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이젠 법으로 막는다 ...'양진호 방지법' 통과
직장 갑질, 이젠 법으로 막는다 ...'양진호 방지법' 통과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2.28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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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법적 개념 최초 도입
신고자, 피해자 불이익 처분하면 처벌
정신적인 질병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통과

“오빠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남친 만나면 꼭 콘돔 써라.”

얼마 전 회사원 A씨가 회사 임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해당 임원은 A씨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서류를 던지는 등 폭행을 가했다. A씨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A씨는 해당 임원을 폭행으로 고소한 뒤에도 그와 함께 일하며 보복성 갑질을 당해야 했다.

급기야 회사의 퇴사 압박까지 받게된 A씨는 “개선 의지가 없는 가해자와 회사를 용서할 수가 없다. 울화가 치밀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지금까지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 노동자를 구제할 수 있는 법이 없어 폭행 신고 외에는 A씨가 할 수 있는 조처가 거의 없었으나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27일 그동안 법사위에서 잠들어 있었던 일명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측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보호 조처 외에 처벌 규정은 두지 않아 한계로 지적된다.

직장에서의 상사로부터 일방적인 갑질에 일단은 제동이 걸렸다. 연약한 여성들에게 성희롱은 참지 못하는 모욕을 주었고 해결 방안도 좀처럼 있지 않았다. 정신적인 피해도 극심하여 망상과 우울, 스트레스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만만한 신입직원에 대한 '얼차려' 문화에도 제동이 걸릴 예정이라 많은 직원들이 정신적인 피폐에서 벗어나게 됐다.

개정된 내용을 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실확인조사를 반드시 해야 하고 근무 장소 변경이나 배치 전환 등 방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 사용자가 피해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명령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

또 사용자는 신고자나 피해 노동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A씨 사례처럼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발생할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이날 국회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걸리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함께 통과시켰다. 그 동안은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탓에 우울증이나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생긴 정신질환 치료비까지 노동자가 감당해야 하는 이중 삼중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회사의 일방적인 갑질횡포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서 정신질환 소견까지 받았습니다. 그 동안은 쉬쉬하며 내 개인적인 능력으로 치료해왔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정신적인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노동환경이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혼자 끙끙 앓아왔던 내 자신에게도 의지의 벽이 생겼으니 근무할 힘이 납니다.”

일반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수만(40) 씨의 토로다. 이번 법 개정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마련한 최초의 시도로 의미가 크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상임노무사는 “그 동안은 직장 내에서 폭언, 인격모독 등 괴롭힘을 당해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관련법이 없어서 경찰에 폭행으로 신고해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답을 들려줄 수밖에 없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처음 법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규칙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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