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라고 공무원 시험서 탈락?...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지자체가 위자료 지급해야”
“정신장애인이라고 공무원 시험서 탈락?...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지자체가 위자료 지급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7.21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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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고법, 면접시험 재량권 일탈...추가 면접도 하자 치유 안 돼 위법
면접위원들이 직무 역량 아닌 ‘정신질환’ 문제 집중 질문...불합격 처리
원고 정신장애인 당사자 “국가가 정신장애인 욕구를 짓밟는 비겁한 행동해”
수원고등법원. [사진=연합뉴스]
수원고등법원. [사진=연합뉴스]

경기 화성시의 지방직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정신장애인이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면접시험에서 불합격된 사건에 대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2심 판결이 나왔다.

21일 수원고등법원(재판장 노경필)은 A씨가 화성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화성시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원고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10년 전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장애 등록을 마친 후 꾸준한 치료 과정을 통해 안정된 상태로 일상생활을 유지해왔다. 이후 2020년 화성시 지방공무원 장애인 지원 임용시험에 지원해 우수한 성적으로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질문 외에 ‘장애유형과 정도’, ‘장애등록이 되는 장애인지’, ‘약을 먹거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 장애와 관련된 질문을 수차례 했다.

A씨는 무난하게 답변을 했지만 ‘미흡’ 등급으로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이후 A씨 측의 문제 제기로 최초 면접위원들이 배제된 추가면접을 했지만 역시 불합격 처리됐다.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이 A씨에게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이며 면접위원의 질문과 판단은 재량권을 일탈해 남용한 것으로 봤다.

면접위원이 업무적합도를 가늠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는 화성시 진술에 대해 “공무원으로 수행할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할 수 없고 그 질문을 통해 A씨의 장애를 직무능력에 대한 평가 요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이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이 맞으며 이것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가 면접을 진행했고 그때는 장애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행위로 볼 수 없다”고 화성시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국가는 가장 모범적인 고용주가 되어야 함에도 정신과 약을 먹고 또는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면접에서 떨어뜨렸다”며 “보통의 삶을 원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욕구를 짓밟는 비겁한 행동이며 권한을 남용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1심에 불복해 2022년 5월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화성시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국가배상법에 따라 A씨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라 A씨는 면접시험을 다시 볼 수 있게 됐으며 최종 합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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