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국 “조현병을 한의학의 한방만으로 치료하는 게 합리적이냐? 그건 좀 어려워요.”
이정국 “조현병을 한의학의 한방만으로 치료하는 게 합리적이냐? 그건 좀 어려워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1.25 20: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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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성모마음정신과의원 원장 인터뷰
양방은 진단명이 세부적이고 명쾌한 방면 한방은 ‘두루뭉술’해
현대의학에 투입되는 물량은 한의학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아
한의학은 피검사·조직검사 아닌 정보 조합해 판단…질환 아닌 증상으로 치료
한의학의 고유한 질환 치료법으로 국제학술지 게재 불가능…양방 이론 차용해야
양진한치(洋診韓治)적 치료 방법이 현대 한의학의 기본 시스템
의학은 의사와 환자가 개념 공유해야…한방적 치료만으로 소통 어려워
심각한 조현병에 대해 한방 치료는 한계 있어…가벼운 정신질환은 가능해
양방은 환자의 변화를 따라가는데 한방은 균형의 파괴를 질환으로 봐
조현병 환자의 기 순환과 의욕 고취에 한방 도움돼…보완적 개념으로 봐야
한방은 비주류로서의 한계 있어…육성 위해 국가가 정책적 배려해야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지난해 가을 무렵 기자는 아팠다. 번아웃(소진) 비슷한 증상이 몰려왔고 잠이 잘 오지 않아 밤이면 뒤척였다. 재발 증상인가 싶어 겁이 들컥났다. 한약을 지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한의원을 찾다가 한방 정신치료학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차피 한방 진료를 받는 김에 궁금했던 한방에 의한 정신치료 과정도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이 학회에 소속된 한의원을 검색해 퇴근 후 지하철로 그곳을 찾았다. 첫 느낌은, 응접실의 어두컴컴함이었다. 기자는 까만 얼굴 표정으로 응접실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렸다.

십여 분 후 나타난 담당 직원은 손가락에 집게를 꽂고 모니터링 앞에 앉게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심박변이도(HRV) 측정 기계라는 걸 알게 된 건 좀 시간이 지난 후다. 측정이 끝난 후 직원은 다시 한 룸으로 기자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그곳 역시 어두컴컴했다.

직원은 문진표와 심리검사지를 몇 장 주면서 작성하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지금 나는.... 나의 미래는’ 등에 체크를 하는 형식이었다. 그 과정을 거친 후 의사가 나타났다. 그는 기자의 신체 상태에 대해 “체력이 바닥”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깨끗해 보이지 않는 침대에 기자를 눕히고 몇 군데에 침을 놓고 나갔다.

이어 10분 후 다시 직원이 들어와 침을 뽑았다. 그리고 직원은 테이블 앞에 앉아 기자에게 3개월치의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한 달에 40만 원씩, 총 120만 원. 다만 그는 “분할 납부 대신 일시불로 내면 5만 원을 깎아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자는 그 직원이 내미는 약정서에 사인을 했다. (이후 기자는 한 달치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안 먹겠다고 알렸다) 그리고 그곳을 나왔을 때, 기자는 어떤 실망감을 느꼈다. 이게 뭔가. 모니터와 심박변이도 측정 기계, 심리검사지 이 모든 건 서양의학의 장치들이 아닌가.

그럼 서양의 의료 장치들을 이용하고 한방은 한방약만 지어주면 끝나는 것인가. 의문이 꾸역꾸역 몰려왔다. 그리고 한방이 어떻게 정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자는 한의학적 정신치료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그때 기자가 느꼈던 양의의 도구들을 이용해 검사하고 치료는 한의로 하는 프로세스의 어색함에 고개가 갸우뚱했던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한의학이 환청을 치료할 수 있는가. 한방약이 망상과 조증, 울증을 고칠 수 있는가. 그런 의문이 계속 생겼다.

