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사건으로만...정신질환과 폭력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언론에 바란다
사건은 사건으로만...정신질환과 폭력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언론에 바란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6.17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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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우려는 정신장애인 혐오 의식에서 정초돼
복합적 요인에 의한 사건 발생을 ‘정신질환’으로만 귀착시켜

지난 10일 경남 창녕에서 초등학생 여아를 학대한 계부와 친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들이 일제히 발행됐다. 특히 친모가 조현병 환자로 알려지면서 각 언론은 친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러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냈다.

이 사건은 두 개의 고리를 갖고 있다. 하나는 친모가 조현병 환자라는 것. 조현병은 딸의 머리를 찢어지고 온몸을 멍들게 할 만큼 폭력적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 행위는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

첫 번째의 조현병 환자 프레임은 이 병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굳이 이번 딸 폭행 사건이 아니더라도 정신장애인이 저지르는 폭행 사건은 높은 기사 가치를 보이면서 사회에 보도된다.

언론은 폭력 상황이 인과관계가 떨어질 때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사건의 핵심 고리로 보고 기사화한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페트병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렸다는 것이 원인 불명일 때 피의자가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다는 추측성 사실관계는 힘을 얻는다.

정신질환이 과학수사적·법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일단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한국 언론의 오래된 관행이었다.

그러므로 이 조현병 프레임은 정신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모든 시도들을 제거해 버리고 산속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평생을 가둠당하는 것에 공동체가 쉽게 동의하게 만들어 버린다.

두 번째는 사고를 일으킨 정신장애인이 감형을 받는 것에 대한 언론의 우려다. 이 염려는 ‘혐오’ 위에서 정초된다.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존재가 원래 혐오스러운 존재인데 이 존재가 법의 망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심신미약’을 주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기분 나쁜 문제 의식인 것이다. 조현병과 심신미약은 같이 작동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과 공포를 심어주는 존재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인데 이들이 법의 선처를 받아 사회로 다시 복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혐오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사건은 사건으로만 봐야 한다는 우리의 외침은 공허해진다.

한 인간의 삶의 방식은 복잡한 환경과 질서, 이념에 의해 구성된다. 그런데 정신장애인의 행위는 삶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정신병이라는 구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언론은 생각한다.

그 정신장애인들에게 삶의 서사를 부여하기 보다는 사건의 원인을 최소화해서 다만 정신질환에 의한 사건사고로 구성하고 싶어 한다. 언론은 이 같은 보도 태도를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경남 창녕의 조현병을 갖고 있는 친모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 프레임은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폭력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용인될 수 없는 혐오 의식. 이 두 개의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정신장애인을 재차 타자화하게 된다.

2019년 4월 발생한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과 2018년 강서구 PC방 사건의 김성수 역시 심신미약에 해당하는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장애계가 주장하는 것은 이들의 죄과에 대한 법의 형량을 줄여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건을 일으킨 주체를 심신의 문제를 이유로 감형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정신장애계는 바라지 않는다. 인간의 생명을 부정한 이들에게 법의 영역에서 선처를 바라는 것은 공동체의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다.

사건을 일으킨 주체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다만 언론이 앞당겨서 ‘심신미약’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 보내는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깊은 혐오와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건은 사건으로만 보도하라.

친모가 초등생 딸을 학대한 행위가 조현병의 증세와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과장하거나 추측해서 기사화하는 것을 우리 정신장애계는 우려를 표한다.

정신장애인의 사건을 온정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우리는 거부한다. 사건은 사건으로, 법의 형량은 죄에 합당하게 부과되길 바란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폭력성과 혐오, 위험성으로 낙인찍는 언론 보도 관행은 한시바삐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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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인 2020-09-07 10:17:01
별로 공감은 안되네요 흑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사내면 흑인비하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