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 위기 당사자가 ‘내가 예수’라고 말해도 경청하는 신뢰에 기반한 치료 모델”
[인터뷰]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 위기 당사자가 ‘내가 예수’라고 말해도 경청하는 신뢰에 기반한 치료 모델”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1.22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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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오픈 다이얼로그 실행 코디네이터 서면 인터뷰
대화 촉진자 전문가들이 맡다가 동료지원가 참여 방식으로 진화
약물·입원치료가 유일한 선택지면 부작용과 심리적 외상 유발해
약물과 입원치료는 다양한 서비스 옵션 중의 일부로 전환돼야
이해되기 어려운 이야기도 당사자 고유의 반응으로 이해하고 경청해
오픈 다이얼로그는 약물치료 포함해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로 배치하는 것
오픈 다이얼로그는 서비스 대상이 개인 아닌 관계망이자 네트워크
입원 결정은 당사자 포함해 네트워크 멤버들의 협력적 결정이 바람직
첫 모임에 참여한 치료진의 지속적 참여 필요...심리적 연속성 개념
급성기 병동에서도 입원 초기에 오픈 다이얼로그 치료 효과 높아
이미지=김성수 오픈다이얼로그 실행 코니데이터 전문의.
이미지=김성수 오픈다이얼로그 실행 코디네이터 전문의 제공

지난 9월,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사회 기초 센터 중 최초로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 프로그램의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통상 ‘열린 대화에 의한 치료법‘으로 번역되는데 정신 위기 상황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치료적 대화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의 평등하고 민주적 대화를 통해 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대안적 치료 서비스로 주목받아 왔다. 1980년대 핀란드에서 시작된 후 현재 영국 등 세계 44개국에서 이 치료법을 도입해 개발해 나가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새경정)이 지난 2020년 첫 도입해 실제 임상에 적용됐다. 1년 후 조사에 따르면 퇴원 한 달 이내 재입원율은 새경정은 6.6%였다. 당시 전국 평균 26.3%, 조현병 환자의 경우 42.6%의 높은 수치를 보인 데 비하면 확연한 재입원률의 감소였다. 하지만 새경정은 병원 철학인 인권 기반의 비강압 치료에 익숙하지 않은 도의회와 의료원 등에 의해 치료 시스템이 차단되면서 동력을 잃고 운영이 멈췄다.

이번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의 오픈 다이얼로그 프로그램 도입은 지역사회로의 확장이라는 데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 위기 대응 서비스로 오픈 다이얼로그를 권고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이번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오픈 다이얼로그 실행 코디네이터 김성수 전문의(다원정신건강의학과 원장)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문의는 영국 오픈다이얼로그 협회가 실시하는 일 년 동안의 훈련 과정을 마친 후 현재 오픈 다이얼로그 국제 공인 교육자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고 있는 ‘1세대 오픈 다이얼로그 주창자’이다. 상담팀은 김 전문의를 포함해 경기 용인시 이음병원 소속 치료진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2024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비롯해 비강압 치료, 회복 프로그램, 법적 결정권 조력 기술의 서비스 지침을 개발하는 과제를 진행한다.

김 전문의는 오픈 다이얼로그가 주류 정신건강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는 치료기법으로 인식되는 것은 정확한 이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은 약물치료를 포함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당사자 중심으로 재배열하고 서비스 간 평등한 협력 문화를 갖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정신위기 상황에서 당사자의 와해되고 분절된 언어를 있는 그대로 경청하는 불확실성에의 관용과 인내, 초기 참여 그룹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심리적 연속성의 지속, 위기 개입 종결 이후에도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열린 종결 방식이 오픈다이얼로그의 핵심 작동 원리라는 게 김 전문의의 설명이다.

어쩌면 이번 인터뷰는 오픈 다이얼로그의 총론적 설명일 수 있다. 나머지 각론은 현장에서의 임상 적용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 정신 응급 대응 시스템이 선진국형으로 진화되는 어느 지점에 와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일문 일답.