그리고 최근, 한 정신과 의사를 알게 됐다. 그는 가톨릭대 의대에서 정신과를 전공하고 이어 경희대 한의대에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서양 의학을 모두 전공한 사례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이정국(51) 원장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들어갔다가 우울증을 겪은 후 심리학에 깊이 빠졌다. 가난했던 집안 출신에 심리학 전공은 불확실한 미래이기에 자퇴 후 의대에 들어갔다. 공중보건의 시절, 만성 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다.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했지만 환자들은 ‘이걸 한다고 좋아지겠는가’ 혹은 ‘그리고 좋아진다 한들 뭘 할거냐’라는 태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원장은 그게 갑갑하고 힘들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도 아프지만 ‘나아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가’라는 환자들의 실존적 질문은 그를 더 아프게 했다.

삼십대 중반 무렵이었다. 그때 갑상선암 때문에 수술을 했는데 잘못해서 성대를 지배하는 신경을 건드렸다고 한다. 후유증으로 석 달 동안 말을 못했고 그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의사는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 원장은 침이라든가 ‘사이비 의학’도 받아보고 싶을 정도록 답답했다. 그 후, 그는 한의학이 가진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어떤 부분에 이끌려 한의대 본과로 편입했다. 물론 그 환상은 길게 가지 못했다.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의학 시스템이 서양 주류 의학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내담자들이 서양의학적 개념으로 한의원을 찾기 때문에 서양의학 중심의 언어로 한의학 치료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조현병은 한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는 지점과 기적적으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 주는 한의사는 없다는 전언은 기자가 가진 의문들을 풀어주는 단서가 됐다.

한의학의 임상적 경험이 내가 많으니 어떤 부분은 섬세하게 할 수 있다는 한의사는 명의(名醫)다. 하지만 아무도 못 하고 나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사기’라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언젠간 기자가 인터뷰했던 정신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 A씨는 조현병을 낫게 하는 한약을 개발했다는 한의사의 말에 넘어가 몇몇 가족이 정신과 약물을 끊고 한약만 달여먹다가 열에 아홉이 다 재발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 기자는 다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한의학은 정신질환에 어떻게 접속해야 하는가. 이 원장을 만난 건 지난 21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그의 병원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의대를 졸업하고 다시 한의대로 들어간 건 동서양 치료의 통합적 모색을 위한 어떤 갈망 때문이었습니까.

“밖에서 보기에는 한의학이 뭔가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게 양의학보다 더 커 보이잖아요. 한의학이 심신의학이라고도 하고 도가적이라고도 하는데 정신과 의사가 그쪽에 가면 두 개를 합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양의학은 세분화돼 있는데 한의학은 두루뭉실해요. 정신의학적 부분이 있지만 딱 어떤 하나로 정리가 안 돼 있어요. 여기에 조금 녹아 있고 저기에 조금 녹아 있고 그런 식이에요.”

-여기가 무슨 말씀?

“이 책에 요만큼 있고 저 책에 요만큼 있는 거죠. 또 한방에는 정신분열병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양방처럼 진단명이 딱딱 떨어지고 그 병에 대응한다는 개념이 별로 없고 증상으로 치료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통합이 쉽지 않아요.”

-그걸 모색해 오셨잖아요. 문제가 좀 풀렸습니까.

“잘 안 풀리죠. 쉽지 않아요.”

-서양 의학자들은 동양의학, 특히 한의학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더군요.

“한의학이랑 서양의학 내지는 현대의학에 투입되는 물량을 보세요. 현대의학을 하는 의사가 세계에 수천만 명이잖아요. 그런데 한의학을 하는 의사는 수십만 명도 안 돼요. 우리나라에 2~3만 명. 일본은 한의대가 없고 의사들이 한방 교육을 받아요.

서양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한약을 처방하는 거죠. 열이 날 때는 무슨 약을 쓰면 좋다더라라는 형식으로 단편적으로 이용해서 쓰는 거예요. 중국은 한의대가 많지 않고 또 한의대가 현대의학하고 통합돼 있어요. 중의대라는 곳을 졸업하면 현대의학을 할 수도 있고 중의학도 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어요.”

-모든 학교가 다 그렇습니까.

“현대의학 의대가 더 많은데 중의대가 몇 개 있어요. 중의대조차도 졸업하면 다 중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일부는 양의사를 할 수 있어요. 양의사를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죠. 중의학을 심도 깊게 연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거예요.

