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바로알기④] “일주일만에 상담사 되는 일 ‘비일비재’…전문상담사 양성 과정 표준화에 정부가 나서야”
[상담 바로알기④] “일주일만에 상담사 되는 일 ‘비일비재’…전문상담사 양성 과정 표준화에 정부가 나서야”
  • 김수임 교수
  • 승인 2024.01.26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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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임 단국대 상담학과 교수 기고
상담은 지지·격려를 넘어 내면 변화를 촉진하는 일련의 과정 의미
아이에게 ‘울지 마’ 윽박보다는 ‘울어도 된다’고 허용하는 소통이 상담
내담자가 내적 힘을 갖고 마음의 짐더미를 치워내게 세밀하게 접근해야
상담사 양성 국가제도 절실…대학·대학원 상담사 양성 시스템도 정비 필요
엄정한 학습·수련 갖춘 전문상담사가 국민 정신건강 돌봐야

우리 사회에는 수천 가지의 상담자격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졸속으로 상담자격증을 받는 등 무자격에 가까운 이들이 상담의 영역을 훼손하고 있다. ‘엉터리’ 상담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인드포스트>는 상담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4차례 기획 특집으로 싣는다. 특히 상담사 법률이 제정돼 마음 아픈 이들이 자격을 갖춘 권위 있는 상담사들을 통해 고통을 치유하는 사회적 선순환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면서...

김수임 교수.
김수임 교수.

“저는 요즘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해요. 밤에 자려고 누우면 계속 낮에 있던 일이 생각나고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그 사람에게 거절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계속 나면서 잠도 잘 안 와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말은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문제 중 일부를 각색한 것이다. 생각과 감정에서의 어려움(우울, 반추), 행동 및 신체상의 어려움(무기력, 불면), 대인관계의 어려움(잘 거절하지 못함), 대처의 어려움(막막함, 해결책을 잘 모름) 등이 짧은 호소 안에 담겨 있다.

이러한 내담자의 어려움에 대해 마음건강 관련 전문가들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단 및 약물 처방, 심리교육 및 자문, 비언어적 접근(놀이, 예술 등)을 통한 상담, 그리고 언어적 대화에 기반한 상담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하게 된다.

이 중 어떤 한 접근이 우월하다기보다 접근 방식 나름의 고유한 원리를 갖기 때문에 각 영역의 전문가 간에 서로 존중하는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그중에 필자는 일반적인 언어기반 상담이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비유를 통해 소개하고, 이 일을 전문 업(業)으로 하는 상담사들은 어떠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 양성되는지 혹은 양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담은 삶의 경험이 더 있는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수준의 도움이 아니라(이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면의 변화를 전문적으로 촉진하는 일련의 과정(process)이다. 막무가내로 울고 있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어쩌면 제일 쉬운 일은 ‘울지 마!’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설사 이 방법이 즉각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효과 없음(계속 울음) 또는 관계손상(울음은 그치나 이 방법이 지속될 경우 부모자녀 관계는 멀어짐)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와 달리, 상담의 전문성은 울고 있는 아이에게 ‘울어도 된다’라고 허용해 줌으로써 아이를 진정시키고 스스로 울음을 그치며, 어렴풋하게나마 자기 울음의 의미를 깨닫고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일 때 막무가내 울음보다 소통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이것이 마음의 과정을 다루는 상담의 역할이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기에 상담사의 전문성은 여기에 있다.

조금 더 비유를 들어보고 싶다. 상담사는 내담자 마음의 집에 초대받아 내담자와 함께 내담자가 보여주는 만큼(때로는 자발적으로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도록 하며) 집안을 함께 살펴 나간다. 때로는 안방에 쌓여있는 온갖 짐더미를 하나씩 치워낼 수 있도록 하여 홀가분함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때로는 강도가 들어와 파괴하고 손상시킨 작은 방을 함께 탐색하며, 깨지고 파손된 흔적들을 전문적인 태도와 기술을 바탕으로 살피며 복구하고 회복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상담사는 그동안 짐더미를 외면하고 회피한 채 방문을 잠가버렸던 내담자가 스스로 방문을 열 만큼의 내적인 힘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다루어야 한다. 또 내담자가 자립하도록 하기 위해 상담사가 대신 치워주지 않으면서도 내담자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 등 이 모든 과정은 세밀한 조율과 공감, 직면의 조화, 그리고 보다 정교한 고급기술들의 활용이 어우러지면서 가능하다.

축구 이론을 꿰고 있다고 해서 유능한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상담사 역시 강도 높은 이론과 실습의 긴 수련 과정을 통과해야 얻을 수 전문 자격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축구 이론을 꿰고 있다고 해서 유능한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상담사 역시 강도 높은 이론과 실습의 긴 수련 과정을 통과해야 얻을 수 전문 자격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상담사들은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상담관련 대학 및 대학원에서 상담윤리, 상담이론, 심리평가, 상담연구방법, 가족상담, 진로상담, 집단상담 등의 과목을 이수하는 한편, 상담실습 및 수련을 수년에 걸쳐 훈련한다.

축구선수가 축구 이론을 정통하게 꿰고 있다고 해서 골을 잘 넣는 유능한 선수인 것은 아니듯, 상담사는 인문‧사회과학 및 신경생물과학 등에 기반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 변화의 원리, 그리고 상담 과정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실제 내담자의 말을 어떻게 경청하고 내담자의 말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며 지식과 개념의 원리를 어떠한 쉬운 말로 내담자와 소통하며 내담자가 머리로만이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알고 느끼고 행동해 가도록 실제적으로 돕기 위해 상담수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상담사 양성 커리큘럼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학교마다 전공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상이한 것이 현실이다. 국가 제도로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의 과정을 다루는 전문상담사의 역할은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체계적인 학습과 수련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일주일 코스를 듣고 상담자격을 주는 일도 일각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상담전공 학생들과 현장의 상담사들은 오늘도 유능한 상담사가 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을 쏟으며 분투하고 있다. 이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국민의 마음건강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에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가 상담사 국가자격을 제도화하고, 대학 및 대학원의 상담사 양성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야말로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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