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권력의 프로파간다 역할하는 사악한 언론...“언론은 정신질환에 대한 황색 저널리즘 행태 멈춰야”
의료권력의 프로파간다 역할하는 사악한 언론...“언론은 정신질환에 대한 황색 저널리즘 행태 멈춰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8.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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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언론의 정신질환 낙인 기사에 반박 성명 발표
정치적 비판 넘어 과학적 분석에 따른 의료권력과 언론권력의 통계 비판
입원 환자 줄었지만 외래환자는 큰 폭 늘어...지역사회 돌봄 고민해야
특정 연도만의 범죄 건수 보도는 편향적...10년간의 통계 전체 살펴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살인사건도 평균 30% 감소...지난해 15명으로 최소
8월 7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8월 7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지난 3일 경기도 분당구 서현역 백화점 흉기 난동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낙인의 시선을 더 강화했다. 피의자 최원종의 칼부림에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후 차가운 사회적 시선에 더해 언론은 “정신질환자를 방치해 왔기에 이 사건은 예고된 참상”이라는 형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권력의 ‘조리돌림’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영역까지 침범했다. 바로 정신병원에 ‘격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7년 5월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 유형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전 법인 정신보건법에서는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입원을 당해야 했다.

이는 재산 분쟁에서, 이혼 과정에서 변형된 형식의 감금을 만들어냈다. 바로 이해 주체의 대립에서 한 명을 제거하기 위해 이 ‘강제입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강제입원 비율은 90%를 넘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을 위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2인의 교차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의 2인의 진단이 다르면 바로 퇴원시켜야 한다. 물론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형식으로나마 정신장애인의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언론이 앞장서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대중은 이를 내면화해 정신질환자를 ‘무서운 존재’이거나 ‘경멸스러운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언론은 이 프레임을 만드는 데 제 일차적 ‘부역’을 해왔다.

28일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언론이 만들어낸 ‘정신질환 범죄 신화’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치적 비판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비판 성명이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선동 기사의 논리 전개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짐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늘어남 ▲이들의 범죄 행위 증가 ▲묻지마 살인범죄 발생 순으로 이어진다. 논리의 결말은 “정신질환자의 인권 강화보다 오히려 강제입원을 강화해서 범죄 발생을 막아야 한다”로 끝난다.

서현역 사건 이후 <머니투데이>의 기사가 그 같은 논리의 전형이다. 지난 7일 이 매체는 [“정신질환 인권 찾다간” 4년 전 이미 경고...범죄만 늘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발행했다.

연구소는 이 신문의 논리 전개를 따라가며 문제점을 분석했다.

연구소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강제입원 절차가 까다로와졌다는 부분은 사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늘어났다는 부분에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인용해 ”법 개정 전인 2016년 2마3131명에서 법 개정 이후 작년(2022년)에 1만8212명으로 무려 21.3%나 감소했다“고 적었다. 사실일까?

조현병 입원외래별 환자수. 

위의 표에 따르면 조현병 입원 환자 수는 지난 10년 사이에 감소 추세를 보인다. 연구소 측은 ”이는 입원 환자만을 놓고 보았을 때 감소한 것이지 외래 환자의 추이는 입원환자와 정반대로 증가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현병 환자는 지난 10년간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해왔으며 2017년 정신보건법 시행을 전후한 5년의 평균치는 약 3000명 가량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즉 퇴원한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외래치료를 받으며 그만큼의 입원 환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통계가 말하는 진실은 감소된 수만큼의 입원 치료 조현병 환자들이 외래 치료로 옮겨갔다“며 ”조현병을 치료받는 전체 환자 수는 오히려 법 개정 이후 확연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조현병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외래를 통해 진료받고 증상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한 추세이고 권장돼야 할 일이지 이를 두고 어떻게 치료에 방치된 조현병 환자가 늘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8월 22일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8월 22일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연구소는 법 개정 이후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늘어나 이들의 범죄 행위가 늘어났다는 <머니투데이> 주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신문이 기사에 반영한 범죄통계 수치는 사실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하지만 신문이 인용한 기간은 2015년과 2019년 두 연도만의 비교이며 이는 전체 통계를 외면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경찰청 정신장애범죄자 통계 (2013~2022)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발생 추이는 점차 감소해왔고 법 개정 전후 5년을 비교해도 평균 16% 감소했다.

또 폭력 범죄 건수는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세부 유형 중 폭행은 37% 증가한 반면 상해는 6% 감소했고 가중처벌되는 폭행행위는 91% 감소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는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발생 빈도가 법 개정 이후 감소해왔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긴 채 발생 빈도가 증가한 폭력범죄의 일부 통계치만을 교묘하게 활용한 거짓 정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머니투데이>가 묻지마 살인범죄는 예견된 결과라는 의료계의 지적을 인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범인에게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하나의 사실에 기반해 범인을 미리 강제입원 시켜 치료하지 않는 것이 사건의 발생원인이라는 기묘한 점괘”라고 비판했다.

이 기관은 “서현역 사건 같은 ‘묻지마 범죄’가 다시 일어날 거라는 의사들의 ‘4년 전의 경고’는 정신질환자들을 향한 고약하고 악랄한 저주”라며 “왜냐하면 모든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키지 않는 이상 결코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묻지마 범죄’가 3년간 일어나지 않다가 4년째 발생하면 ‘4년 전의 경고’가 되고, 8년 후에 일어나면 ‘8년 전의 경고’가 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의사와 언론은 “4년 전에 이미 경고했었다”라고 자신들의 ‘점괘’를 낸다고 기관은 반박했다.

경찰청 정신장애범죄자 통계 중 살인 범죄 (2013~2023)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범죄의 증가에 대해서도 연구소는 문제를 제기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살인범죄는 평균 21건으로 복지법 이전 대비 30%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살인범죄는 15건으로 통계가 잡힌 지난 10년 중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강제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져 범죄만 양산하고 있다는 의료권력과 언론의 논리에 대한 반박 자료다.

연구소는 <머니투데이>가 정신질환자 인권 강화보다 강제입원을 강화해 범죄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결국 의료권력과 의료권력에 빌붙은 일부 언론이 하고 싶은 주장”이라고 전했다.

이 기관은 “의사들이 나서서 대중을 상대로 자신들의 의료 고객인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웃지 못할 패러독스”라며 “일부 언론은 기사를 통해 이 악질적인 프로파간다의 훌륭한 보조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더이상 의사라는 전문가의 ‘입’만을 통해 그들이 던져주는 편향된 정보만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공포와 혐오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황색 저널리즘의 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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