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당사자에게 직업은 단순한 돈벌이 넘어 치유, 자존감”
“정신장애 당사자에게 직업은 단순한 돈벌이 넘어 치유, 자존감”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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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직업재활 법 개정 토론회 열려
정신장애인 경제활동율 13.9%…전체 장애인 39.0%
정신장애인 평균 월수입 56만 원…타 유형 장애인 153만 원
취업 직종, 단순 노무직 가장 많아…이어 서비스직, 생산직
기초생활수급권 탈락 두려워 취업 시장에 진출 못해
직업재활 인력과 예산 충분히 확보돼야
취업해도 수급권 탈락까지 6개월~1년 유예해줘야
정신장애인 동료 돕는 동료지원가 제도 법제화 필요
주거시설에 거주하며 다양한 직업재활서비스 제공받아야
직업재활시설 확대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29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최희철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현황과 발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전체 장애 평균 39.0%인데 반해 정신장애인은 13.9%에 머물렀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5개 장애 유형 중 뇌전증 장애인(0.0%), 지적장애인(7.93%)에 이어 9.70%로 낮은 분포를 보였다.

정신장애인의 직장 유형은 ‘자영업’이 45.7%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일반 사업체’(36.7%), ‘장애인 근로사업장’(10.5%), ‘장애인 관련 기관’(3.9%) 등의 순이었다.

정신장애인의 평균 근속 기간은 60개월이고 월 평균 수입은 56만 원이었다. 반면 전체 장애인의 평균 근속 기간은 153개월이었으며 평균 임금도 153만 원으로 정신장애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신장애인이 직장에서의 지위는 ‘일용 근로자’가 3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자영업자’(25.4%), ‘임시 근로자’(18.8%), ‘무급가족 종사자’(15.3%), ‘상용근로자’(7.1%) 순이었다.

정신장애인이 직장에서 느끼는 애로 사항은 ‘낮은 수입’(51.0%)이 가장 컸다. 이어 ‘업무 과다’(12.3%), ‘차별 대우’(7.0%), ‘직무 관련 기능 부족’(3.9%), ‘대인 관계’(2.4%)였다.

현재 정신장애인에 대한 직업재활서비스 제공은 정신재활시설과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중심이 돼 제공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직업 애로 사항 1위는 ‘낮은 임금’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재활시설 유형은 주간재활시설 57개소(59%), 직업재활시설 15개소915%), 생활시설과 종합시설 각각 8개소(8%) 비율을 보였다. 이중 정신재활시설의 소재 지역은 서울이 37개소(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13개소(13%), 부산 12개소(12%) 순이었다.

기관에 직업재활 전담인력이 있는 경우는 73개소(76%)였으며 없는 경우는 23개소(24%)였다. 이 인력이 타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가 71개소(7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관이 제공하는 직업재활서비스 현황을 살펴보면 직업준비(이력서, 면접기술 등)가 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직업상담 83%, 취업회원 자조모임 82% 순이었다.

취업 직종의 경우 단순노무직이 29.6%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직(22.7%), 생산직(15.9%)이 뒤를 이었다.

최 교수는 “단순노무직 취업이 가장 많은 이유는 만성정신장애와 같이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질병 때문에 꾸준히 일하는 직장을 회피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관 실무자들이 겪는 애로 사항은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정신장애인은 취업장 구하기가 어렵다’가 17.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원 숫자가 부족해 직업재활을 강화하기 어렵다’(16.5%), ‘기초생활수급권 탈락을 염려해 취업을 하지 않으려 한다’(16.5%), ‘복지와 관련된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떨어진다’(14.2%)로 나타났다.

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장애인의 고용 및 직업재활 보장 체계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복지법’,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돼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재활은 더 복잡해 직업재활서비스 체계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 등과 다원화된 체계로 이뤄져 있다.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관할부처 복잡해 비효율적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사업의 경우 장애인복지법에 등록된 정신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정신질환자는 이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

최 교수는 “장애인복지법 15조에 근거해 정신건강복지법 상 정신질환자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이용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며 “등록하지 않은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 거주에 필요한 서비스를 장애 미등록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직업재활서비스와 관련한 정신장애인은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직업 배치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일을 하고 싶어도 간헐적으로 임시 취업 등을 하더라도 기초생활수급권 혜택은 이들의 생존과도 같아서 수급권 상실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 기회를 가지기 어렵고 취업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한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독립취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인 직업재활과 관련한 향후 발전 과제로 현행 장애인복지법의 규정 보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간재활시설, 종합훈련시설 등의 정신재활시설 유형에는 별도의 직업재활 예산과 인력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신보건전달체계에서 직업재활시설만의 표준화된 사업지침과 운영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미등록 장애인에 대한 직업재활 서비스 기회 부여 ▲정신장애인 특성에 맞는 직종 개발 및 직업훈련 기회의 확대 ▲활동보조지원 제도에 대한 서비스 활용의 기회 확대 ▲다양한 형태의 직업재활 프로그램 제공 ▲직업재활전문가 양성 등을 주요 발전 과제로 제시했다.

