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싶어요"...미국의 청소년 정신질환 대처법
"오늘은 마음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싶어요"...미국의 청소년 정신질환 대처법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10.24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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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수 주에서 정신적 아픔이 있으면 쉬도록 하는 법안 마련
결석 사유에 정신건강 문제도 포함시켜
미 고교생들 대입, 친구 관계, 성적 등으로 심적 부담 커
정신적인 이유로도 집에서 쉴 수 있도록 공식적 결석 사유에 포함
지난 10년 사이 '자살 생각해 봤다' 비율 46% 증가
미 10대 청소년 극단적 선택, 살인률에 이어 2위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다수의 학생들이 우울증, 불안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극단적 선택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의 대다수 주가 법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픈 날’을 쉬는 날로 정하는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해 유타 주는 공식적으로 유효한 결석 사유에 정신건강 문제를 포함하도록 변경했다. 올 여름 오레곤 주도 고등학생 사회운동가 단체들이 주도하는 법률을 제정해 학생들이 정신건강을 위해 집에서 쉴 수 있도록 법적으로 조퇴 및 결석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콜로다로 주와 플로리다 주, 워싱턴 주 역시 비슷한 법률을 통과시키려고 준비 중이다.

오레곤 주에서 관련 법률 제정을 이끌었던 고등학생 사회운동가 헤일리 하드케슬(19)양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가 ‘외롭고 낯선 곳’이 될 수도 있다"며 "대학 입학 준비, 교우관계, 성적 등 굉장히 많은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고 전했다. 이어 “성적을 비관하기도 하고 따돌림을 받는 등 좋지 못한 대인관계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학생들이 ‘세상이 끝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 또한 증가 추세다. 미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간 18~19세 학생들의 자살을 생각하는 자살 사고(思考)가 46% 증가했다. 추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22~23세에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들이 2배 많았다. 같은 기간 24세까지의 나이대의 자살 시도률이 56%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자살률은 살인사건의 사망률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수치다.

미국정신장애가족협회(NAMI)의 제니퍼 로스만은 “이 법 제정만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정신질환 학생에게 주어지는 방학을 이용해 정신장애인들을 음지에서 나오게 해서 정신적인 문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레곤 주의 여름 캠프를 좋은 사례로 언급했다.

로스만은 "오레곤 주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이 캠프에 참여해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며 "본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해 공공연하게 밝히며 서로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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