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는 정신병원 무자격 보호사 3600여 명...환자 폭행·사망은 예견된 참사들
법적 근거 없는 정신병원 무자격 보호사 3600여 명...환자 폭행·사망은 예견된 참사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0.05 1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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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에 관련 자격 규정 없어...체격만 튼튼하면 쉽게 보호사로 채용
보호사에 의한 병동 내 성폭행·성희롱 빈발..환자는 폭력에 트라우마 겪어
최혜영 의원 “보호사 유령 취급 대신 법적 근거 마련해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신건강복지법에 법적 자격 기준이 없는 정신병원 보호사(정신질환치료보조원)들이 36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유령 보호사’들이다.

요양보호사 등 관련 법들은 자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일정 기간의 수업과 실습을 통해 자격자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유독 정신병원은 실습 과정 없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체격이 건강한 자를 보호사 지원 규정으로 정하고 있어 그간 무자격자 문제가 제기돼 왔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보호사는 2021년 기준 3590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 27% 증가한 수치다.

현재 보호사 자격에 대한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한국고용정보원 2020 한국직업사전에는 정신질환치료보조원을 정신의료기관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정신질환자 신체활동 지원, 약물 복용 보조, 생활 전반 조사, 이상행동 및 자해 행동 방지 등을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고용정보원의 직업 유형으로만 설명될 뿐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정신병원 보호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회복을 지원하고 유사시 환자의 격리·강박을 실시하는 임무를 맡지만 직무자격과 수련, 보수교육에 대한 규정이 없고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한 처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호사들이 직접 진행하는 환자 대상의 무리한 강박과 격리 과정에서 입원 정신장애인이 숨지는 사건이 그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올해 2월에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10대 여성 환자를 수차례 성폭행해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해당 병원 보호사였다. 2018년 8월에는 보호사에게 입원환자가 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2016년에는 27세 청년이 정신병원 입원 후 강박당한 지 35시간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강박을 진행한 이들은 보호사들이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는 수용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입원환자에게 폭행을 하거나 가혹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선언적 규정에 불과해 보호사들이 은밀하게 환자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9월 정신장애 인권단체들이 정신병원 보호사의 가혹행위 검찰 불기소처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9월 정신장애 인권단체들이 정신병원 보호사의 가혹행위 검찰 불기소처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1월,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는 ‘정신병원 보호사 양성소를 개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보호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정신병원에서 보호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이 의료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이 각 정신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간단한 교육 후 보호사 업무에 바로 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요양보호사라는 직제가 있듯이 정신병원 보호사에게도 정확한 직제를 부여해 달라”며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이의 정신병원 보호사 취업을 금지시키라”고 요청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신병원에서 활동 중인 보호사 자격 현황에 대한 최 의원 질의에 보건복지부는 부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유관 자격 보유가 확인된 사례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한 753명(20%)뿐이며 이마저도 작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수치다. 나머지 2800여 명에 대해서는 의료·복지 분야의 자격 보유 여부도 파악되지 않았다.

보호사가 다른 직종의 의료기관 종사자와 달리 별도의 자격이 없이 자격정지, 면허 박탈로 취업을 봉쇄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지적됐다.

최 의원은 “정신질환치료보조원(보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까지 있을 정도로 국민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직군”이라며 “실제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에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직무 범위, 자격, 보수교육 등의 사항이 법령에 없어 환자와 정신질환치료보조원 모두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와 보호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복지부는 3600여 종사자를 유령 취급할 것이 아니라 시급히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관리 근거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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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희 2022-10-05 22:22:52
이제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시작이 중요합니다.
조속한 해결 방법을 보건복지부는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