 

기초생활수급권 놓치지 않으려 해…노동유인 정책 필요

특히 국민기초생활수급권과 관련해 취업 소득 시 일정기간 의료급여와 기초수급자격을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기초수급자가 근로를 할 경우 소득이 월 50~100만 원일 경우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100만 원 이상의 경우 6개월 미만의 유예기간을 두어 근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장과 주거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신체장애와 달리 항정신병약물을 유지해야 하는 정신장애인의 의료비 비중은 상당히 크다”며 “그 전제 조건이 되는 탈원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권혜경 씨는 “정신건강시스템에서는 상태가 악화되어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시스템은 있지만 회복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돕기 위한 정신건강 시스템이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당사자가 욕구에 맞는 직업을 의논하고 싶어도 직업재활전문가를 만나기가 어렵다. 게다가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자는 1인 당 60명 이상의 회원을 관리해야 해 실질적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다.

권씨는 “회복되어 가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도울 수 있는 최고의 약은 직업”이라며 “당사자에게 직업이란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서 치유이자 자존감이고 시민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장애 자체가 경력이 되어 타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돕는 ‘동료활동가’ 제도의 직업적 구성을 요청했다.

권씨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현 사회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저희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동료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동료지원가 제도의 정착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법에 나온 직업 훈련과 고용에 관한 조항 77조를 권고 사항에서 의무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으로 참여한 조효숙 씨는 “평생 계획을 세우는데 우선적으로 직면하는 문제가 경제적인 것”이라며 “직업재활 시스템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주도적인 삶으로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특수직 ‘동료지원가’ 정착돼야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국 사회복귀시설의 인원수는 8천여 명에 불과하고 서비스 유형이 전문화되어 있지 않다”며 “직업재활을 위한 기관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이는 수요 대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직업재활을 위한 의료서비스와 함께 장애인 고용 3%를 의무화하면서 장애인고용지원을 바우처로 제공해 다양한 민간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병상은 8만 병상이지만 지역사회 주거 서비스는 2천여 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3년이 되면 퇴소해야 하는 훈련형 주거시설이다.

백 교수는 “외국의 경우 잦은 입퇴원 반복 대상자 중심으로 주거시설을 우선 공급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당장 취업이 가능한 대상자를 우선 입소시킨다”며 “따라서 (주거시설이) 병원 입원의 대체제로 기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발 정신질환자의 경우도 주거시설이 필요하나 특히 만성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고려하면 주거시설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주거시설에 거주하며 다양한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받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장애인에게 단순한 직업재활 서비스의 확대라는 문제가 아니라 정신장애를 어떻게 장애 속으로 편입시켜 다른 장애와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의 직업 취득을 두려워해 60여 년 전부터 만들어져 최근 사회복지사 자격까지 제한하는 자격 취득제한 법률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를 고민하고 사회적 싸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사회의 한 쪽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취업 등 직업재활을 장려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이름만 정신질환자로 고쳐 취업을 제한하고자 하는 행위들 중에서 진정으로 국가와 사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업 재활은 허용하겠지만 사회복지사는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는 우리 사회가 가진 포용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정신질환자 자격취득 제한 법률 조항의 폐지와 축소 ▲정신질환자에 대한 시설 이용 등 서비스 제한 규정의 폐지 ▲작업요법 규정 개정과 그 범주를 명확화, 정신건강작업치료사의 전문적 역할 ▲최저임금 예외인정 제도를 국가가 보조 등을 요구했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일반인도 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자도 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얼마나 발굴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정신재활시설과 직업재활시설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 다른 장애와 동등한 대접 받아야

이어 “동료지원가는 정신질환자만이 특수하게 할 수 있는 일자리”라며 “동료지원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이것을 제도화시켜서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 자격증을 받게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직업재활시설은 국가가 설치에 대한 지원만 할 수 있지 운영은 지자체에 맡겨져 있다. 시설 유지를 지방에서 하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시설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홍 과장은 “재활시설을 지자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운영하는 식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커뮤니티케어 중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중간집 이런 사업도 시범사업에 넣어 성공모델을 잘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와 패밀리링크가 공동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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