김성수 오픈다이얼로그 실행 코니데이터 전문의. (c)김성수 제공.
김성수 오픈다이얼로그 실행 코니데이터 전문의

-오픈 다이얼로그 프로그램이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가 처음 도입했다고 합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한국의 오픈 다이얼로그 연구개발은 아주대병원이 주관하며 이음병원(용인시 기흥구 소재)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합니다. 그리고 아주대병원이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를 수탁 운영 중이며 수원시가 지역 기반 오픈 다이얼로그 대상 지역이기 때문에,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가 플랫폼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왜 지금, 오픈 다이얼로그입니까.

“새로운 정신건강 위기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간 서비스 내용에서 신속한 입원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강화가 상대적으로 강조돼 온 면이 있습니다. 신속한 비자의 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로 인해 심리적 외상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 역시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심리사회적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입원치료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1년에 발간한 지역정신보건서비스 지침에는 정신건강 위기 대응 모범 서비스로 위기 쉼터와 오픈 다이얼로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의 맥락에서 한국에도 오픈 다이얼로그가 시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위기 상황에서 의료진과 전문요원, 가족, 동료 들이 참여합니다. 그런데 가족과 동료는 이 오픈다이얼로그 진행 과정을 모르는데 어떻게 참여할 수 있습니까.

“오픈 다이얼로그는 ‘네트워크 모임’으로 일컬어지는 집단 상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네트워크 모임에는 대화의 촉진자(facilitator)로서 두 명 이상의 상담팀이 참여하고요. 오픈 다이얼로그 고유의 의사소통 기술과 태도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멤버인 당사자와 가족, 친지들 간의 대화를 조력합니다.”

-정신과 의사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까.

“촉진자 역할은 여러 직역의 정신건강 전문가들 팀이 맡는 형태로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훈련받은 동료지원가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촉진자 팀에 정신과 의사가 꼭 포함되지 않아도 진행이 가능합니다. 의사 인력 자원이 제한적인 만큼 의사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는 효율성이 존재합니다.

한편으로 오픈 다이얼로그에 정신과 의사가 참여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돕는 데에 이점이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오픈 다이얼로그 시험 운영 책임자는 위기 개입 초기에 정신과 의사가 한 번 이상은 촉진자 팀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정신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 약물 투여와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어떤 문제를 야기합니까.

“정신 위기 상황의 많은 경우 약물과 입원치료가 필요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약물과 입원치료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강요되면 서비스에 대한 불신과 불필요한 부작용, 심리적 외상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약물이나 입원치료는 위기 상황에서 당사자와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옵션들 중의 일부로서 신중하게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논의와 선택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오픈 다이얼로그의 중요한 목표이자 기능입니다.”

-당사자가 오픈 다이얼로그 과정에서 망상에 의해 분절되고 와해된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습니까. 만약 정신 위기의 당사자가 종교망상으로 인해 ‘내가 예수다’라고 외친다면 참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요.

“오픈 다이얼로그는 높은 수준의 정신 증상을 경험하는 당사자와도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모임 도중에 당사자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더라도 촉진자들은 있는 그대로 경청하며 당사자 스스로의 이야기를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조력합니다.

한 사례를 들면 첫 회기 초반에 당사자가 스스로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걸 힘겨워하고 한 단어와 그 다음 단어를 발언하는 사이에 수십 초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팀은 긴 시간을 차분히 기다리며 당사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청하며 조력했습니다.

