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신축 건물 분양하면서 보증금 돌려줄 돈은 없다고?…피말리는 건물주의 행패
5층 신축 건물 분양하면서 보증금 돌려줄 돈은 없다고?…피말리는 건물주의 행패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4.02.02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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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의집 보증금 2억 반환 요구하자, 건물주 “원상복구하면 주겠다”
25년간 살며 ‘합의하’에 리모델링 했는데 건물주가 “계약 허위” 돌변
결국 소송…최 원장 “힘 있는 권력자였다면 건물주가 이랬겠나” 울분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정신재활시설 ‘한마음의집’이 건물주의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 건물주는 홍은동 인근에 5층짜리 건물을 신축할 정도로 재력이 있지만 한마음의집 보증금 반환은 일 년째 미루고 있다.

한마음의집은 지난 1998년 건물주 A씨와 월세 75만 원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정부 도움을 바라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은 월세 압박을 받으며 차별과 편견으로 정신장애인을 보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활동을 펼쳐야 했다.

원래 이 건물 2층에 거주했지만 1층 세입자가 나가면서 건물주 A씨는 최 원장에게 1층을 임차하라고 종용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에 최 원장은 1층을 월세 150만 원에 임차 계약했다.

최 원장에게 이 월세는 부담이 컸다. 그는 보증금 마련을 위해 부친이 남긴 시골의 논과 밭을 처분했고 은행 대출, 지인의 도움으로 보증금 2억 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열악한 거주환경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4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은 비가 오면 천장에 물이 새고 전기 또한 누전되기 일쑤였다. 서대문구 소방서에서 지도점검이 나오면 매번 시정 요청이 들어왔다. 외풍이 심해 보일러를 24시간 켜다 보니 난방비만 다른 건물에 비해 2배 이상 들었다.

건물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수리를 요청했지만 그는 “알아서 처리하라”는 답변만 보냈다.

최 원장은 공적 자원을 찾아나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삼성복지재단 등 프로포절을 넣어 당선이 되면 그 돈으로 건물을 보수하고 수리해 나갔다. 벽지와 장판 교체, 보일러 교체, 전기공사, 주방시설, 욕실과 거실 보수가 차례로 이어졌다.

최 원장은 “당시 저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보수한 것이 아니라 프로포절을 내고 당선돼 공적 체계 안에서 (수리와 보수가) 이뤄졌다”며 “집수리는 건물주 동의 하에 원상회복 없는 조건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2019년, A씨는 현 건물을 한마음의집이 매입하라고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 최 원장을 인수를 포기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때도 보증금을 주지 않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22년 말, LH토지주택공사에서 장애인시설에 지원하는 주택에 ‘한마음의집’이 선정됐다. 최 원장은 이를 A씨에게 알리고 2023년 3월 지원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시설은 화장실이 2개가 있었고 공간도 넓었다. 월세 45만 원의 이 시설에 입주한 회원 8명과 그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 원장은 A씨로부터 보증금을 반환 받으면 이를 임대계약서에 넣어 월세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A씨는 거부했다. 그는 2억 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건물의 원상복구 비용까지 요구했다. 독립적 주거를 위해 개조한 출입구 등의 원상복구비 6천만 원을 받아야 전세금을 돌려주겠다고 우겼다.

하지만 애초에 원상복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게 최 원장 설명이다. A씨는 이 합의서도 허위라고 부인했다.

최 원장은 “정신장애인이 따뜻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건물을 보수하고 수리했을 따름인데 무엇을 원상복구하라는 건가”라며 “40여 년 전의 낡은 건물로 다시 돌려놓으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건물주는 저희가 거주한 주택 외에도 서대문구에 몇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며 “홍은동 인근에 5층 빌라를 신축 분양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 원장은 “25년간 정든 건물을 제대로 떠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저와 회원들의 희망인 전세보증금을 하루빨리 돌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법원에 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 상황과 관련해 정보영 서울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건물주가 말하는 건물 원상복구라는 말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일방적”이라며 “노후화된 주택을 개보수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고 쾌적하게 만든 주택을 원상복구하라는 요구는 사회통념상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성북구에서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황현각 원장은 “보증금 반환 소송은 수많은 정신재활 관련 시설들이 이와 같은 소송에 휘말리게 될 소지를 만드는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전세보증금 반환 건은 통상의 정상적인 건물주의 요구를 벗어나 비상식적”이라며 “건물주의 잘못된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소송 판결은 오는 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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