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상 유병률 소득 최하위 계층 32.8%, 최상위 13.4%로 2.4배
코로나19가 가난한 계층의 우울증과 자살생각을 극단적으로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계층과 최상위 계층 국민 간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상 유병률이 2.4배, 자살생각 경험은 3.6배에 달해 경제적 수준에 따른 정신건강 위험도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번 조사는 경기연구원이 지난 2021년 3월 22~23일 양일간 전국 17개 시·도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불평등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보고서가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증상 유병률은 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소득 최하위 계층(32.8%)과 500만 원 이상인 최상위 계층(13.4%)의 격차가 두 배를 넘었다. 불안장애의 경우 각각 46.5%, 27.9%로 18.6%p의 격차를 보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최하위 계층이 24.1%로 나타내 최상위 계층(6.7%) 대비 3.6배 많았다.
특히 1인가구의 위험이 더 높았다. 우울증상 유병률은 2인 이상 가구가 17.2%인데 반해 1인가구는 21.6%로 4.4%p의 격차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2인 이상 가구일 때 14.5%인 반면 1인가구는 22.9%로 나타났다. 격차가 1.6배에 이른다.
팬데믹으로 인해 자살생각을 한 비율은 1인가구가 13.5%, 2인 이상 가구 7.7%로 1.8배의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낙인 인식도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가 확진자에 대한 낙인 인식이 ‘없다’고 응답한 집단의 우울증상 유병률은 8.9%인 반면, ‘다소 있다’ 응답 집단 17.5%, ‘매우 심함’ 응답 집단 39.1%로 4.4배의 격차를 보였다.
불안장애의 경우 낙인 인식이 ‘없다’라고 응답한 집단의 유병률은 18.7%인데, ‘다소 있다’ 응답 집단의 유병률은 32.7%, ‘매우 심한’ 응답 집단은 56.3%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감염병 재난으로 인한 정신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중재 프로그램’의 마련 ▲정신건강 인프라에 대한 취약계층들의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찾아가는 심리지원 서비스’의 제공 ▲팬데믹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낙인 인식을 해소하는 정책 등을 제시했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국민 정신건강 위험이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멘탈데믹(mentaldemic)에 대비해야 한다”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과 공포의 확산을 방지하고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취약계층들의 형편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