결국 모임 후반에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 변화에 대해 스스로 만족해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모임 안의 안전감과 신뢰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했듯이 가상의 모임에서 당사자가 ‘내가 예수다’라고 선언한다면, 아마도 촉진자들은 “지금 00님께서 ‘내가 예수다’라고 말씀하셨네요. 혹시 그 말씀에 관해 저희에게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속단이나 평가 없이 그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경청하고 당사자의 스토리와 정서에 공감하려 노력하는 신뢰에 기반합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정교한 심리 이론과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개발된 기법입니다만, 본질적으로 오픈 다이얼로그는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이야기일지라도 여러 사람들에 의해 경청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가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오픈 다이얼로그에서 정신증 경험은 그것을 경험하는 이의 고유한 삶의 맥락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이나 견디기 힘든 감정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됩니다. 이러한 열린 대화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촉진자들의 팀워크, 솜씨, 인내가 중요하며 오픈 다이얼로그 실행을 위한 훈련은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신 위기 시 오픈 다이얼로그에서는 약물 처방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럼 그간 복용해 온 약을 끊는다는 의미인가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치료법이 아니라, 약물치료를 포함한 정신건강 서비스들을 당사자 중심으로 재배열하고 서비스 간의 평등한 협력 문화를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당사자와 가족이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돌봄 시스템 혹은 철학으로 이해되는 게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 라플란드 주에서는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우선적으로 오픈 다이얼로그 서비스가 제공되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와 가족이 그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서비스들의 정보를 얻고 선택합니다. 결과적으로 약물치료가 선택될 수 있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이루어지며, 여러 약물 중에서 항정신약물의 처방은 특히 조심스럽게 적용됩니다.”

김성수 전문의가 지난 2019년 WHO 지역정신보건서비스 지침개발 국제회의에서 한국측 책임자로 발표하고 있다. ©김성수 전문의 제공.
김성수 전문의가 지난 2019년 WHO 지역정신보건서비스 지침개발 국제회의에서 한국측 책임자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성수 전문의 제공]

-가족은 원하지만 당사자가 참여를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오픈 다이얼로그 서비스의 시작 단계에서, 당사자가 모임에 참여를 원치 않고 가까운 가족들만 참여를 원한다면 우선 가족들과만 네트워크 모임을 여는 것도 가능합니다. 오픈 다이얼로그의 서비스 대상은 한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관계망, 즉 네트워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네트워크 모임이 열리더라도 그 전에 미리 당사자에게 모임을 함께 하자는 초대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모임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도 모임에 함께 참여하도록 돕는 쪽으로 이후의 모임들이 이어지게 됩니다.”

-당사자 스스로 오픈 다이얼로그에 의한 치유를 받겠다고 문의 오는 경우도 있습니까.

“물론 당사자가 직접 서비스 요청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희 시험 운영의 경우 당사자 본인이 직접 문의하시는 경우가 한 차례 있었습니다.”

-당사자의 사회적 관계망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수평적이고 민주적 논의를 합니다. 최종 입원 여부는 누가 결정합니까.

“입원이 필요하면 입원 결정을 당사자를 포함한 네트워크 멤버들이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해외 사례에 따르면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경우는 당사자의 뜻에 반해 정신보건법에 따른 비자의입원이 진행되는 경우가 이따금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이미 오픈 다이얼로그 모임을 통해 당사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치료의 핵심 요소인 신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오픈 다이얼로그 진행 과정에서 정신 위기를 넘어서는 걸 목적으로 합니까. 정신 위기를 겪는 당사자와의 대화는 통상 며칠 정도 걸리는 겁니까.

“오픈 다이얼로그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심리적 연속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원리는 서비스 이용자와 첫 오픈 다이얼로그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치료진이 이후에 이어지는 치료의 형태가 입원치료이든 다른 어떤 형태의 개입이든지 간에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관계를 지속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형태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치료진을 만나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대단히 불편하고 고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동일한 치료진(일부라도)이 첫 네트워크 모임부터 이후에 이어지는 치료나 회복 프로그램의 과정에서 당사자와 네트워크가 요청하면 언제든 그들을 만나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시스템을 조직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심리적 연속성’ 개념의 핵심입니다.

그러한 원리에 따라 위기 초반에는 잦은 빈도로 네트워크 미팅을 갖다가 위기가 극복되어가게 되면 당사자와 가족의 필요를 반영해 가끔 모임을 가지는 방식으로 변경됩니다. 오픈 다이얼로그 위기 개입이 종결되더라도 미래에 다시 위기가 발생하면 언제든 당사자·가족의 요청에 따라 재개될 수 있는 이른바 ‘열린 종결’ 방식이 권장됩니다.

