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원서 투신 사망한 입원환자, 병원의 인권침해로 볼 수 없어”
인권위 “정신병원서 투신 사망한 입원환자, 병원의 인권침해로 볼 수 없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0.25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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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산책 후 병동 안 들어가고 5층서 투신…병원 “자살 완벽히 막을 시스템 없어”
정신건강복지법, 정신병원 시설 범위 입원실 등 병동 내로만 규정…안전 시설 범위 넓혀야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투신해 사망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병원이 사망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인권위는 피해자의 부친이 낸 진정에 대해 입원한 정신장애인의 보호 범위를 병동 내로 축소하는 대신 병원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25일 표명했다.

2021년 1월 5일 정신병원에 보호입원된 피해자 A씨는 입원한 지 73일째인 2022년 3월 18일 병원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 있는 창문을 통해 투신해 사망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A씨는 과거에도 이 병원과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다.

주치의는 입원 일주일 경과 후 이탈 등 위험 소견이 없다고 판단해 산책을 허용했다. 폐쇄병동 입원환자는 하루 1시간가량 지정된 장소에서 자유산책을 할 수 있다. 당시 자유산책 환자는 총 28명이었다.

A씨는 산책 후인 이날 오후 4시 37분경 4층 병동으로 들어가지 않고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참에 올라가 방충망을 열고 투신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치료진에 자살 의사를 밝힌 적이 없으며 치료진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한 온순한 성격이어서 병동에서 사고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계단 창문의 방충망은 추락방지용 안전방충망으로 교체됐다.

병원 측은 중독 문제의 이면에는 정신과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있고 자살을 계획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살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사고가 난 후에는 미흡한 점을 지적할 수는 있으나 사고 전에는 예측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계단참이 창문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도 안전 점검 대상으로 삼는 곳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역시 정신병원 시설의 범위를 입원실, 치료실, 보호실 등 병동 내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병원은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으로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다. 4층은 남성 폐쇄병동으로 5층은 옥상 정원으로 운영 중이다. 병원 인력은 정신과 전문의 5명, 간호사 13명, 임상병리사 1명, 사회복지사 4명 등 총 69명이 근무 중이다.

병원 측은 당시 보호자인 A씨 모친에게 산책 및 야외활동 동의서를 받으면서 ‘치료자의 보호를 피해 이탈할 수 있다. 다량의 음주를 할 가능성이 있다. 치료자의 보호를 피해 자해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등 관계 법령상의 시설기준 등을 준수한 점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관련한 안전 기준이 없는 점 ▲피해자의 자유산책이 보호자 동의하에 진행된 점 ▲자유산책 중 보호 인력이 배치돼 있었던 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병원 측이 보호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관련 기준을 위반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장기입원 환자의 비율이 높은 정신의료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절할 치료환경의 구축 측면에서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실외 산책이나 운동 등의 신체 활동은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환자의 안전 확보와 적절한 치료 측면에서 병동뿐만 아니라 환자의 활동 반경이 미치는 관련 시설 전반에 걸쳐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병원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자 안전을 위해 시설의 규격 및 기준을 병원 내 전반적인 환경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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