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 대응에 심리지원 전문가 턱없이 부족...검증 안 된 민간 심리단체까지 개입해 ‘부작용’”
“국가 재난 대응에 심리지원 전문가 턱없이 부족...검증 안 된 민간 심리단체까지 개입해 ‘부작용’”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2.12.0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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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후 심리지원에 심리전문가 등 전문 인력 확보해야
재난경험자뿐 아니라 소식 접한 불특정 다수에도 심리서비스 지원 필요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권한·예산 확대..심리지원 재단 설립으로 기금 마련해야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지원 정책 토론회. (c)한국심리학회 제공.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지원 정책 토론회. [사진=한국심리학회 제공]

10·29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재난 심리지원이 컨트롤타워가 이원화되고 재난심리 인력의 낮은 처우로 인한 이직·이직이 빈발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한국심리학회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지원 정책 토론회’에서 최윤경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는 “재난심리지원 컨트롤타워로 행정안전부의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과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가트라우마센터 중심의 통합심리지원단 운영으로 이원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뉜다. 특히 재난은 시설물 등 물리적 피해와 신체 피해에 이어 심리사회적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전문적 심리상담이 개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재난 발생 사례는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대구 가스 폭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 2003년 태풍 매미, 2014년 세월호 침몰, 2022년 이태원 10·29 참사 등이 있다.

참사나 재난 후에는 자살률이 증가하고 제때 심리적 고통이 치유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 위이 2~4배로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최 교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을 제공하는 조직의 역량은 훈련된 재난심리지원 인력을 현장에 얼마나 충분히 투입할 수 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며 “공공기관 인력뿐만 아니라 훈련받은 민간·지역사회 인적 자원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난심리 지원은 전문강사와 재난정신건강 전문가, 재난정신건강 실무자, 자원봉사자 등 회복지원 인력으로 구체화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최 교수는 “재난 급성기에는 위기 핫라인 운영, 찾아가는 상담, 심리적 응급처치와 자살예방 등 현장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아급성기에는 문제관리 플러스, 마음건강회복기술 훈련, 적응과 회복 증진 국제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근거 기반의 심리치료, 약물치료, 애도 상담 등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월호 침몰 사고 등 대형 재난을 겪으면서 재난심리지원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64억400만 원을 투입해 재난 충격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했다.


또 재난 및 트라우마 심리지원 담당 공공기관도 확대돼 지금은 행정안전부 산하 전국 17개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마음동행센터(경찰청), 찾아가는 상담실(소방청)이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비롯해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법무부 스마일센터, 여성가족부 해바라기센터, 고용노동부 직업트라우마센터가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언론 역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성숙한 보도 태도로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아급성기, 중장기 심리지원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재난경험자뿐만 아니라 재난 영향을 받는 구조요원, 공무원, 심리지원 인력, 재난관리자, 재난지역 주민, 재난 소식을 접한 불특정 다수에까지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지원 정책 토론회. (c)한국심리학회 제공.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지원 정책 토론회. [사진=한국심리학회 제공]

그는 특히 “재난심리회복센터는 2년마다 담당 직원이 교체되고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비수도권 4곳에는 정신건강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며 “국가트라우마센터에도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한 명도 없으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임상심리사의 비율이 현격히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정신건강 분야 전문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6분의 1수준이다. 또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전문요원은 16.2명으로 OECD 평균 97.1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최 교수는 “한국심리학회 등 민간 학술단체가 전문가의 재능 기부를 하고 있지만 재난 및 트라우마 후유증의 장기화를 고려할 때 지속적 심리지원이 필요하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심리적 어려움 유형에 따라 근거기반의 심리치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의 권한 및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재난심리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및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영 한국심리학회장은 “국가의 트라우마 대처가 경제적 피해 보상, 신체적 장애의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국민의 심리 지원과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은 민간 영역에 맡겨져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심리지원 시스템에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은 국민 트라우마 회복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며 “더하여 검증되지 않은 민간단체의 개입을 제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민간 자격증을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상담 서비스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 국민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며 “국민들의 건강한 애도와 일상으로의 무사 복귀를 돕는 국가 차원의 심리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기존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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