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를 탈락시킨 것은 공무원 시험이 아니라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었다”
[기고] “그를 탈락시킨 것은 공무원 시험이 아니라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었다”
  •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
  • 승인 2023.07.2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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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 기고
공무원시험이라는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존재 부정당해
정신장애인은 무능하고 위험하다는 편견의 도그마로부터 해방되기
불합격 취소 처분 환영...우리가 권리의 주체로 정체성 확립해야
지난 2020년 6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신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심은 탈락을 정당하다고 봤지만 2심이 이를 뒤집고 불합격 취소처분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신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심은 탈락을 정당하다고 봤지만 2심이 이를 뒤집고 불합격 취소처분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4월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A씨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공무원 시험 면접관에 의해 좌초됐다. 국어, 영어, 한국사 등 공무원 필기시험의 주요 과목을 통과한 그가 통과하지 못한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우리사회의 도그마였다.

맹목적으로 신봉되고 있는 정신장애에 대한 도그마는 무쓸모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우리를 정의내리며 위험하고 통제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A씨의 노력은 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편견과 차별’에 의해 철저히 무너지게 된 것이었다.

많은 당사자가 편견과 차별을 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하나 결국에 막강한 힘 앞에 포기하고 체념하기 일쑤다. 하지만 A씨는 도그마를 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들고 1심 재판부로 향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도 1심 재판부도 사회가 만든 도그마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항소를 통하여 편견과 차별의 도그마를 해체하기 위하여 기나긴 3년의 세월을 오롯이 투자했다.

결국 그의 노력에 하늘이 감탄한 것인지 2심 재판부는 그의 손을 들어주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직무와 관련이 없는 내용을 질문하고 그 질문이 다른 면접관에게 영향을 미쳤으므로 해당 면접관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차별행위로 판단하였다.

A씨의 소식은 참으로 기쁜 일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괴로움이 그대로 남아있다. 과연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신장애 당사자가 A씨와 같은 불공정한 처우를 받았을 때,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고 또 패소하더라도 항소를 하며 3년의 긴 인고를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와 같이 ‘정신장애’를 이유로 차별과 편견에 근거한 불공정한 처우를 받더라도 이를 항변할 수단과 방법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없기 때문에 온전히 그 차별과 편견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제는 우리가 ‘소리 없는 아우성’ 때로는 ‘소리’를 내더라도 너무나도 쉽게 묵인되는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에게 집중할 때이다. 지방공무원 시험이라는 공적 영역에서조차도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팽배함을 보면 민간 영역에서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경기동료지원센터를 비롯한 여러 당사자 단체들은 더 힘을 결집해야만 한다. 우리를 향한 ‘차별과 억압’ 그리고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해야 한다. 우리는 더이상 ‘환자’가 아님을 직면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환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개개인이 불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 역량은 정신과 의사가 약물을 주듯이, 사회복지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그 역량은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 명명해야 하고 의미를 규정해야 하며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

끝으로 3년의 긴 인고 속에서 차별과 편견에 맞서온 A씨의 용기에 감사함을 표하며 정신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무쓸모한, 무능력한 존재로 낙인을 찍는 우리 사회를 향해 우리는 더욱 크게 울부짖을 것이다.

“심리·사회적 당사자의 권리를 해방하라”, “우리를 향한 억압과 폭력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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