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회복 지원 체계 여전히 정신의료기관 중심...정신재활시설은 오히려 줄어”
“정신장애인 회복 지원 체계 여전히 정신의료기관 중심...정신재활시설은 오히려 줄어”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2.10.05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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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등 의료기관 인프라 83% 차지...105개 지자체는 재활시설 전무(全無)국민 정신건강 평생 유병율 28%...재활시설 수도권 편중돼
등록 정신장애인 10만 명 넘어...지역사회 인프라는 부실
최혜영 의원 “정신재활시설·위기쉼터 지원할 법적 근거 마련할 것”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회복 지원 체계가 여전히 생물학적이고 의료모델인 병원 중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등록 정신장애인은 10만4000명이다.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8%에 달했다.

정신건강증진시설인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은 지난 3년 사이에 22% 증가해 2000개소가 넘는 반면,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복귀와 재활을 돕는 정신재활시설은 오히려 감소해 346개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기관이 지원 인프라의 83%를 차지하는 반면 정신재활시설은 1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105개 지자체에는 정신재활시설이 없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2만5000여 명은 서비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정신재활사업을 지자체 사업으로 이양했기 때문에 지자체가 예산이 들어가는 재활시설 설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은 1670개소, 정신요양시설은 59개소인데 정신재활시설은 348개소였다. 최 의원이 분석한 현재의 정신재활시설 2개소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정신재활시설의 지역별 편차는 서울 114개소(32.8%), 경기도 55개소(15.8%)로 수도권에 50%가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전국 중증정신질환자 추정 인구수는 3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는 6622명으로 이용률이 2.14%에 불과하다.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북 5.59%, 가장 낮은 지역은 경남 지역으로 0.57%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국재활시설 분포를 전국 229개 시군구로 분석할 때 정신재활시설이 하나도 없는 지자체는 총 105개소로 45.9%에 달했다.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 중 정신재활시설이 없는 곳이 2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역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회복지원 서비스가 사실상 배제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 의원은 전국 9개소에 불과한 위기쉼터 설치 현황도 지적했다. 위기쉼터는 정신장애인이 정신과적 응급·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안전한 보호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위기쉼터는 9개소로 이마저도 모두 수도권에 소재해 있다. 법적 근거 또한 마련돼 있지 않아 지역사회로 확산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역사회 위기쉼터를 설치하고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현재의 정신의료기관으로의 강제입원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지역사회 치료 원칙을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특히 강제입원 과정에서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교류할 기회가 박탈되는 등 행복추구권 또한 침해받는다는 이유 역시 위기쉼터 조성의 근거로 들었다.

위기쉼터는 정신병원 폐쇄병동 입원을 피하는 대신 잠자리와 휴식 공간이 마련된 공간에서 며칠 생활하면서 자신과 같은 질환을 겪었던 동료지원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의 공감과 지지를 통해 정신 응급 상황을 완먄하게 넘어서게 돕는 강점을 가진다.

미국은 정신병원은 갈 인구의 28%가 지역사회 위기쉼터에서 회복돼 지역사회로 복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 의원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크게 부족해 정신장애인이 불필요한 입원을 선택하고 또 장기입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당사자와 이웃의 존엄한 삶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23시간 위기안정 관측, 24시간 위기 핫라인, 동료지원 위기쉼터, 정신과적 사전의료의향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며 “영국 역시 당사자 거주지 인근 위기 개입 서비스를 도입해 입원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정신건강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재활시설과 위기지원쉼터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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