우리나라 한의대하고 의대랑 비교해 봐도 연구자들의 숫자가 비교가 안 돼요. 그러니까 이 학문이 발달하기 어렵죠. 한의학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죠.”

-한의학은 실체가 없다?

“실체가 없다기보다는 투입 물량이 적어서 아웃풋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투입 물량은 어떤 걸 의미합니까.

“돈과 사람. 연구를 하고 기술을 개발하려 해도 투입이 돼야 가능하잖아요. 그게 안 되는 거죠. 양의하고 비교하면 투입 물량이 천 대 일이나 될까. 글로벌로 따지면 비교도 안 되죠. 그러니 한의학이 양의학하고 비슷한 대접을 받기가 어려워요.”

-동서(東西) 양 의학을 두루 공부했습니다. 정신의학 부문에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어디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가장 크게는 질환 개념이 달라요. 양의학의 정신의학 진단이 우울증이다, 조울증이다, 조현병이다고 하는데 내과 등과 비교하면 이것도 두루뭉실한 부분이 있어요. 피 검사나 조직 검사를 해서 진단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정보를 조합해서 판단을 하는 개념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환 개념이 있거든요.

조현병 이거는 몇 살에 시작돼서 언제쯤 심해지고 치료를 하면 어떻게 되고 치료는 어떻게 해야 되고 이런 게 시작부터 끝까지 과정이 있어요. 그게 질환 개념인데 한방은 그게 덜 해요. 그런 개념보다는 병치(病治·병을 치료함)와 증치(症治·증상을 치료함) 개념이죠.

양방은 열이 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병이 무슨 병이냐를 알려고 해요. 그래서 무슨 병이다 하면 그 병을 치료하는 거죠. 그런데 한방은 증상을 치료해요. 인체의 밸런스(균형)를 잡아가는 개념이거든요. 질환 개념이 없으니까 연구를 할 때도 달라요. 양방은 우울증이라고 하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 쭉 있는데 한방은 그게 달라요.”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한방이 좀 더 주관적일 수 있죠. 또 타겟이 다르니까 두 개를 비교하거나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똑같은 조현병인데 A 나라에서는 이렇게 치료하고 B 나라에서 이렇게 치료하면 그 두 개를 딱 비교해서 A가 더 잘 하네 이렇게 할 수 있죠. 그런데 양방과 한방은 똑같은 사람을 놓고도 서로 치료하는 영역이 달라요. 비교하기가 쉽지 않죠.”

-기자도 한방신경정신의학 클리닉을 찾았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박변이도 측정 기계, 심리검사지 등은 다 서구의 정신치료 자원들이 아닙니까. 여기에 한의학이 어떤 의미일까요.

“어려운 부분이죠. 한의사들이 치료하는 환자들은 현대의학적 개념을 갖고 병원에 오거든요. 한방적 진료를 해도 ‘제가 무슨 병이에요, 치료하면 어떻게 돼요’ 이런 식으로 양방의학적 개념으로 질문한단 말이에요. 그럼 한의사는 다른 개념으로 이 질환을 이해하고 있다고 쳐도 이 사람이랑 소통은 현대적인 개념에 맞출 수밖에 없어요.

현대적인 여러 가지 검사를 안 할 수가 없고 그걸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소통을 해야 하니까 한의학 교육에서도 상당 부분 현대의학적 공부를 해요. 치료 성과를 논문에 넣으려 해도 한방적인 논문은 불가능하거든요.

물론 한의학계 내에서야 낼 수도 있죠. 하지만 국제 의학지에 내려면 한방적 개념으로만 해서 넣어주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우울증에다가 무슨 탕을 썼더니 얼마나 좋아졌다 이렇게 해야지, 울증 내지는 어떤 증상이 있다고 치면 열증, 한증 이런 한방적 개념이 있는데 무슨 약을 썼더니 좋아졌다 이거는 이해를 못 하니까 받아주질 않거든요.

그래서 한방에는 자조적인 개념일 수도 있는데 양진한치(洋診韓治)라고 하죠. 양방적으로 진단하고 한방적으로 치료한다.”

-새로 만들어진 개념입니까.

