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감상문] "와.... 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발견해주는 소중한 인연이길...
[당사자의 감상문] "와.... 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발견해주는 소중한 인연이길...
  • 사라
  • 승인 2024.03.1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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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상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스킵해 주세요.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네가 너이기 때문에 난 널 좋아한거야." 해성의 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영화를 발견하고 왔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해석하면 전생, 뭐 이런 뜻인데 이 영화 전반적으로 "인연"이라는 단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12살의 해성과 나영은 어리지만 서로 너무나 잘 통하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입니다. 나영은 욕심이 많아서 해성에게 1등은 빼앗긴 날 울어버립니다. 1등을 한 해성은 나 1등 처음해본거라며, 나영 때문에 항상 2등 했다며 나영을 달래줍니다.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캐나나로 이민 가기전에 나영엄마가 마련해준 데이트(?) 자리에서 둘은 푸른 잔디마냥 웃고, 차 안에서도 손가락 깍지를 낍니다.

그후에 나영은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갑니다.

12년이 지난 후 나영은 뉴욕에서 글쟁이가 되어있고, 해성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나영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 해성의 글을 보게 됩니다. 둘은 12년만에 스카이 푸로 재회를 하게 됩니다.

12살에 헤어진 뒤 서로를 못잊고 서로를 찾고 찾았다는게 신기하다는듯이 노트북 너머로 그 애틋함이 너무나 절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젊었고, 가난했고, 성숙하지 못했기에 '이제 우리 그만 연락하자' 는 나영(노라) 의 말로 또다시 이별을 하게됩니다.

또다시 12년이 지나고 이제 곁에 백인작가 남편이 있는 노라는 다음 주에 직장인인 해성이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드디어 만남의 날.

길건너의 나영(노라)을 알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해성.

그런 해성을 향해 정말 12살 어린 나영으로 돌아간듯한 표정으로 "와... 너다!!!" 라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멍하게 서있는 해성을 나영(노라)은 격하게 두번이나 안아줍니다.

자유의 여신상, 유람선 등 짧은 둘의 데이트.

이제 거의 마지막 밤이 다가옵니다.

나영(노라)의 남편과 셋이 뉴욕의 바에 앉아있습니다.

묘하디 묘한 세사람의 사이 뭔가 기묘하지만 따뜻한 여백이 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또다시 '인연'에 대한 언급을 합니다.

"네가 12살 때 날 떠나지 않았다면 내가 널 찾았을까?"

"12년 전에 내가 뉴욕으로 널 보러 왔다면 우리는 결혼했을까, 아이를 낳았을까?"

"8천겁을 지나야 다음 인연으로 이어질까?"

"지난 생애가 패스트라이브즈(전생)이라면 이제 우리는 언제가 다시 만날수 있을까?"

"그때 보자(See you then)"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해성을 태울 우버택시를 기다리는 2분 내내 한마디의 대사 없이 오로지 서로에 대한 뜨겁지만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 연기와 카메라에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해성을 보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나영(노라)은 12살 어린애에서 현실로 돌아와 해성과의 이별을 실감하며 남편 앞에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곁을 지켜주는(being with) 남편의 사랑 또한 눈물겨웠습니다.

이렇게 '인연'이라는 것은 떨어져있지만  서로를 연결해주는, 뭐랄까 '끈' 같은 것일까요.

제게도 참 소중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짧은 대화에도 영혼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경험.

'와...너다!!' '너는 너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했던 거야'(해성의 대사)라고 말해주는 사람.

우울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같이 몸을 던져주었던 사람.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오늘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인연으로 묶여있음으로, 그래서 참으로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패스트라이브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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