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책임을 묻는다"...죄없는 발달장애인을 정신병원에 1년6개월간 가둔 병원과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한민국에 책임을 묻는다"...죄없는 발달장애인을 정신병원에 1년6개월간 가둔 병원과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 조유진 기자
  • 승인 2023.07.20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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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시켜 달라니 외려 “자·타해 위험성 있다”며 입원 연장 근거로 악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두루, “인신구제청구소송하니 이틀만에 퇴원시켜”
입원 제도 개선하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조속히 통과시켜야
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c)마인드포스트.
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c)마인드포스트.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2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는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입원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보상, 정신건강복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적장애와 뇌전증장애를 가진 50대 이모 씨는 모친 사망 후 가족간 재산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여러 차례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이씨는 호소가 가로막히자 마지막 수단으로 자해를 했고 경찰은 그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 그는 입원 과정에서 권리 고지를 받지 못했고 퇴원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퇴원 신청을 접수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병원은 이씨가 “제발 퇴원만 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자·타해 위험성’으로 몰아 입원 연장의 근거로 악용했다. 그는 불법 강제입원을 인지한 공익변호사들의 도움을 받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다.

연구소와 두루는 2022년 6월 이씨에 대한 퇴원심사청구를 제기했지만 심사 끝에 기각됐다. 같은 해 8월에 인신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자 병원 측은 청구서를 받은 지 이틀만에 이씨를 퇴원시켰다.

연구소 측은 “이러한 퇴원은 원고(이씨)가 입원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형식적인 입원 연장이 이뤄졌다는 걸 반증한다”며 “무분별한 강제입원의 문제점과 해당 병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두루의 한상원 변호사는 “입원과 입원 연장, 퇴원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에서 원고의 지적장애를 고려한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다”며 “법의 테두리만 바뀌었을 뿐, 강제입원을 둘러싼 현실은 거의 바뀐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은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면회를 요구했지만 병원은 면회조차 거부했다”며 “정신건강의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자기 선택에 따라 자유롭고 인도적인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10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장애인의 강제적 시설화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비자의적으로 자유를 박탈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의 폐지, 비차별적 법률의 제정,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자유 및 안전에 관한 권리를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회복시킬 것을 권고했다.

2016년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서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화고 정신질환자를 격리와 배제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강제입원의 인권 침해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연구소 판단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c)마인드포스트.
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c)마인드포스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회장은 “강제입원이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조차 작동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사법체계와 행정체계에 대해 공분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당사자의 방어권, 진술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식으로 발달장애인들을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반희성 활동가는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자는 인신구속을 당하는 징역형을 받는다. 그런데 강제입원된 정신장애인은 어떤 잘못을 했기에 징역살이만도 못한 생활을 강요당하는 것인가”라며 “병원에 가두고 학대하는 것은 사회와의 격리이자 처벌이나 다음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노태우 소장은 “정신병원 강제입원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인권 침해의 피해자를 끊임없이 양산해내는 현재의 정신건강 복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내야 한다”며 “입·퇴원 절차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를 제대로 막아낼 수 있는 권리 옹호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와 두루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씨에게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할 것 ▲보건복지부는 입·퇴원 및 치료 과정에서 당사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원 제도를 개선할 것 ▲정신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구축할 것 ▲국회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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