그러므로 통상 며칠 정도 소요된다는 고정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당사자와 가족의 필요에 따라 소요 시간과 빈도가 융통성 있게 결정됩니다.

한편 핀란드 서부 라플란드는 인구가 6만5000명으로 적고 30여 년에 걸쳐 오픈 다이얼로그의 발전에 따라 서비스 시스템이 변천돼 왔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의 인적 연속성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픈 다이얼로그를 새로 도입하는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가별로 오픈 다이얼로그의 서비스 조직 원리들 중에서 우선 적용 가능한 것들부터 시도하는 방식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는 위기상담 전화 의뢰인 중에 선별하고 동의 절차를 거쳐 오픈 다이얼로그를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의뢰나 연락은 많이 오는 편입니까.

“현재까지 의뢰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9월 말에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총 10회기의 지역사회 기반 오픈 다이얼로그 모임이 시행됐고, 소요 시간은 회기당 약 60분에서 90분 정도였습니다. 모두 급성 정신증 위기를 겪고 있는 사례였고 다행히도 네트워크 모임을 통한 당사자와 가족, 치료진 간의 협력을 통해 무사히 위기를 극복해가는 중입니다.”

-전담 상담팀은 어떤 이들이고 몇 명 정도입니까. 다학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라면 오픈 다이얼로그의 철학적 원리에 공감하고 실제 임상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까.

“현 시점에서 전담 상담팀은 저를 포함해 총 7명의 정신건강 전문가(정신과 의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예술치료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는 영국 오픈다이얼로그 협회(Open Dialogue UK)에서 실시하는 일 년 동안의 훈련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오픈 다이얼로그 국제 공인 교육자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오픈 다이얼로그를 도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외의 상담팀 전원은 이음병원 소속의 치료진들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애초에 정신증에 대한 전인적인 집단 개입으로서 ‘필요 맞춤 치료(Need Adapted Treatment)’가 먼저 개발됐습니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그 철학을 이어받아 발달된 치료 체계이고, 본질적으로 필요 맞춤 치료의 확장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음병원에서는 2012년부터 필요 맞춤 치료와 오픈 다이얼로그의 핵심 요소를 우리나라 급성기 병동의 상황에 맞도록 적용한 DOTP(Dialogue of treatment plan·치료 계획을 위한 대화)라는 이름의 집단 상담을 개발했고 지난 10년 동안 총 230 회기가 넘게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또 이들 상담팀 중 한 명이 올 1월부터 영국 오픈 다이얼로그 협회의 정규 훈련을 받기 시작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이음병원이 오픈 다이얼로그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렇듯 병원에서 장기간 기술을 개발하고 팀워크를 맞춰온 전문가들과 제가 한 팀을 이루어 몇 달간 함께 준비해 시험 운영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미지=김성수 오픈다이얼로그 실행 코디네이터 전문의.

-내년 3월에 해외 훈련자를 초청해 20명의 상담팀을 추가로 양성할 계획입니다. 관심을 가진 전문인력들이 많습니까.

“기존 상담팀에 추가하여 주관 연구기관인 아주대병원, 그리고 이번 연구의 비강압 치료 분야를 맡고 있는 천주의성요한병원 연구진들이 훈련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지역사회 기관 종사자, 동료지원가, 가족지원가들을 훈련에 초청할 계획입니다.

훈련을 마친 분들이 연구 기간 동안 수원을 대상 지역으로 한 시험 운영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한국형 훈련도구를 개발하는 공동 작업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급성기 병동에서도 시행한다고 했는데 여기에도 가족이나 동료들이 참여합니까. 만약 급성기 병동에서 오픈 다이얼로그 진행 후 회복이 된다면 바로 퇴원을 하게 되는 겁니까.

