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시 생활의 정신적 피폐함을 해결해주는 건 치유농업이 유일”
[인터뷰] “도시 생활의 정신적 피폐함을 해결해주는 건 치유농업이 유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1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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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 일선에 선 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경희 부센터장 인터뷰
농진청, 농업인들에 소득 창출의 한 방안으로 치유농업 시작
도시화될수록 자연환경에의 갈증 증가해...도농 연결 의미 담겨
올해 체험비 농업기술센터가 지원...내년부터 이용료 일부 받을 것
치유농업 이용하려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우선 의뢰해야
농장 프로그램은 작물 재배가 기본...일회성 아닌 지속성 중심

지난달 30일, 경기도 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양주시농업기술센터가 치유농업을 활용한 시민 정신재활 사업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치유농업은 정신·신체장애인을 비롯해 시민의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 프로그램이다.

이미 네덜란드의 케어팜이 활성화돼 있는 것처럼 세계적으로도 치유농업은 치유와 힐링의 한 부분으로 발전돼 가고 있다. 이번 양주센터와 농업기술센터의 협약은 향후 농업 속 치유 프로그램이 전국화될 수 있는 주요한 상징으로 분석된다.

도시민에게는 농촌 자연환경 속에서의 심리정서적 치유를, 농업인이자 농장주에게는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호 이익의 고리가 연결되는 것이다. 양주시가 그 출발점에 선 것일까. <마인드포스트>는 김경희 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부센터장은 질문에 대해 양주시농업기술센터 측과의 협업을 통해 답변을 작성해 보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양주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달 30일 치유농업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양주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달 30일 치유농업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치유농업의 정확한 의미가 뭔가.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나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농업기술센터에서 생각하는 방향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든 관련된 전체적인 활동 및 사업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치유농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기관과 기관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전국 최초라고 한다. 기존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전국에 몇 군데 있지 않나.

“치유체험 농장과 정신건강·복지 관련 기관과의 직접적인 업무협약이나 협조가 있었던 사례는 있다. 그런데 농업기술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협약처럼 치유농장과 치유서비스 이용자의 연계를 목적으로 한 기관과 기관간의 업무협약은 없었다.

특히 지자체 단위로 추진된 사례는 없다. 단, 농촌진흥청이 치유농업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작할 때, 소방관이나 치매안심센터(치매 노인) 등과의 연계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비롯한 다른 복지 기관과의 업무협약은 다른 지자체나 중앙에서도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케어팜과는 다른 의미인가.

“케어팜을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면 치유농장이다. 치유농업이나 치유농장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농업에 대한 각 나라마다의 특징과 상황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다양한데 그런 종류의 하나다.”

-치유농업이 시작된 건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

“농촌진흥청에서 농업·농촌 자원에 대한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농업인들의 소득 창출의 한 방안으로 시작됐다. 기존에 육성한 농촌체험 농장들을 활용하고, 도시민의 쉴 수 있는 장소로 농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도시화가 될수록 사람들은 초록 식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이 증가하게 된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자 하는 의미다.”

-치유농업에 참여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은 그 이용에 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인가.

“올해는 시범 단계로 참여자들에 대한 체험비(참가 비용) 등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참여하는 장애인이 일부를 부담하게 되는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일반 체험을 할 때 참여자가 참석 비용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추후 국민의료보험에서 보험에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침에 농장에 갔다가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운영이 되는 건가.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나, 길게는 1박 2일 이상도 준비돼 있다. 올해 준비된 경우는 2시간씩 주 1회, 전체 4회기~8회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럼 그 농장에서 점심도 제공되는 건가.

“식사는 위생 문제나 참여자의 건강상태 등이 세심하게 배려돼야 해서 간식 정도는 모르겠지만 아직 식사를 제공할 계획은 없다.”

-어떤 절차를 거쳐야 치유농업 이용 대상자가 될 수 있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참여자 추천을 받아 농업기술센터로 송부하게 되면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장으로 연결해 진행된다. 치유농업 이용 대상자가 되려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를 먼저 해야 한다.”

-양주시 관내 시민만 이용되는 건가.

“현재는 양주시 관내 시민 우선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사업을 점차 인근 시·군으로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

“농업기술센터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치유농장을 육성하고, 치유농업 농장주 역량 강화 교육도 추진하게 된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대상자를 추천받고, 치유농장과 연계를 해 준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소득창출을 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다. 아직 농업인이 직접 치유농업 대상자를 섭외하고 홍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니까.”

-농장이 제공할 프로그램 일부를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나.

“작물 재배를 기본으로 한다. 본인이 먹을 수 있는 배추를 파종하고 키운 후 수확하고, 김치를 담그고 참여자들끼리 함께 먹어보는 거다. 이는 일회성 단순 체험이 아니고, 농장주와의 지속적 교류를 통해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농장주(농업인)는 어떤 환경을 제공해 주는 건가.

“시설의 안전성을 제공함을 바탕으로 대상자들의 마음의 안정성과 사회적 안녕을 보장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농장에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다.”

-농장주(농업인)는 농장 제공에 대한 서비스 비용을 양주시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가.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농장주가 진행하고 결과 보고를 농업기술센터로 하게 된다. 그러면 참석자 개인별 참가비용을 농장주가 작성한 결과보고서에 근거해서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업무협약 이후의 간담회 모습. (c)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업무협약 이후의 간담회 모습. (c)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농장주는 지자체로부터 양성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가.

“현재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일정 기준의 교육을 받고, 시설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을 받은 후 ‘치유농장 품질인증’을 받으면 치유농장으로 인정해주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농촌체험 농장들을 대상으로 치유농장(주)을 육성 중에 있다.”

-현재 참여를 희망하는 농장주는 몇 명 정도 되나.

“20여 농가 정도 되지만,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치유농업 이용자는 정신장애인 외에도 치매, 발달장애 등도 포함되나.

“그렇다. 당연하다. 넓게는 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많아 심적인 치유를 받고자 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 대상이다.”

-신체장애인도 이용이 가능한가.

“그렇다. 신체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일정 시설이 준비된 농장의 경우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많지는 않다.”

-이 사업은 양주시 치유농업 육성 지원 조례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조례는 전국 지자체 중 양주시가 유일한 건가.

“아니다. 경기도 내 지자체 중에서 10번째로 제정됐다.”

-양주시는 11개 읍면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읍면동에 각각 하나씩의 농장을 만들 계획인가.

“아무래도 농업·농촌 자원이 있는 곳이 주요 조건이다 보니, 읍면동별로 하나씩이라는 기준은 적당하지 않다.”

-치유농업은 어떤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낼 거라 생각하나.

“도농(都農) 복합도시로 농업인은 도시민에게 정신적 치유를 제공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은 농업인에게로 가는 상부상조의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양주시가 도시화되고 현대화되어감에 따라 농업·농촌에 대한 가치는 점점 상승하게 되고, 생활의 편리함에 상대급부로 오게 되는 정신적 피폐함을 해결해 줄 방안은 치유농업이 유일하다. 의료 및 복지예산이 농업·농촌으로 오게 되고, 국민들은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는 농업·농촌의 지속적 소득이 생겨나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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