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거리 풍경
[당사자의 시] 거리 풍경
  • 곽한나
  • 승인 2019.10.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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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c)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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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밤 풍경을 그려본다

그것도 한낮에

저만치 산만루 아래 넓게 펼쳐진

숲에서 잔디를 깎고 있는

두 농부의 능숙한 손놀림이

희망차 보인다

2차선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

길 반대쪽에서 공사중인 일꾼들

시끌벅적한 소음들 그리고 열중한 모습들은

신의 경지에 가깝다

그들이 이 나라의 일꾼들

아주 훌륭한 일꾼들

노후연금을 보장해주는

꼭 잘사는 나라가 되어야 할텐데

나도 사회의 한 일꾼일 순 없을까?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본다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음은

이 평화로운 농촌 모습에서 잠시 숙연해진다

그들의 밤은 달고 단 잠

이 대낮에 내일 또 같은 대낮 그리고

오늘밤은 하루의 승리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한모금 마시며

내일의 결실을 위한 오늘의 결심과 약속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갈수록 커가는 오늘 하루도

충분히 해냈다

최선을 다했다

자신을 가져보자

문득 밤이 그리워진다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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