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군대, 사회의 ‘고문관’으로 낙인찍힌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을 도와주세요”
“학교, 군대, 사회의 ‘고문관’으로 낙인찍힌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을 도와주세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2.03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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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외면하지 말라”....청와대청원게시판에 요청 글 올라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에서 배제와 소외..법적 질환에서도 빠져 있어
여성·남성 경계선지능장애인들 성범죄와 사기에 쉽게 노출돼
유병률 인구 2%, 조현병보다 높은 이 질병 치유에 국가가 나서야

우리 사회 장애유형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계선지능장애인’들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청원이 최근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경계선지능장애는 경계선지적장애로도 불린다. 지능 수치(IQ)가 70~85가 일반적이다. 이는 평범한 성인의 지능지수인 90~100에 못 미치고 경도 지적장애에 해당하는 50~69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 장애에 대한 법적 규정은 아직 없다. 현행 장애유형은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범주화되고 세부적으로 정신적 장애에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로 분류된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통상 발달장애로 불린다.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정상인(비정신장애인)보다는 떨어지는 지능의 경계에 있다는 의미다.

경계선지능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청원인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장애인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 성과도 낮아 다른 아이들과 격차가 심해지고 소외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찍 질환을 간파한 부모가 아이들을 도와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들지만 많은 경우 이 같은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유년기에 경계선지능장애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치유적 지지를 받지 못할 때 이들은 장애 내에서도 차별받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게 된다.

청원인은 “방치된 경계선지능장애인은 타인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순종하는 모습 때문에 지나치게 착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그렇게 초·중·고에 진학하면 친구들과 어울리며 익혀야 하는 상식이나 지식 습득하는 과정을 경험하기 어렵게 된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으로 사회에 나갈 때 더 심해진다.

청원인은 “단순 노동에서마저도 정상 지능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디게 배우고, 실수는 잦고, 융통성과 효율성은 떨어지니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은 어떤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되거나 나이가 들어서도 최저임금을 받는 직업을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에 진학하거나 기술을 익혀 사회생활을 하려고 할 경우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도 경계선지능장애인들에게는 새롭게 습득해야 할 공부거리가 되기도 한다. 언어능력과 추론능력, 이해력 등이 낮은 반면 습득해야 할 지식은 더 많기 때문에 단순히 노력만으로 이 한계를 뛰어넘는 건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경계선지능장애는 법적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대개 현역으로 군입대를 한다”며 “군대에서 정상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을 ‘폐급’, ‘고문관’ 등으로 지칭한다”고 전했다.

외면상 정상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행동이 느리고 지시를 잘 알아 듣지 못하기 때문에 군 내에서도 집단따돌림과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는 의미다.

특히 군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해도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고스란히 폭력에 노출되고 이는 전역 전이나 후에도 강한 불만으로 남아 사회적 부적응의 정도가 더 심해진다는 게 청원인의 분석이다.

경계선기능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성범죄 표적이 되기 쉽다.

청원인은 “(여성) 경계선기능장애인들은 정상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성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남자의 달콤한 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며 “누가 봐도 정상적 사랑이나 연인관계가 아니지만 성범죄를 당하는 게 아니라 연인과 사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적인 목적만으로 이뤄진 비정상적이고 일방적인 연인관계가 반복되면 경계선지능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성을 자신의 유일무이한 강력한 매력으로 어필하며 오히려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행동을 한다”고 전했다.

남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꽃뱀’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해도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주변에 조언을 구할 여건도 되지 못한다. 결국 여성이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요구하면 의심 없이 돈을 주고 여성의 납득이 안 되는 모순에 가득찬 말을 해도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이다.

청원인은 “이렇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더라도 그들은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법적으로 장애인도 아니기 때문에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을 범죄로부터 사전에 보호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나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속인 범죄자들의 달콤했던 사랑의 말을 믿은 채 사기꾼을 옹호하며 상호간 합의된 거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그들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교육과 치료를 받지 못해 이성적·논리적 판단력이 부족할 뿐이지 비장애인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우리와 같은 사회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려 하는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있는 소중한 인격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자신의 한계에 좌절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함에 분노하고 외로워한다”고 전했다.

장애 유형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이나 주목, 배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이들의 소외와 배제를 심화하고 유무형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지적장애 3급에 가까운 낮은 지능을 가졌거나 어릴 때 특수 교육 없이 방치된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은 자연스레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채 살아가고 있다”며 “이들의 수가 얼마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는 어떤 통계적 조사를 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계선지능장애인은 유아기에, 또는 청소년기 이전에 발견돼 특수 교육을 받는다면 그들의 한계 안에서 충분히 지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 시기를 놓치고 방치된 채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그들은 영영 회복될 수 없는 지능장애를 그제서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경계선지능장애 아이들의 특수교육과 치료를 유아기부터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청원인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이 많지만 법적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며 “반복된 실패에 대한 학습과 무기력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그들의 의지와 발전 가능성마저 꺾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들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 심리상담, 사회적응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과 선진국은 경계선지능장애를 지적장애 4급으로 분류해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계선지능장애인들은 인구의 2% 정도로 예측된다. 이는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분포율 1%보다 높은 수치다.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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