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초등 교사 비극에...“희생양 찾고 공격하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 이겨내야”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초등 교사 비극에...“희생양 찾고 공격하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 이겨내야”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3.07.21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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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은 개선됐지만 교사 돌봄은 부족...심리지원 체계 마련 시급
교사의 근무 외 시간 휴식 권리 보장...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학생 인권만 중시하고 교사 권리 앗아가면 교육 자체 붕괴될 것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학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21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희생양을 찾고 공격하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을 이겨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회는 “학생들은 교내 상담센터, 위센터 등을 이용해 상담을 할 수 있게 됐고 학교폭력 등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수년간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교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돌봄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고 행정업무까지 도맡는 상황, 학교와 구성원 조직의 분위기나 특수한 문화에서 비롯되는 정신건강 관리게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사회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충을 상담할 수 있고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선생님과 아이들) 한쪽의 과도한 희생으로 간신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상처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교사도 근로자처럼 노동과 휴식이 분리돼 근무 외 시간에는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건강을 정신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내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며 아무 때나 연락하고 응답받아야 한다는 일부 학부모의 인식은 이제라도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지난 수년간 학교 문화가 급격히 바뀌면서 오히려 교사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지만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국가가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학생들의 인권만 중시하면서 교사의 권리를 앗아가고 의무만 지우는 것이 지속된다면 이는 교육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자녀 양육의 불완전함에서 불쑥 찾아오는 자신의 불안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정에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 사랑과 교육을 교사에게 강요할 경우 아이들의 무절제와 방종을 낳게 되고, 이기적이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게 자란 자녀들은 결국 부모에게 족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의사회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2차 가해”라며 “누군가를 탓하고 비난하며 상처를 준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는 아이들의 건강한 교육과 발달을 목표로 한다”며 “그 목표를 이루려면 우리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생양을 찾고 공격하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을 이겨내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고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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