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법입원 제도는 허황된 유토피아...자유권 침해의 디스토피아 세상될 것
[기고] 사법입원 제도는 허황된 유토피아...자유권 침해의 디스토피아 세상될 것
  • 이한결
  • 승인 2023.08.27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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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동료지원센터 이한결 센터장 기고
사법입원제,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 자행될 가능성 높아
전체주의적 치안법이 아닌 권익보장법 제정으로 안전망 구축해야
세계보건기구, 심리사회적장애 용어 공식 채택...한국도 이를 따라야
의료수가 올려도 지역사회 투자 없이는 당사자 삶 포용 못 해
심리사회적장애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필요한 시점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전체주의적 치안 법률, 사법입원

최근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정신건강 관련 이슈가 쟁점화됐다. 정부대안인 ‘사법입원(안심입원)’을 둘러싸고 정신의료계와 정신장애계 간의 첨예한 대립도 격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대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정신건강 생태계를 개혁해야 할 주체를 반목시켜 정신건강 개혁을 후퇴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해결책은 범죄를 예방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에 의한 범죄가 자행될 가능성이 크다.

예외적 사건이 벌어질 때 등장했던 ‘사법입원(안심입원)’ 제도는 평범한 곳에서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고 공동체를 무너트린다. 이는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 그리고 심판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 등을 살펴보아도 예외적 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해당 제도가 그 문제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정부 대안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사법입원제는 사법체계 내에서 ‘악의 평범성’으로 작동하며 국가에 의한 인권 유린이 자행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판단을 상실한 정부 대안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고립된 자들을 가두고 배제하며 전체의 안전이 확보될 것이라는 전체주의적 생각에서 나온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실제로 사법입원 제도는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규약에 위반되는 내용이며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들도 규탄받고 있다.

해결책은 국민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권익보장법

한편,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사람을 손쉽게 가두는 치안법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는 ‘권익보장법’이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 속에서 번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 현재 사건을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진주방화사건을 비롯해 2023년 서현역 사건 등 잇따른 사건들은 모두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관련성이 높았다. 또한 정신질환과 연관을 짓기에는 이례적인 사건들이었다.

따라서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권익을 보장하는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한편, 권익보장은 개인의 정체성과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출발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완전함을 인정하고 개인이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괜찮을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장애라는 용어 대신 심리·사회적 장애라는 용어를 채택해야 한다. 이는 심리사회적 취약계층을 포괄하고 사전에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입할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정신장애(Mental Disorder·정신질환)라는 용어 대신 심리·사회적 장애(Psychosocial Disability)라는 용어를 공식 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해당 개념은 2019년 진주방화사건과 2023년 서현역 사건 등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강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한편, 심리·사회적 장애는 독특한 현실지각과 정신적 상태로 인한 개인의 경험 및 이해가 사회로부터 수용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장애를 의미한다. 여기서 장애는 ‘손상’이나 ‘질환’이 아니다. 사회적인 장벽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그 어떠한 특수성과 독특성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폐쇄성은 개인을 파편화하고 비인간화시키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다.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배제와 억압을 경험한다.

폭력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에서 포용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으로의 전환

우리 사회의 과제는 전체주의 권력을 지닌 비대칭적인 의료 권력을 해체하고 폭력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정신과 병상을 줄여나가며 지역사회 자원과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만 유독 정신병동 병상수를 통한 통제, 장기 재원일수 등을 보이며 선진국과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역사회 투자를 늘리고 난 뒤에 손보지 못했던 의료시스템을 손보아도 늦지 않음에도 지역사회 투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료수가를 아무리 많이 올려도 지역사회 투자 없이는 정신질환 등 독특한 현실지각과 정신적 상태 등을 경험하는 심리·사회적 장애 당사자의 삶을 포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고문과 직접적 관련 없음.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고문과 직접적 관련 없음.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포용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은 독특한 현실지각과 정신적 상태를 사회로부터 수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UN CRPD(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위반사항으로 지적한 강제적인 약물치료, 입원 등은 철폐돼야 한다. 또한 약물 중단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서비스 선택이 보장돼야 하고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들이 많이 개발 및 보급돼야 한다. 나아가 탈원화 및 탈시설화의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 투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통해 예산을 확충해나가야 한다.

국내 2021년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은 3천694억으로 국민 1인당 7천139원으로 포용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에 정신 및 행동장애 정신의료 예산은 의료급여 1조7천604억원(의료급여통계, 2021)과 건강보험 4조9천881억(건강보험통계연보, 2021)으로 국가가 투자하는 정신의료 비용은 6조7천485억원에 달한다. 정신의료비 대비 지역사회 예산은 5.4%에 불과해 매우 적다.

정신의료비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동안 지역사회에는 무관심하고 있는 것이 정부 정책의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역사회 예산을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강제적인 입원 및 치료를 지양하고 장애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지역사회의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고 이 과정에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장애당사자 단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 CRPD)의 대한민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강제적 치료, 입원 등이 협약 14조, 15조, 17조를 위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19조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포함해 지역사회 투자를 늘리고 탈원화를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폭력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에서 벗어나 포용적인 인간 중심의 정신건강 시스템을 시급하게 만들 것을 당사국에 촉구하고 있으며 대안적인 서비스로 동료지원(Peer Support), 동료지원쉼터(Crisi Respite), 웜라인(Warm-Line) 등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주의적 발상을 멈추고 이제는 심리·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장해 범죄예방과 인권존중을 위한 권익보장법을 제정을 통하여 정신건강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해답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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