지병이 없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정신병동 격리실에서 강박을 할 경우 30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CCTV를 확인한 결과 밤 사망 추정 시간 후 5시간 동안 직원과 간호사가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방치된 채 있었던 셈이다.

병원 측은 “병원 관계자(보호사)와 A씨 간의 신체 접촉은 정신병동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술에 취한 A씨를 옮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가족 측은 “(술에 취해) 힘이 없는 환자를 왜 자신들 편의만을 위해 무리하게 1인 격리실로 데려갔는가”라며 “거동도 못할 정도로 의식이 희미한 환자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묶고 알코올 섭취 환자에게 금지된 안정제까지 투여했다”라고 비판했다.

가족 측은 “(이 사건은) 알코올의존과 정신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이 환자를 그저 수용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정신병원의 실태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경위를 투명하게 조사해 억울함을 풀어야 함에도 (병원이)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을 못 만나게 하는 등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측 변호인은 “사건이 일선 경찰서에서 담당하다가 유족들 항의와 민원제기가 있으면서 현재 대구경찰청 의료사고 전담팀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까지는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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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 2022-12-06 12:13:40
세상에 이런일이..진실이 꼭 밝혀지길...바래요

꼬분분 2022-12-06 10:49:45
진실은 밝혀져야죠.덮으려하지 말고 병원측도 진실을 말해주세요.

쪼쪼 2022-12-06 10:48:21
무서운 세상이네요.병원맞나요? 살인자집단

2022-12-06 10:14:38
저런건 철저하게 해주세요
믿고 살수 있는 사회 만들어주세요

진상규명 2022-12-04 13:22:33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병 고치려고 들어간 병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