“현대 한의학을 설명하는 용어이자 비판하는 용어이기도 하죠. 한방적으로 진단하고 한방적으로 치료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럼 소통이 안 되죠. 대부분의 질환은 의사가 환자에게 도술처럼 확 낫게 하는 게 아니라 의사랑 환자랑 개념을 같이 공유해야 되거든요.

이 병은 이런 거니까 이렇게 끌어갑시다 하면서 환자랑 의사가 소통하죠. 또 환자의 행동인 생활에서 대하는 태도, 약을 먹는 태도 등이 의사와 환자가 공유하는 모델로 같이 가야 낫는 거거든요.

그 공유하는 개념이 조선 시대에는 환자도 의사도 한방적인 개념을 갖고 같이 갈 수 있었어요.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한의사들은 양방적인 개념을 빌려 쓸 수밖에 없어요.”

-서양의학을 이용하면서 치료는 한약을 달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겁니까.

“그렇죠. 한약을 달여줄 수도 있고 침을 쓸 수도 있고요. 또 한방적인 양생법이라고 하잖아요. 이거는 해라, 저거는 말아라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서양의학에 일정 정도 기대는 부분에서 자괴감이 들 수도 있겠네요.

“자괴감도 일부 있을 수 있죠. 한의학 내에서도 여러 이론들이 있고 입장 차이도 있을 거잖아요. 정통적이고 아주 보수적인 한의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고 일부 가치는 보존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주류 의학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이들도 있죠.

그러니까 양방과 충분히 소통하고 양방적인 연구 결과를 내면서도 한방만의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죠. 예를 들어 양방적 교육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동의보감이나 한의서만 읽어야 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돼요. 그럼 소통도 안 되고 좋은 기계들을 하나도 못 쓰잖아요.

물론 맥으로 해서 임신 여부를 알고, 암이 있는지 알아내는 부분이 있지만 찍어보면 더 정확하게 나오는데 그걸 당해낼 방법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 현대 의학을 이용해야죠. 의학은 기술이지 물리학처럼 영역이 정해진 특정 분야 학문이 아니에요. 사람을 어떻게 하면 낫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당대의 최선의 지식을 갖고서 그걸 해결하는 게 의학이죠. 무슨 베이스(base)가 있어서 우리는 이 방법만 한다 이런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의학은 그 시대에 최선의 과학 내지는 학문으로 어떻게 인간을 치료할 것인가에 대해서 답을 내는 거죠. 현대의학은 여러 가지 이론들을 도입하는데 한방의 문제는 테두리가 딱 쳐져 있어 버리는 거예요. 여기까지가 한의학이다. 그러니까 갑갑한 부분도 있죠. 당연히 현대의학을 받아들여야 돼요.”

-한의학 정신치료는 환청을 통제할 수 있습니까.

“어느 정도는 되는데 그런 개념이 부족해요. 환청이 나올 수 있는 질환은 여러 개가 있거든요. 조현병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심해져도 환청이 나올 수 있어요. 환청과 유사한 증상은 한약으로 일부 치료가 돼요.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죠.

질문을 조금 바꿔야 되는데 조현병을 한의학의 한방만으로 치료하는 게 더 합리적이냐? 그건 좀 어려워요. 조현병도 스펙트럼이 넓은 병이라 만성화되고 핵심 증상들이 막 나오는 심각한 조현병이 있고 환청 망상 등 조현병 증상이 맞긴 하지만 건강한 조현병도 있거든요. 일부 가벼운 증상들은 될 수도 있지만 조현병 본체는 한의학만으로는 치료하기는 좀 힘들죠.”

-서양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죠.

“어느 정도는 그렇죠.”

-양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적 치료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고 하지만 아리랑 노래와 랩의 결합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어떤 것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어요. 서로 체계가 다르고 질환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니까요. 두 개를 등치해서 똑같이 모든 질환마다 한방·양방을 섞어서 치료하면 낫는다? 이건 아닌 거 같아요. 한방이 도움되는 영역이 있고 도움 안 되는 영역도 있어요. 그걸 구분해야죠. 아주 심각한 조현병에 대해서 한방 치료는 한계가 있어요.”

-동의보감에 근거한 치료방법입니까.