“애초에 오픈 다이얼로그는 지역사회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각국의 의료 환경에 맞추어 폐쇄병동에서 시행하려는 시도들이 독일, 노르웨이, 미국 등에서 있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정신증의 첫 치료가 입원을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급성기 병동에서의 오픈 다이얼로그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경기도립정신병원과 이음병원에서의 시행 경험에 따르면 급성기 병동에서 입원 초기에 이뤄지는 오픈 다이얼로그는 당사자와 가족의 만족도 및 회복 효과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퇴원 1개월 이후 재입원율만 놓고 보더라도 경기도립정신병원이 6%대였고, 이음병원은 그보다도 더 낮은 수준입니다.

급성기 병동에서의 오픈 다이얼로그에도 가족과 친지가 모임에 초청됩니다. 더불어 입원 상태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절차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료지원가,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가 초청되기도 합니다.

한편 오픈 다이얼로그는 구체적인 치료 계획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임이라기보다는, 난관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과 당사자·가족의 주도성을 복원하기 위한 서비스입니다. 그러므로 ‘오픈 다이얼로그 모임을 하면 곧바로 퇴원을 한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입원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오픈 다이얼로그를 통해 당사자는 서비스를 더 신뢰할 수 있게 되고 서비스 제공자는 당사자와 가족의 욕구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좋은 협력 관계가 만들어지게 되면 더 효과적인 입원치료 및 불필요한 장기 입원의 예방,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회복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의 이번 오픈다이얼로그 서비스는 2024년까지 진행되는 한국형 훈련 도구와 지침 개발의 예비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 기간이 끝나면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이번 연구개발 과제는 오픈 다이얼로그, 비(非)강압 치료, 회복 프로그램, 그리고 법적 결정권 조력이라는 네 가지 기술을 병원과 지역사회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종사자 훈련 도구와 서비스 지침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각기 적용하는 것보다는 서로 맞물려 연동해 지역과 병원에서 상호보완적이며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저희 연구진이 우리나라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과제를 잘 달성하고 그 성과를 증명할 수 있다면, 미래에 더 많은 지역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오픈 다이얼로그가 대안적 치료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오픈 다이얼로그를 기존의 서비스 목록 중 새롭게 하나로 추가되거나 기존의 주류 정신건강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기법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정확한 이해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오픈 다이얼로그는 위기 시에 서비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필요에 맞추어 다양한 서비스들이 서로 연동해 제공되도록 조력하는 치료적 접근이자 서비스 조직화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정신건강 서비스 환경에서의 오픈 다이얼로그는 지역사회 서비스와 병원 서비스 양쪽에서 동시에 발전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중앙정부가 이번 연구개발 과제를 제시한 일 자체가 그러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이 작업을 통해 한국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실용적 모델이 개발되는 것이 첫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이번 오픈 다이얼로그 시험 운영은 예산과 기간의 한계에 따른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 성격의 사업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이 서비스가 더 본격적인 정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서비스 이용자들과 전문가들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영국에서는 오픈 다이얼로그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무려 370명의 전문가와 동료지원가들이 20일에 걸친 정규 훈련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오픈 다이얼로그 시험 운영이 시작됐습니다.

이처럼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정책이 실천되기까지 수많은 당사자와 가족들의 장기간에 걸친 끈질긴 청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인 전문가들의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핀란드에서 시작된 오픈 다이얼로그가 약 44개국에 도입된 배경에는, 바람직한 치료를 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치료자들이 익숙한 치료 관행을 벗어나 기꺼이 새로운 접근법을 익히고 보급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오픈 다이얼로그가 기존의 정신건강 서비스와는 달리 관련된 모든 이들의 삶의 고유성을 존중하며 함께 협력한다는, 많은 이들이 꿈꾸어왔던 공동체 돌봄 모델과 가장 흡사하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에서의 오픈 다이얼로그 작업을 통해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여러 분야의 서비스 제공자들이 함께 협력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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