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사건 못 막은 국가가 유족에 배상해야 하나…국가배상 소송 첫 재판 진행
안인득 사건 못 막은 국가가 유족에 배상해야 하나…국가배상 소송 첫 재판 진행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21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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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경찰, 가족 동의 얻어 충분히 입원시킬 수 있었는데 안 해”
정부 측 “경찰 대처 의무와 만성정신질환자 치료의 인과관계 인정 힘들어”
유족 금모 씨 “공판 기일 알았지만 법원 안 갔다…올라가봐야 좋을 것도 없고”

‘안인득·진주방화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21일 열렸다. 속칭 안인득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17일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5)이 오전 4시경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7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오래 전부터 주민들은 안인득의 심리적 위협이나 물리적 폭행으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한 현저한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에 대한 강제입원(행정·응급입원)을 진행하지 않았다. 사건 전인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경찰에 정식으로 접수된 주민 신고만 8번이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이 없었다는 이유가 이번 청구 소송의 주 골자다.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장을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유가족 금모 씨는 당시 노모(老母)와 딸(당시 11세)을 잃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가 금씨의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힘을 보탰다.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유가족의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원고 측 법정대리인인 오지원 변호사는 “경찰은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인지 여부를 1차 판단하고 그 판단이 충족되면 행정입원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절박한 (인명피해) 손해가 발생한 상태인데 그걸 경찰 공무원은 예방할 수 없었느냐”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경찰의 현장 격리 조치 사례집에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을 추진해서 유사 사례를 막는 조치가 제시돼 있었다”며 “경찰의 (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에 의하면 신고 이력이나, 처벌 이력, 가족 조사 등을 통해 충분히 자·타해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는 관련 자료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위험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실제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안인득의) 입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가족 조사만 했더라도 충분히 가족 동의를 얻어서 입원을 할 수 있는 경우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배상 청구가 인정되는 사례라는 주장이다.

정부 측 변호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입법 취지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경찰 대처를 위한 것인데 경찰관의 의무와 치료 관계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하는 경찰 공무원의 긴급 대처 의무와 또한 만성질환자의 치료와의 관계는 인관관계가 인정되기 힘들다”며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법의) 보호 바깥에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보건법의 위헌 논의도 있었던 것에 비춰보면 정신질환자에 대해 공권력을 통해 강제입원하는 것이 객관적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쉬운 건 아니다”라며 “조현병과 관련된 인권단체 회원들도 경찰관에 의한 강제입원에 반대하는 입장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입법 규정을 신설해서 해결하면 모르지만 현재는 좀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 진주에 거주하는 소송청구인인 금씨는 <마인드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기일 잡힌 건 알았지만 참여 안 했다. 올라가봐야 좋을 것도 없고”라며 “첫 공판이고 가서 할 말도 없고 안 좋은 소리 나올 거 같아서 (참석 안 했다). 소주 한잔하고 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다음 심리는 6월 16일 오전 11시 30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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