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언니의 책방] 조증의 사막에서 만난 최초의 별빛
[삐삐언니의 책방] 조증의 사막에서 만난 최초의 별빛
  • 삐삐언니
  • 승인 2022.01.26 18:4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삐삐언니의 책방 ①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케이 래드필드 재미슨 지음·박민철 옮김, 하나의학사

2001년 8월. 석 달째 입원 중이었다. 조증의 격랑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을 무렵, 주치의 선생님이 책 한 권을 건넸다.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누가 봐도 투병기임을 나타내는 노골적인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이내 빠져들었다. 

오싹할 정도로,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겪은 증상과 흡사한 묘사가 가득했다. 조증에 빠져든 저자는 밤을 새우고 난 뒤에도 지치지 않고 새벽 달리기를 했고, 평소엔 관심도 없던 동물보호 시위에 참여했다. 읽지도 않을 책들을 마구 사들이고 필요없는 물건들을 충동적으로 주문했으며 폭음을 일삼았다.  

나 역시 그랬다. 밤을 새우고 난 뒤 갑자기 집 앞 골목길 청소를 했고, 밤마다 술자리를 전전했고, 즉흥적으로 물건을 사들여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저자는 채소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을 마구 사들인 뒤 <시는 채식주의자>라는 시를 써서 냉장고에 넣어두기도 했다는데, 나도 비슷했다. 갑자기 감정이 풍부해져 시를 쓰기도 했고 항상 폴 발레리의 시집을 들고 다니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해변의 묘지’ 마지막 구절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를 큰소리로 낭독하곤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내 머릿속엔 ‘패배’를 알리는 흰 깃발이 펄럭였다. 입원 초기 조울병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완강하게 저항했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조울병 환자다.’ 의사가 누누이 강조한, 병식(病識)을 갖게 된 순간이었다. 

원제가 <Unquiet Mind>인 이 책은 조울병 환자이자 동시에 조울병 연구자인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케이 래드필드 재미슨(1946년생)이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게 했던 조울병의 경험을 전한 역작이다. 느닷없이 몰아닥치는 감정의 격랑, 때론 예술적 재능으로 표현되는 넘치는 감수성, 주변 사람들이 도저히 감당 못할 정도로 과잉 분출되는 에너지, 그리고 옴쭉달싹 못하게 만드는 비참한 우울.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조울병의 실체와 경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정신질환 환자들이 겪는 망상, 환각처럼 아찔한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고 잡아채 정확히 글로 표현한다. 독자도 놀랠 만큼 사랑과 이별 등의 개인사도 솔직히 드러낸다.  

 정신질환을 커밍아웃한 용기도 대단하지만, 워낙 묘사가 빼어나고 문장이 유려해 읽는 재미도 크다. 가령 조증의 묘사가 이런 식이다. “기분이 들뜬 상태에서는 발밑에 별을 깔고 손에는 토성의 고리를 잡고 있었다.” 

미국에서 출간된 때가 1995년이고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2000년이었으니, 그 이듬해 내가 이 책을 접했던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증의 사막에 불어닥친 모래바람에 싸여 천지 분간을 못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내가 있는 곳의 좌표를 알려준 최초의 별빛이었기 때문이다.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를 처음 만난 지 20년이 넘었다. 첫 발병 3년 뒤인 2006년 재발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게 맞는 약과 좋은 의사도 찾았다. 여전히 조울의 진동을 느끼면서 매일 아침 한두 가지 약을 먹는다. 그리고, 2020년 봄엔 조울병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실, <삐삐언니…>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재미슨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책은 내가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도왔으며,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었다. 나는 책을 쓰면서 계속 생각했다. ‘조울병이어도 괜찮아. 나도 재미슨처럼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살고 있잖아?’  

나는 이 책이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소망하고 있다. 그 징검다리의 첫번째 돌이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임은 당연하다.

 

※'삐삐언니의 책방'은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를 쓴 이주현 작가의 북리뷰 코너입니다. 조울병과 함께한 여정에서 유익한 정보와 따뜻한 위로로 힘을 준 책들을 소개합니다. 매달 마지막 주 <마인드포스트> 독자들을 만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레기 2022-01-26 23:48:39
정신장애인가지고돈벌려는속셈

김남중 2022-01-26 23:27:37
책리뷰? 하는 척 하면서 본인 책이 몇번이나 언급되는건 ?참 수준이하다. 언제부터 마인드포스트가 책장사 시작한건가요? 기사에 삐삐언니라는 단어 6번 이나들어간거 보고 역겨워서 욕나왔네요 초창기부터당사자애독자인데진짜진심 실망했습니다 이게 양질의 기사라고요????? 마인드포스트가이것밖에 안됩니까? 이딴 기사를계속연재할거라니. 그러면서 필명으로 여기서활동하고 그 필명은 책이름이고. 이게 홍보 아니라 순수한기사입니까??!!!성의도없고 기사같지도 않은 기고수준의글을앞으로도써댄다고요???그렇게당사자들 이용해서 책사게하고나름책 저자랍시고깊이도없는 기사 대충갈겨쓰고.
반성들좀하세요 여기서 돈벌려는욕심.역겨워요.불쾌하고.우릴뭘로보는겁니까!!!!이거지우지마시고 잘좀생각해보셔야 해요 독자들이 원치않는다잔아요. 광고성스팸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