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정신장애인 절차보조사업’...당사자는 존재감 없어
길 잃은 '정신장애인 절차보조사업’...당사자는 존재감 없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0.24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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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저지공동행동, 복지부 절차보조사업 비판
정신병원과 이해관계 없는 독립 기관이 수행해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부서 하나 늘리는 것밖에 안돼
전체 정신장애인으로 사업 대상 확대해야
의료전문가들로만 구성되고 당사자는 ‘깍두기’ 신세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정신장애인 ‘절차보조사업’이 당사자들의 참여를 봉쇄하고 사업 취지와 맞지 않게 당사자들을 의료체계에 다시 가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이 사업이 당사자의 독립적인 권익 옹호기관이 맡지 않고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부서 하나를 신설해 사업을 수행하도록 해 탈원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정신장애인절차보조사업 무력화 저지 공동행동(가칭)은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의 절차보조사업의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공동행동 측은 “인권옹호 서비스는 정신의료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된 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며 “정신의료기관에 의해 위탁 운영되고 있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사업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절차보조사업 인력 구성안에 대해서도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동행동 측은 “이 사업은 당사자들의 자기결정이라는 인권의 요체를 지원하려는 사업이지 정신의료 서비스가 아니다”라며 “인력 구성에 사업단 책임자, 팀장, 팀원 등의 모든 자리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해 사업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절차보조사업단 구성안에 따르면 단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경력 5년 이상의 1급 정신건강전문요원을 자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팀장은 경력 2년 이상의 1급 정신건강전문요원, 팀원은 정신건강전문요원과 동료지원가,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로 그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공동행동 측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팀 부서를 증설하고 사업의 주역이 돼야 할 당사자들을 말단 직원으로 배치해 절차보조사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사업 주체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비영리단체를 병기해 당사자 단체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 단체들이 갖출 수 없는 무리한 인력구성안을 제시해 사실상 당사자 단체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 대상을 비자의입원 당사자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공동행동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동행동 측은 “자기결정 능력이 부족한 많은 당사자들이 자신이 어떤 제도에 의해 입원됐는지 모르고 긴 시간을 병실에서 보내고 있다”며 “절차보조는 절차를 보조받는 것이 필요한 당사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그 욕구가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재단될 수 없다”며 사실상 이의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절차보조사업 토론회에 신모 사무관을 보내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는 6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이번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사업단을 공모 중이며 평가가 통해 지자체가 선정되면 이번 달부터 내녀 6월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이 안정화되면 늦어도 내년 7월부터는 본사업으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당시 신 사무관은 “대상자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에 비자의 입원 중인 사람 중에 서비스 제공에 동의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며 “신청은 당사자, 주치의인 정신건강전문의, 보호자가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을 말했다.

또 “절차보조사업단 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꾸리도록 돼 있는데 비영리법인 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사업기관으로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사업을 수행할 경우 그 센터 내 한 팀으로 사업팀이 구성된다”고 밝혔다.

절차보조서비스 제공 인력과 관련해 “반드시 2인 1조가 돼야 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과 동료지원가가 한 조가 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공동행동 측은 “(사업이) 정신장애인의 권익 옹호와 자기결정권 증진을 선언하고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며 “국정 과제인 커뮤니티케어의 추진을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 측은 이어 “절차보조사업이 당사자 단체와 당사자 권익옹호법인이 수행해야 한다”며 “인력체계 구성을 당사자 단체와 권익옹호 기관에 맞게 수정하고 입원한 모든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대상자를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장애인이 위기 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명보호 장치인 절차보조사업은 당사자가 그 주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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