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뜬금없이 ‘행정입원’에 손댄 것일까…정치적 진영논리라는 의심 들어
그는 왜 뜬금없이 ‘행정입원’에 손댄 것일까…정치적 진영논리라는 의심 들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1.27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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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국힘 의원, 정신질환자 행정입원 요건 강화법 대표발의
입원 절차에서 전문의 2인 교차 진단 일치해야 입원 가능하도록 개정
안철수 후보도 행정입원 권한을 지자체장에서 전문위로 넘긴다고 공약
강제입원은 모두 2인 교차 진단해야…기존 행정입원 요건과 무슨 차이?
정신장애인 인권 관심 없던 이들이 정적(政敵) 망신주기 위해 개정안 발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발의안은 ‘정신질환자 행정입원 요건 강화법’이다.

행정입원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의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의미한다. 자·타해 위험이 명백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지자체장에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받은 지자체장은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진단을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한다.

이어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지자체장은 정신의료기관에 2주의 범위 내에서 입원시킬 수 있다. 입원시킨 정신의료기관은 2명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증상을 진단하게 하고 결과를 지자체장에 서면 통지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2명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계속 입원할 필요가 있다고 일치된 소견을 낼 경우 해당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자체장은 보호의무자나 보호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입원 사유와 기간, 장소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행정입원은 이런 절차를 따른다. 그리고 이 입원 유형은 강제입원으로 분류된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상의 입원 유형은 자의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동의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으로 나뉜다.

이중 자의입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입원 형식은 모두 강제입원의 범주에 포함된다. 법적으로 동의입원은 보호자 1인의 동의하에 자발적으로 입원한 것으로 간주돼 자의입원 범주에 들어가지만 퇴원을 요청할 시 의사가 직권으로 72시간 동안 퇴원을 막을 수 있고 이후 비자의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강제입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기자의 아둔함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기자는 이 의원이 낸 저 발의 법안의 의미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의원의 발의안을 따라가 보면 이렇다. 현행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입원 당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1명으로도 가능)와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인의 정신과 전문의 교차 진단을 통해 소견이 일치할 경우 2주의 기간이 지난 후 3개월까지 입원이 가능하다. 입원 연장 역시 가능하다.

그런데 이 의원의 발의안을 보면 행정입원도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의 전문의 2인의 일치된 소견이 있을 경우에만 행정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 그래서 뭐?라는 조금 ‘허무성 개그’가 떠오른다. 사실 행정입원은 보호의무자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행정입원이 진행된 지역의 관할 지자체장은 자신들이 입원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행정입원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정부는 정신질환 행정입원, 응급입원, 외래치료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국가가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비용 부담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행정입원과 관련된 또 다른 법안이 있었다. 지난 2019년 지자체장이 맡던 행정입원 권한을 경찰도 집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대표발의한 송석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노출돼 있는 국민들이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 이념은 정신질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보장,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 입원 병동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누릴 권리, 자기결정권,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의 참여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법의 세부적 방향성은 이 이념을 바탕에 깔고 진행돼야 한다.

오랜 시간, 정신장애인은 비정상적 정신이라는 이성의 왜곡, 사회를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하는 잠재적 범죄자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었다. 이는 내재적으로 형성된 자기 정체성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부여한 낙인의 지위이자 정상적 인간에 대한 한계적 설정이었다.

19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복지서비스가 없는 약물과 통제, 규율에 기댄 법이었다. 법이 시행되면서 정신병원은 점점 더 늘어났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강제입원에서 어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손발이 묶인 채 사설구급대에 의해 정신병원에 폭력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 같은 폭력성에 대한 기억은 당사자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강제입원을 경험했던 많은 이들이 도로에서 구급대 차량만 봐도 숨이 막힌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사회안전망과 치안적 규율, 이성의 반대편에 서 있는 비이성에 대한 경멸과 혐오 등은 소수자이자 약자인 정신장애인의 삶을 통째로 뒤집어버렸다. 정신장애인은 자기의 방에서, 자기 세계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로 변질돼 온 것이다. 지금도 그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이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이 ‘우리도 인간이다’라는 명제를 외쳐야 했던 지난한 정치 투쟁의 여정을 알고 있을까.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그런 ‘무의미한’ 법안을 발의한 것일까.

기자는 이 의원이 낸 발의안이 어떤 정치적 의도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을 역임했던 2010년부터 2018년 기간 동안 모두 25명이 행정입원을 ‘당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행정입원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손을 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에 진행된 행정입원이 적절했는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게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행정입원 권한을 지자체장이 아닌 전문가위원회로 이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지 않았는가.

이 대선후보가 자기 형을 정신병원에 행정입원시켰고 여기에 시청과 보건소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반대 진영에서 내놓고 있으니 이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적 권리다.

그러면서 묻고 싶은 건, 위정자들과 거기에 들러붙어 있는 정치적 주변부 인간들이 언제부터 정신장애인의 인권에 그토록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이다.

정신과 의사에 의해 너무나 쉽게 병리적으로 조작되고 억압적이고 규율적 정신병원 환경에서 ‘죽지 못해’ 살아 있다가 나온 ‘생존자들’이 그토록 “우리를 가두지 말라”고 외칠 때 그 어떤 정치세력 하나 들어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이 의원 말대로 “환자와 가족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같은 강제입원 유형에 들어가는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은 내버려두고 행정입원만 문제삼는 것은 왜일까.

이 의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요건은 강화됐지만 행정입원 요건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건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행정입원 절차가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의 2명의 정신과 의사에 의해 소견이 일치할 경우 가능하다고 했고 이번 발의안에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처럼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의 정신과 의사 2명의 일치된 소견이 있을 경우 입원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기자는 이해가 안 된다는 거다.

어차피 모든 유형의 강제입원에 대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의사들이 교차 진단을 하고 있는 체계 내에서 다시 ‘2명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을 말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국회의 많은 법안들이 ‘법안 튕기기’ 형식으로 내용만 조금 바꿔서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다시 시간의 다락방에서 건져와 재발의해 온 것이 그렇다.

이 의원 발의 내용에 대해 기자가 의문을 가지는 건 머리가 아둔하니 이해를 못 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그럼 이해를 한 사람이 있다면 이성적 언어로 명확히 설명해 줄 분이 있을까.

차라리 이 의원이 정신건강복지법을 의료적 법률로 남기고 정신장애인들이 직접적이고 수혜적인 복지서비스를 담고 있는 포괄적 정신장애인복지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면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뜬금없이 행정입원에서 입원 절차를 더 강화하겠다는 파편적 발의안은 정치적 싸움에서 상대의 부도덕성을 퍼뜨리고 자신들이 정신장애인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정신건강복지법은 그 수명이 다 돼 가고 있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이는 가라앉는 배 안에서 파도가 새들어오는 구멍을 막는 것처럼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이런 허접한 행정입원 요건 강화를 외치는 대신 정신장애인의 삶과 존엄을 옹호하는 새로운 법체계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아둔한 기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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