“아니죠. 동의보감은 한방의 근간을 이루는 책 중의 하나이지 동의보감이 한방의 다는 아니에요. 동의보감이 허준의 이론서가 아니에요. 그 당시의 한의학 백과사전인 거에요. 당시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여러 의서(醫書)들을 다 모아가지고 종합해 놓은 거예요.”

-그걸 허준이 했단 말입니까.

“허준 혼자서 하지는 못했겠죠. 협업을 해서 정리를 한 거죠. 그 정리를 굉장히 잘해 놓아서 지금도 가치가 있는 거지 그것만을 베이스로 하는 건 아니죠.”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한의학 정신치료에서 프로이트와 융은 어떤 지위를 차지합니까.

“프로이트와 융을 전통 한의학에서는 몰랐겠죠. 그런데 한의사들도 발전을 해야 되잖아요. 의학이라는 것이 기술이고 기술은 사람을 낫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니까요. 그 당시에 퍼져 있는 지식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한의사들도 프로이트나 융에 대해서 개념을 익힐 수 있죠.”

-한의학에서 서양 정신의학이 프로이트를 생각하는 것만큼의 지위를 차지하는 존재가 있습니까.

“이제마(조선의 사상의학 창시자)의 이론에서 인간의 심리나 성격을 어느 정도 규정하고 있다고 한의사들은 생각하죠. 그런데 프로이트를 능가한다고 보기는 쉽지가 않겠죠. 이제마가 아우르고 있는 영역하고 프로이트의 영역은 실제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어요. 사상의학은 단순한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것이죠.”

-한의학 정신치료에서 DSM(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적극 인용됩니까.

“한방이 통계에서 문제가 되는 건 국제적인 보고를 할 때죠. 사망 통계를 내는데 모든 사망자에 대해 어떤 병으로 죽었는지를 보고해야 돼요. 자살이면 자살, 질병사면 질병사, 질병은 무슨 암으로 사망했는지를 우리나라 통계 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한의사가 이 사람이 울증(鬱症)으로 사망했다 보고하면 사망통계가 엉망이 돼 버려요. 한의사들이 얼마나 포지션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만 차지해도 1%는 다 버리는 자료가 돼 버리죠. 그럼 한국의 사망통계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의사들이 양방 진단도 할 수밖에 없어요.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어요.”

-서양 정신의학은 약물로 증세를 누르는 겁니다. 조증이나 환청 때문에 날뛰고 있는 이들에게 서양 약물이 한의학 약물보다 초기 증세 극복에 더 용이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용이해요. 한약은 약의 세기나 치료 속도에서 양방하고 차이가 있어요. 좀 늦죠. 불안하거나 공격적이거나 잠을 못 자거나 이럴 때 그냥 서양의학은 부작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가라앉힐 수 있잖아요. 한방에서는 어렵죠.”

-한약으로 조현병을 고친다는 용한 한의사한테서 약을 지어먹었던 환자들 열에 아홉은 재발했다는 경험담도 있더군요.

“한방이 효과가 있는 영역하고 효과가 별로 없는 영역이 있는데 조현병은 한방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워요. 그건 한의사들도 동의해요. 그런데 한의사들도 그렇고 양의사들도 그렇고 양극단에 있는 분들이 있잖아요.

어떤 분들은 한의학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을 하는데 한의사들의 주된 의견은 그건 좀 어렵다는 거죠.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방만에 의존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조심해라?

“그렇죠. 그냥 그건 아니에요. 조심할 것도 없고.”

-한의학 정신치료에서 ‘화병’을 자주 언급하더군요. 그런데 이 화병도 국제적 질환명으로 등재한 것도 서양의학을 공부한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한의학계가 왜 먼저 등재하지 않은 것일까요.

“DSM 체계가 양의학적 체계잖아요. 그럼 거기에 누가 넣겠어요. 그 시대 한의사들은 DSM이 뭔지도 몰랐을 거고 안다 해도 관심이 없었잖아요. 화병이 도입된 지가 몇십 년 전이죠.

