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 판단의 객관성과 당사자·절차보조인 권리 보장해야
사법입원제, 판단의 객관성과 당사자·절차보조인 권리 보장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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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심사모델은 공정성 확보되지만 절차가 형식적
준사법모델은 전문가가 참여하지만 이해관계 빠질 수 있어

사법입원제도가 도입될 경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보호의무자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사법입원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절차보조인 제도를 강화해 당사자와 가족이 계속입원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에서 이만우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장은 “급성기 치료로부터 퇴원 후 지역사회 기반 회복 및 사회복귀가 이뤄지지 못하는 치료·재활, 회복지원 복지시스템이 미흡하다”며 “입원, 외래 및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환자와 가족의 회복지원 서비스 프로그램에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의 저강도 입원이 지속되고 비치료적인 ‘사회적 입원’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며 “지역사회 필요 서비스를 정신보건서비스와 결합시켜 커뮤니티케어로 통합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과 의료라는 두 차원에서의 보장 요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개정됐지만 인권이 강화된 것도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을 권리도 무시돼 왔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현재의 치료적 접근성의 퇴보, 이로 인한 인권보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중증정신질환 관리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치료 개입을 제도화하기 위해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개정안이 치료 환경은 미비하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강제입원을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사법입원제도는 강제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프랑스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팀장은 “사법적 심사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며 상급기관에 그 심사에 대한 불복이 가능하더라도 그 기관의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며 “강제입원 과정에서 환자의 권리에 대한 고지, 입원 전 환자의 이의제기 보장, 절차보조인과 같은 국가가 선임한 자의 환자 지원 등 환자의 절차적 권리보장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법원 심사 모델과 준사법기구 모델은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을까.

이 팀장은 “법원심사 모델은 입원 여부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확고해 적법절차 위반 논란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반면 절차가 형식적이어서 환자에게는 낙인 또는 외상이 될 수 있다”며 “심지어 판사가 정신건강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에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준사법기구 모델의 경우 전문가가 입원심사에 직접 관여해 실질적 판단이 될 수 있고 환자에게 낙인이 되지 않도록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직접 개입하는 건 이해관계에 빠져들기 쉬우며 유연한 절차는 경우에 따라 적법절차의 요건에 미달할 수 있다. 준사법기구 심사에 대해 다시금 법원심사가 행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므로 판단의 종국성도 확보되기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다.

이 팀장은 “따라서 두 모델 중 어느 것을 택하든 입원심사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심사절차의 형식, 즉 환자 본인, 절차보조인 및 이해관계인의 절차상 권리를 보장하고 불복 가능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느 시점에 입원심사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독일식의 조기심사방식, 그리고 미국 뉴욕주와 영국, 일본이 채택한 중기심사방식으로 나뉜다.

조기심사는 응급입원 후 72시간 내, 길어야 1~2주 내에 입원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중기심사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일단 입원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상당기간(약 28일) 강제입원을 인정하다가 이후 계속입원 결정 여부를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 팀장은 “조기심사 방식은 적법절차 원칙에 충실한 반면 거의 모든 강제입원이 최초 심사의 대상이 되므로 심리건수가 많아져 인력과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방식은 강제입원을 주도하는 측은 물론 환자 본인에게도 부담이 되므로 강제입원율을 낮추고 강제입원 요건이 충족될 경우 재원 기간을 다소 길게 만들 유인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심사 방식은 계속입원 결정 전 퇴원시킬 경우 별도의 심사가 필요 없어 강제입원율이 다소 높아질 수 있으나 그 이후 심사 없이 퇴원시키기가 용의하므로 재원 기간이 짧아질 수 있으며 절차비용 부담도 절감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중기심사 방식이 강제입원 사후 승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심사절차를 거쳐야 계속 입원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법입원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의 입원심사 관련 제도장치들은 폐지돼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즉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보호의무자 제도의 폐지가 거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사법입원제도가 여전히 인권보장과 치료적 접근성 제고라는 상호 배제적 프레임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단순히 강제입원율 하락과 재원 기간 단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계속입원 및 ‘사회적 입원’을 억제하고 필요한 입원을 허용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초기 집중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도입·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법입원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절차보조인 제도를 확고히 함으로써 환자 당사자와 가족이 계속입원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병원 치료와 지역사회 연계서비스를 결합시켜 ‘탈원화’를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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