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바로알기] “상담사 자격은 특정 전공이 아니라 교육과 현장 훈련 과정의 총체성 의미”
[상담 바로알기] “상담사 자격은 특정 전공이 아니라 교육과 현장 훈련 과정의 총체성 의미”
  • 손은령
  • 승인 2024.01.02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은령 한국상담학회 회장·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기고
상담사는 ‘심리학’ 전공해야?…오해받는 상담학의 이해 필요
인간 성장·발달 학문 공부하고 수련받은 사람이 상담사
상담심리학 용어 오랜 사용으로 심리학 전공의 오해 불러와
한국상담학회 출범으로 전문성 강화, 윤리적 실천가 양성
상담사 자격 법제화해야 표준화된 교육과 실무 수련 가능해

우리 사회에는 수천 가지의 상담자격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졸속으로 상담자격증을 받는 등 무자격에 가까운 이들이 상담의 영역을 훼손하고 있다. ‘엉터리’ 상담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인드포스트>는 상담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4차례 기획 특집으로 싣는다. 특히 상담사 법률이 제정돼 마음 아픈 이들이 자격을 갖춘 권위 있는 상담사들을 통해 고통을 치유하는 사회적 선순환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면서...

손은령 한국상담학회장. [손은령 회장 제공]
손은령 한국상담학회장. [손은령 회장 제공]

상담전공자들이 흔히 듣는 질문은 ‘심리학 전공하셨어요?’다. 아니다. 필자는 교육학 전공이고, 중학교 교사, 상담 연구원, 시간 강사 등등을 거쳐 교수로, 전문상담자로 살아오고 있다.

주변에 전문상담자들의 학부 전공도 상당히 다양하다. 교육학, 가족학, 사회복지학, 목회학, 청소년학, 간호학 등등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 관련 교육과 실습을 이수한 후 자격을 취득해 학교에서, 그리고 상담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많은 분들의 전공이 심리학이 아님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는 심리학을 전공해야 상담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상담학이라는 용어가 우리 분야에서 통용되고, 상담학과가 개설된 대학 및 대학원이 80여 개에 이르고, 200여 개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매년 수천 명의 상담전공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오해받는 상담. 그 이유를 알아보고, 오해를 차근차근 풀어보자. 그래야 국민들이 상담을 오해해서 받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상담전문가들은 국민의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므로, 오해를 풀어 이해도를 높여야 국민 마음 건강을 제대로 돌볼 수 있다.

과거에 상담을 공부한 사람들은 주로 심리학과와 교육학과에 소속돼 상담을 공부했다. 사실 심리학 안에서도 상담심리가 하나의 분과학문이 된 것은 1950년대 이후이고 미국에서의 상담은 심리학보다는 사범대학(Teachers College 또는 School of Education)을 중심으로 학교상담 및 진로상담 등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전후로 해서 상담심리학이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실제적으로 세부 전공으로 인정받는데는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사실 counseling psycholog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학문의 내용 구성을 살펴보면 심리치료와 예방 이외에 진로-직업상담과 가족-부부치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방점을 심리에 두기보다는 상담에 두는 것이 맞다. 사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상담학이 대두되고 있다.

교육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교육심리학과에서 상담, 생활지도, 정신위생 등의 과목을 가르치다가 1961년 이후 교육학과로 통합이 되고, 교육심리학의 일부로 상담과 생활지도를 다루게 되었다. 관련 분야에서 ‘상담에 관심이 많은’, ‘상담을 전공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많아지고, 1990년대 이후 상담만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상담 전공이 따로 존재하게 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심리학과 역시 전통적으로 실험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초 심리학이 주류였으나, 임상 및 상담 전공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별도의 전공으로 구분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학문의 분화 과정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기초학에서 응용학으로, 응용학에서도 세부 전공이 분리 발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의학에서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있고, 자연과학에서 응용학이라 할 수 있는 공학이 나뉘어진 것과 같다.

따라서 비단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만 상담이 전공으로 분화되었다고 보기보다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비슷한 방향으로의 분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상담학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심리학이라는 이름을 오랫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상담은 마치 심리학과를 나와야만 하고, 심리학의 전유물처럼 오해하게 됐다. 물론 상담의 기초학문으로 심리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다양한 방법론으로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이론 등을 활용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상담은 심리학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된 여러 이론들-교육학, 사회복지학, 청소년학, 간호학, 경영학, 언론학, 사회학 등등-을 바탕에 두고 인간의 행복을 위한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인간의 변화기제를 배우고,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전문적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특정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담 관련 여러 이론에 기초 교육과 현장 경험, 그와 관련된 실무 훈련(수련)과정이다.

이러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들이 상담의 여러 영역들을 포괄하고, 각 분과의 전공을 인정하는 한국상담학회가 출범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 상담학회는 상담이라는 매개 방법을 활용한 휴먼 서비스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하나의 학문 울타리 안에서 같이 고민하고, 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걸러내고, 이에 대한 지도 감독을 실시함으로써 자격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윤리적인 실천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상담사는 기본적으로 이론과 실무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학자이자 실무자여야 한다. 특정 학문에 몰입되기보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이론들을 학습하고, 이를 다시 현장에 적용해 보려 노력해야 하며, 다양한 현장 상황에 민감해야 한다.

단순히 진공 속에 개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분석, 진단하기보다는 개인이 처한 여러 맥락-부부, 가족, 학교, 직장, 종교기관 등-과 상황-학습, 비행, 진로, 관계, 중독 등-속에서의 문제들을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내담자와 함께 풀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기 때문에 여러 현장과 문제 상황별로 학습하는 공동체 즉, 학회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상담사들은 늘 깨어있어야 하고, 늘 정진해야 하며, 계속 배움을 지속하려 노력한다. 그러한 상담사들이 모인 곳이 한국상담학회이다.

자, 이제 다시 묻고 대답해 보자. 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상담 관련 기초 교육과 실무경험, 수련과 훈련이다. 그걸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제대로 된 상담교육 프로그램과 인증 과정이다. 그걸 제도화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이다. 그래야 표준화된 교육 내용들이 가르쳐지고, 실무 수련이 될 수 있다. 그럼 법이 필요하네? 맞다. 그런데 상담 관련 법이 없다. 그럼 만들어야지! 그래서 상담사들은 지금 상담 관련 법 제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상담학회장인 내가 요즘 바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손은령 한국상담학회 회장은...

온국민 마음건강을 위한 전문상담사 단체협의회 부회장, 상담진흥협회 회장, 충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