DSM에 보면 우리나라의 화병처럼 그 문화에 특이한 정신질환들이 몇 개가 있어요. 그런 식의 분류체계가 있었던 거에요. 그러니까 양의학자들이 보기에 화병이 서양 체계랑은 조금 다른 우리나라 문화의 정신병 같다고 해서 학계에 보고하고 인정을 받은 거죠. 이건 양의사가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프로세스로 처리됐다면 한의사들도 자괴감이 좀 들지 않았을까요.

“그건 다른 얘기죠. 현대의학 체계에서 한의학적 진단을 보고하는 건 양의사들이 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이라면 좀 다르죠. 지금처럼 한의사들이 서양의학적 진단 체계를 배웠을 때는 양의사들은 잘 모르는데 한의사들이 보기에 독특한 질환이 있다고 하면 양방적으로 예외적인 거니까 보고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그게 불가능했죠. 예를 들어 고고학적인 발견 중에 이집트 피라미드의 경우 이걸 이집트인들이 보고하지 않잖아요. 서양 사람들이 보고하는 거예요. 이집트인들이 보기에 이건 원래 있던 건데 왜 보고를 하지 하는데 서양사람들이 봤을 때는 아니죠. 몇천 년 전에 이런 문명이 있었다는 건 예외적이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한의학 정신치료를 할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요. 체계가 다르다 보니까 어디까지는 한의학에서 치료가 되고 어디에서부터는 잘 안 되는 거냐를 말하기가 애매해요. 예를 들어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요런 거는 내가 한방에서 치료를 받고 싶은데 괜찮겠느랴고 물어봤을 때 그걸 대답해 줄 정신과 의사는 없어요.”

-왜죠?

“한방을 모르니까요. 그 치료가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른단 말이에요. 그럼 그런 질문을 받은 의사는 할 말이 없거나 일단 모르겠으니까 그걸 하지 말아라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내가 암 치료를 하는 한의사인데 내가 전혀 모르는 이상한 검은 물체를 가지고 와서 이걸 먹어도 되겠습니까 물어요. 성분이고 뭐고 아무것도 몰라요. 그럼 그걸 먹어도 됩니다라고 한의사가 대답할 수 있겠어요? 못하죠. 그러니까 먹지 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한방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의 문제인데 결국은 검증된 한의원 내지는 한의학기관을 이용하라고 할 수밖에 없죠. 검증된 기관에 가서 물어봐야죠. 또 하나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한방이고 양방이고 유일한 왕도(王道)는 없어요. 기적적인 치료가 있을 거라고, 대단한 비방을 가진 한의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없어요. 한방은 점술이나 도술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다른 데서 못 하는데 나만 할 수 있다? 이건 없어요.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건 이상한 거죠. 양의사건 한의사건 지구 전체에서 나만 할 수 있다라는 게 말이 되겠어요.”

-양의학 정신치료에서도 그런 정신과 의사들이 있더라고요.

“그건 말이 안 돼요. 내가 좀 더 잘 한다는 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무슨 수술을 이렇게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케이스(임상 사례)를 백 명밖에 못 봤는데 나는 수십 년 동안 수천 명의 케이스를 봤다. 증명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섬세하게 이걸 할 수 있다 이건 오케이(OK). 그런 사람들이 명의(名醫)죠.

그런데 아무도 못 해, 이건 내가 새로운 방법으로 개발해 냈어. 그럼 뉴스에 나오고 검증을 거쳐야죠. 나 혼자만 이걸 할 수 있어라는 건 불안한 거죠.”

-서양 정신의학은 정신과 약물에 있어 평생 먹고 관리해야 하는 걸로 인식합니다. 한의학은 어떻습니까.

“그게 증치의 개념이라서 달라요. 양방은 질환이 있으면 그 질환에 대한 그림을 그려요. 이 사람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쭉 따라가는데 한방은 그런 개념이 없어요.

한방의 질환관은 사람의 균형이 깨졌을 때 질환이 생기는 거라고 봐요. 양방은 바이러스든 종양이든 원인이 되는 걸 없애는 쪽으로 하잖아요. 그게 없어질 때까지 쭉 따라가는 거에요. 예를 들어 치매라든가 조현병은 뇌가 변성돼 버린 거라 현대 의학 기술에서 그 원인을 없앨 방법이 없죠.

