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도시의 한 구석진 곳에서 정신장애인들도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평론] “도시의 한 구석진 곳에서 정신장애인들도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 김문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3.03.13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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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일상 다룬 영화 ‘옆집’ 평론...낙인을 넘어 이해로
유튜브에서 ‘다큐 옆집’ 검색하면 무료 시청...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웃일 뿐
영화 '옆집' 포스터. [한마음의집 제공]
영화 '옆집' 포스터. [한마음의집 제공]

편집주: 공동생활가정에 사는 정신장애인들의 이야기 ‘옆집’이 최근 유튜브에 게재됐다. 영화는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한마음의집’ 당사자 회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사온 집의 화자는 이웃집이 정신장애인들이 사는 생활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처음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들과 접촉하면서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은 그들이 생의 내면을 잔잔하게 엮어가는 휴먼 다큐를 만들게 된다.

이 영화는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수상, 2017년 한국장애인영화제 대상 수상, 제18회 한국장애인영화제 대상 수상, 대만 타오위안 필름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초대될 정도로 수준 높은 영상을 보여준다.

지난 2021년 10월 KBS는 정신장애인을 둔 가족의 이야기를 서사화한 영화 ‘F20’을 공중파로 방영하려 했다. 당시 이 영화는 정신장애인과 가족이 겪는 심리묘사를 따라간다는 예술성을 홍보했지만 내용은 정신장애인이 사람을 살해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폭력적 서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신장애인 단체와 가족들이 연일 KBS 정문에서 시위하면서 결국 KBS는 방영을 보류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우리 정신장애인이 삶이다. 그들이 왜 아픈지, 어떻게 사회적으로 천민의 지위로 내려와 살아가야 하는지, 자본주의는 이들을 어떻게 사회적 삶에서 배제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울고 있는지를 알리는 서사를 우리는 바라는 것이다. 여기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고.

특이 이 영화는 ‘한마음의집’ 회원들이 퇴소 후 살아갈 집이 없자 자신의 돈으로 전셋집을 구해 이들을 월세를 받고 살게 했다는 이유로 지역 보건소로부터 고발당한 최동표 원장이 직접 기획·연출했다. 그가 겪고 있는 고초는 우리 모두의 고초이며 그가 견디는 시간은 우리 모두가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정신장애를 이해하려는 이가 있다면 이 영화를 꼭 권하고 싶다. 러닝타임 82분. 유튜브 검색창에서 ‘다큐 옆집’을 치면 볼 수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김문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영화 ‘옆집’에 대한 평론을 싣는다.

영화 '옆집' 영어판. [한마음의집 제공]
영화 '옆집' 영어판. [한마음의집 제공]

평론. 김문근 교수. 

편견과 낙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속에 내재화되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좌우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이웃으로 살아갈 용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영화는 특별한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정신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우연히 정신장애인과 이웃이 된 화자(영화감독)가 정신장애인과 만남을 갖고 대화하며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동안 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확대되는 과정을 잠잠히 따라오게 한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도 정신장애인과 함께 이웃으로 살아 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공감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정신장애인을 멀리 분리되어 존재했으면 하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함께 나눌 이야기가 있는 이웃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데 특별한 매력이 있다.

긴밀한 이해관계나 상호작용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신장애인을 포용하는 교양 있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연히 그들과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자신도 모르게 이슬비에 옷 젖듯이 학습된 사회의 편견과 낙인이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요동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부터 자신의 이익과 안전이 유일한 관심이 된다.

이 영화의 화자는 우연히 이사 온 곳에서 정신장애인이 이웃임을 발견하고 아내와 어린 아들의 안전을 염려한다. 그러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며, 그들의 삶을 잔잔히 들여다보며 그 고단한 삶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이 영화는 어떤 인위적인 각본도 염두에 두지 않은 듯 있는 그대로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그들이 식사하고, 잠들고, 일하러 나가고, 대화하거나 담배를 피고, 가족을 찾아가고,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거나 입원하고, 서로 갈등하는 일상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카메라 앵글은 정신장애인의 삶을 따라잡는 화자의 시선이자 마음의 동선처럼 느껴진다. 한 분이 ‘저희를 찍으시니까 어때요?’ 불현듯 말을 걸지만 화자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다. 대답을 듣지는 못했어도 질문을 던진 정신장애인의 표정은 평안하기만 하다. 아마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일 것이다.

편견과 낙인 때문에 정신장애인과 만나거나, 대화하거나, 함께 하루를 지내거나, 함께 일하거나,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이 영화는 낯섦, 불편함, 호기심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하루하루 정신장애인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의 삶과 아픔에 자신도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들은 한마음의집(공동생활가정)에서 자립을 꿈꾸지만 쉽지는 않다.

자립을 위해 제빵기술을 배우지만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복지카드 갱신이 안 될지도, 기초생활보장수급이 끊길지도, 또 조금이라도 자기 목소리를 높이면 정신질환이 재발했다는 진단과 함께 정신병원에 다시 입원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옆집'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화 '옆집' 컷. [유튜브 화면 갈무리]

두려울 정도로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기도 하지만 한마음의집 가족들이 제공하는 끊임없는 격려와 지원은 큰 힘이 된다. 함께 밥 지어 먹고, 약 챙겨 먹고, 작업장 다녀오고, 가끔 나들이나 여행을 다녀오고, 사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고,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보거나 담배를 피우며 염려를 잊고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그렇게 밤이 저물고 거리에는 어둠이 내리고 또 아침이 밝아온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며,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오는 도시의 한 구석진 곳에서 정신장애인들도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이 영화는 담백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정신장애인의 질병과 장애, 재활과 자립을 위한 시도와 좌절, 심지어 자살과 같은 슬픈 이야기를 그리기는 하지만 절망이나 허무가 아닌 희망으로 끝맺고 있다.

아내와 아들의 안전을 걱정하던 화자(영화감독)의 아들이 아무렇지 않게 한마음의집에 찾아와 정신장애인들과 어울리고, 장기와 체스를 배우는가 하면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어린아이들 눈엔 정신장애인은 여느 이웃집 형, 삼촌과 다를 바 없다.

아빠가 먼저 정신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관계 맺고, 대화하며 공감한 덕분에 어린 아들이 편견과 낙인 없이 정신장애인과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정신장애인과 함께 이웃으로 만나 인사하고, 대화하며,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면 편견과 낙인을 넘어서는 진정한 사회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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