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8년 전 죽은 자녀를 둔 노모한테 가서 자살예방센터 운영을 질문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왜 18년 전 죽은 자녀를 둔 노모한테 가서 자살예방센터 운영을 질문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4.21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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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시정질의에서 박상돈 시장 발언
극단적 선택 이후의 유가족이 겪는 트라우마에 무지한 사유 드러내
서북구센터 직원들 부당 해고 주장에 “그들의 임기가 종료됐을 뿐”
20일 천안시의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이종담 의원의 질의에 박상돈 시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천안시의회 인터넷 영상 갈무리]
20일 천안시의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이종담 의원의 질의에 박상돈 시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천안시의회 인터넷 영상 갈무리]

“기간이 만료됐으니까 해고가 아니고 자동 종료가 된 거죠. 그런데 본인들은 해고라고 해석을 하는 거 같아요.” (박상돈 천안시장)

“노조 설립에 대한 반감 때문에 센터 위탁을 해지한 사유가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이종담 천안시의원)

지난 20일 천안시의회 제258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이종담 의원과 박상돈 시장이 ‘집단 해고’로 논란이 된 천안시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서북구센터) 직영 전환 문제와 자살예방 인력 문제를 질의하는 과정에서 설전이 이어졌다.

천안시 서북권의 지역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서북구센터 직원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결성했다. 센터 측이 일방적으로 직원 임금을 연봉제로 전환하자 결성된 노조는 연봉제의 경우 직원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의 철회와 센터장 면담을 요구했다. 호봉제를 우선 적용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지침에도 나와 있다.

2004년부터 이 센터를 위탁 운영해 온 마음애병원 측은 위·수탁 해지를 서북구보건소에 통보했다. 이 병원의 원장은 서북구센터장이다.

이후 서북구보건소와 센터 측은 직원 회의를 소집해 무기계약지 9명을 제외한 다른 계약직은 고용승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노조에 일방 통보했다. 기존 23명이던 인력이 9명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는 센터 사업 수행의 축소와 보류로 이어졌다.

게다가 시는 3월 1일부터 센터를 직영으로 전환돼 운영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시정답변에서 “시가 직영을 하면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질서를 잡은 후 다시 위탁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중”이라며 “본인들은 ‘중간에 해고됐다’ 이렇게 인식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들의 단순한 이해 부족으로 인할 것일 뿐 해고는 아니”라며 “민간위탁이 효율적이라면 무엇 때문의 저희가 직영을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센터 직영 후 센터는 9명, 서북구보건소 마음건강팀 6명 등 15명이 지역 정신건강 돌봄을 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열심히 근무하면서 보람도 갖고 있다는 걸로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노조는 수업수행 인력이 빈 곳은 공무원이 일을 분담하기 때문에 센터 사업이 유지된다는 논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손세미 서북구센터 노조분회장은 “센터 사업의 특성상 고유 업무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라며 “보건소 공무원이 집단해고 공백을 해소하고 사업의 축소 없이 센터를 운영한다는 건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보건소 공무원이 사업계획 및 평가, 예산 집행, 행정 등의 업무는 가능하지만 보건 현장에서 직접 대상자와 사례관리자를 만나야 하는 전문요원들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팀장과 일반서무, 시설관리 담당 주무관을 제외하면 실제 센터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은 3명 정도”라며 “전문적이고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추궁했다.

그는 센터 공무원들이 보람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시장 발언에 대해 “보건소장이 시장한테 허위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센터의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사업, 자살유가족 케어 서비스가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서북구센터가 위치한 충남은 2017~2020년 4년간 전국 자살률 1위를 기록한 지역이다. 2022년에는 자살률 2위였지만 자살고위험군이 타 지역에 비해 넓게 분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센터는 자살예방 실무자를 기존 11명에서 2명으로 축소했다.

이 의원은 “(자살유족) 사례관리자가 왜 저렇게 자주 바뀌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또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기존 선생님들을 센터로 돌려달라고, 내 마음을 보듬어주고 내 슬픔을 나눠가졌던 사람을 센터로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저는 18년 전에 돌아가신 자녀를 둔 노모한테 가서 이번 자살예방센터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자녀가 자살해서 죽었기 때문에 트라우마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 상담 시민”이라며 “내 자식이 자살로 죽었기 때문에 그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서 본인도 그런 정신건강에 시달려서 이분들이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가까운 이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날 경우 깊은 트라우마를 받게 된다. 트라우마의 치유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종결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한시적 기간 동안의 상담만으로 온전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유가족들에게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10년이 되는 내년 4월 15일에 종료한다. 더 이상 법적으로 심리 문제를 도움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막히는 것이다.

반면 9·11 테러 이후 미 정부는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들에게 평생동안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자살유가족의 트라우마를 분절적이고 단절적이고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시장이 그렇다.

지난 2월 보건노조가 천안시청 본관 정문에서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대량 감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지난 2월 보건노조가 천안시청 본관 정문에서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대량 감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서북구센터에 등록된 자살예방 회원은 205명이다. 노조가 결성되기 전인 2022년 10월에는 자살예방팀 사업 수행 인력이 1인당 평균 34명이었다. 인력이 감축되면서 이제는 2명의 직원이 200명의 등록회원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세미 분회장은 “센터가 고위험군 상담의 전문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살예방팀 고위험군 이력을 계약해지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댔다”며 “이는 센터의 ‘괘씸죄’에 걸린 조합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비조합원을 모두 고용승계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해고가 아니고 계약기간의 만료에 의한 종료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정상화가 돼서 다음 기회가 있을 때 공개모집할 때 기회가 오는 건 몰라도 본인은 해고됐다 이렇게 전제한다면 그것은 실정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시에서 직영을 했으니 이 선생님들(직원)을 재고용하는 게 맞다”며 “인력 충원 시 계약만료 인력을 우선 채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 분회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고위험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상담하고 돌보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계약직으로 채용해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지난 2016년 서울 지역 27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들이 51일간의 파업을 단행했다. 국민 정신건강 책임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지우고 있지만 정작 종사자들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파업의 주요 이유였다.

2023년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센터들의 고용의 불안정은 여전히 강고하다. 왜 많은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계약 관계로 인해 센터를 떠나는 것인지 국가는 현재의 센터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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