관리하면서 갈 수밖에 없는데 한방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 밸런스가 깨진 거니까 밸런스가 맞아지면 돼요. 그럼 그 다음에 치료할 게 없죠. 밸런스가 다시 이뤄질 때까지 두고 보는 거예요. 사람이 밸런스가 깨져서 증상이 생겼다고 쳐봐요.

양방은 우울증의 원인이 세로토닌 문제라고 하는데 한방은 그런 게 아니라 밸런스가 깨졌으니 그 밸런스를 원위치로 돌리는 노력을 한단 말이에요. 침을 놓든 양생법을 썼든 돌아가면 다음에는 두고 보는 개념이죠.”

-그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의미합니까.

“그런 거죠. 약간 두루뭉실해서 그렇지. 한방은 쭉 따라가는 개념은 아니예요. 한의사들도 증상을 대상으로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병에 대한 개념도 생기잖아요. 조현병이다 그러면 한의사들도 안단 말이에요. 조현병이 증상이 없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럼 재발할 수 있으니까 양방은 약을 주면서 그걸 쭉 따라가죠.

그런데 한방은 증상이 없을 때 이걸 내버려둬야 되나? 그렇게는 어렵죠. 그러니까 그때 여러 방법으로 관리를 하죠. 약이 아니더라도 침이든 뭐든 해서 밸런스가 깨지지 않게 유지하는 치료를 하는데 이건 전통적인 한방 개념하고는 달라요. 현대의학적 개념이 들어온 거죠. 원래 개념으로는 치료했다 말았다, 했다 말았다 이렇게 가는 게 한방 개념이었어요.”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코로나 블루’에서 한의학 정신치료는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 블루는 일종의 우울증이죠. 정상적인 사람이 어떤 환경에 의해서 우울증이 왔다 그러면 그건 가벼운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잖아요.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에 걸려서 생기는 우울증이라기보다는 코로나 때문에 활동을 못 하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것 때문에 약간 우울해져 있는 걸 말하는 거잖아요.

코로나 블루를 그렇게 가벼운 우울증으로 정의한다면 한의학으로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한방적으로 양방에는 부족한 양생(養生·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을 잘 관리함)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물론 양방에도 있지만 중시하지는 않죠.

그 다음에 행동을 어떤 식으로 하고 마음가짐도 어떻게 가지도록 하고 그렇게 한방이 도식화돼 있어요. 대표적인 게 사상의학이죠. 그런 식으로 본다면 코로나 블루에서 한의학적 치료는 의미가 있죠.”

-조현병과 조울증을 가진 당사자를 둔 가족이 한의학 정신치료를 선택하려 할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조현병이나 조울증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질환, 잘 안 낫고 오래 지속되는 이런 정신질환 이 양방에서 낫지 않으니까 한방으로 가면 낫는다? 이건 지나친 기대에요. 좀 도움을 받겠다면 그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조현병에 대해 한의학은 쓸모가 없는 거냐? 그렇지 않아요. 조현병으로 인해 약물 부작용이 심하고 얼굴빛도 안 좋고 기운도 없다면 양방이 도움을 못 주는 에너지를 한방적으로 도움받을 수는 있어요.

기 순환이나 몸이 뻣뻣한 느낌이라든지 의욕이 없다든지 부수적 증상에 대해서 한방이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보완적으로 쓸 수는 있어도 그걸 완전히 이걸(한방)로 바꾼다? 이건 상당히 조심해야 되는 거죠.”

-정신질환에 대한 한의약과 한의사의 역할이 정부 관련 조직 운영과 예산 편성 등 주요 정책에서 상당히 배제돼 있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배제돼 있는 건 아니에요. 있는 데 비중이 적은 거죠. 한방과 양방 이러니까 두 개가 대등한 개념 같잖아요. 그래서 양방에 대해서 연구비를 백억 원을 주면 한방에 얼마를 줘야 될 것 같아요?”

-백억 원 줘야죠.

“그게 맞을 거 같죠. 그런데 양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10만 명이고 한방을 연구하는 사람은 천 명이라면 그럼 백억 원씩 같이 주는 게 맞을까요. 비중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웃풋도 생각해야 되잖아요.

이건 형이랑 동생이 재산을 똑같이 나눠야 된다라는 개념이 아니에요. 형네 식구가 10만 명이고 동생의 식구가 천 명이에요. 그럼 10억 원씩 주면 동생네는 떼부자가 되는 거고 형네는 굶어 죽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비중 자체가 달라서 똑같이 할 수가 없어요. 똑같이 하면 거꾸로 동생네로 편중돼 버리는 거에요.”

-만약 그렇게 되면 양의학 쪽에서….

“난리가 나겠죠. 그러니까 비중을 조절해야 하는데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 그냥 N수로 의사 수 대 한의사 수로 해가지고 나눈다? 그건 합리적이지 않죠. 그럼 어떻게 기준을 세워야 될까요. 정부에서 정책 지원 예산을 천억 원으로 했을 때 그 예산을 한방하고 양방하고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떻게 우울증을 해결할지 안을 내놓아봐라 그러면 한의사들도 내고 양의사들도 내겠죠. 그럼 거기서 실효성이 있어 보이는 곳에다 돈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 그런 식의 경쟁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방 쪽은 연구자들이 적고 양방 쪽은 연구자들이 많죠. 게다가 양방 쪽은 세계적으로 교류하는 의학이잖아요. 거꾸로 한의학이 글로벌화돼 있고 양의학이 우리나라에서만 한다고 쳐봐요. 그럼 학문이 발전하겠어요? 못하죠. 그러니까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여기는 몇 명이서 하고 저기는 엄청난 사람들이 하니까 수준 자체가 달라요. 그럼 저쪽으로 돈이 갈 수밖에 없어요.”

-돈 안 주니까 우리가 연구를 못 한다, 이렇게 변명할 수 있는 건가요.

“주류가 아니니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방에 대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수 있죠. 한의사들도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니까 육성을 해야 한다면 한방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서 정치적 배려를 할 수 있죠. 그런데 완전히 똑같이 주는 건 문제가 있는 거예요.”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성모마음정신과 이정국 원장. ©마인드포스트.

-서양 정신의학이 놓치고 있는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항상 하는 얘기가 서양 정신의학은 너무 분석적이고 통계에서 이기는 사람만 이기는 거죠. 취사선택하고 선택이 안 되는 건 버려져요. 그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죠. 새로운 약이 나오면 옛날 약을 버리고 새로운 약을 쓰죠.

그런데 모든 게 통계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거기서 약간 벗어나는 개념도 있고요. 과학이라는 것은 실험을 하고 대조해서 우위를 나누는 건데 그게 인류가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맞지도 않거든요. 실험의 통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또 실험으로 밝힐 수 없는 것도 있고요.

인문학적 가치를 실험을 통해서 미국문화가 한국문화보다 더 좋다 혹은 일본문화가 한국문화보다 더 좋다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병이나 인체의 경우 완전히 과학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거기에 여지는 둬야 하고 그 여지를 채울 수 있는 게 한의학일 수 있죠.

현대의학이 효율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으니 현대의학만 필요하고 대체의학은 다 없애도 되는 건가. 그건 아니죠. 지금 우리의 현재 개념으로는 이게 맞는 거죠. 백 년 전 개념으로 보면 한의학이 맞는 거고 또 25세기에는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잖아요.

한의대에도 똑똑한 사람들이 가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연구하고 헌신하고 있으니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서 나름의 특장점을 살려서 병행해서 가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 이익이죠. 과하지만 않다면 선택권도 있을 수 있고 또 새로운 의학이나 새로운 방식이 태동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는 거죠.”

-원장님이 동서 의학을 통해 본 인간은 어떤 존재이던가요.

“이건 제가 답할 수준을 넘는 질문인 거 같아요.”

우리는 잠깐 침묵했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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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2023-06-09 09:31:09
형식만 인터뷰지 질문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네요

조홍건 2022-11-16 15:13:00
“조현병을 한의학의 한방만으로 치료하는 게 합리적이냐? 그건 좀 어려워요.”
헤드라인 표기로는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조현병도 한방치료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영희 2022-02-08 03:57:59
기사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