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는 존재하는가?
사랑의 매는 존재하는가?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7.31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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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아이 성인기에 정신질환 걸릴 확률 높아
신체적 확대는 어린 시절 부정적 영향 남겨
부모에게 체벌 받으면 또래 집단에 분풀이
부모자식 간 인격적 대화가 건강한 가정 만들어

“저는 어릴 때부터 맞아 왔습니다. 부모들은 ‘사랑의 매로 튼실하게 성장할 수 있으니, 자, 종아리 대’ 이럽니다. 어머니 손에 강제로 잡혀 골방에 들어가면 오늘은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공포가 몰려옵니다. 십여 대를 맞고 나면 '오늘은 살아남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푸념이 제 온몸을 감싸 안았죠.”

조현병 당사자 김민우 씨는 어릴 적 겪은 체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모의 체벌은 어린 자식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려는 약방의 감초 역할이다. 친구들이 함께 모여 어릴 때 추억을 얘기하면 회초리는 그리움과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체벌을 병적으로 강요하는 집안들이 있어 문제다. 시험 못 쳤다고 한 대, 누나에게 대들었다고 한 대, 어머니에게 말대꾸한다고 한 대. 체벌의 조건은 강화되고 어린 자식들은 부모의 종아리 횡포에 노이로제 현상에 걸린다.

 

매 맞는 아이라는 환상 아닌 현실

김씨는 아직도 아버지의 헛기침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내 나이가 스물을 넘겼는데 아직도 체벌의 기분 나쁜 기억이 남아 있어 부모의 소리가 조금만 높아도 도망치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시선이 날 가위누르기해요."

한 정신연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매를 맞고 자란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을 경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우울증이나 알코올 및 약물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앤드류 케일리 미시간 대학 부교수는 “체벌은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학대이며 매를 맞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19~97세 사이의 8천300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건강 검진을 시행했으며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과 18세 이전 부모로부터 매 맞은 빈도를 조사했다.

아이를 때리거나 신체적으로 학대를 하는 행위는 아이에게 어린 시절 부정적인 경험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무관심, 학대, 이혼 등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냥 매만 때리면 좋겠습니다. 그게 그냥 나아요. 그런데 매를 때릴 때마다 나의 자존심에 상채기를 내는 잔소리가 절 돌게 만들어요. '넌 아비 닮아 인간쓰레기야, 너는 할 수 없어. 옆집의 애 좀 봐. 얼마나 잘 나가니. 넌 절반도 못 따라가. 넌 그저 맞아야 해' 하며 체벌을 하는데 그럴 때 저의 자존심은 넝마가 되어 있어요. 지금은 날 열등한 조현병자로 만드는데 부모의 체벌이 한몫 했어요.”

조현병 당사자 김호진 씨는 부모의 체벌에 이같이 강하게 부정했다.

 

판단중지 아닌 판단장애

어릴 때 부모의 체벌은 서커스의 맹수를 사육시키는 사나운 조련사처럼 보인다. 어릴 때 매가 두려워 참다가 어른이 되면 주위 판단력이 서지 않는다. ‘이걸 해도 될까? 또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하지 않을까?’ 간단한 것을 결정하는 데 자기의 판단력이 서지 않는다. 곧 판단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다시 조사에 따르면 지원자 중 55%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매를 맞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서 매 맞는 경험이 더 많았으며 아시아인을 제외한 인종에서 흑인이 백인보다 매 맞은 경험이 더 많았다.

엘리자베스 커프쇼 박사는 88개의 조사를 메타분석한 결과를 한 신문에 게재했다. 결과에 따르면 어렸을 때 경험한 신체적 학대가 청소년 범죄나 반사회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금지한 음주나 흡연을 일상적으로 하고 심지어 약물을 구입해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남용을 하다 체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모에게 받은 학대 등을 후배들에게 폭행이나 공갈로 금품을 뜯고 마음이 약한 사례자들은 학교를 중퇴해 그 주위를 맴돌다. 범죄의 시발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심하면 정신질환으로까지 발전해 어린 나이에 정신병원 생활을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거치고 나중에 가정폭력의 시발점이 된다.

거프쇼 박사는 이와 같은 상황을 심각히 주시해 2002년 1차 조사를 한 후 13년이 지나 2차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매를 맞은 아이는 반사회적 행동, 부모와의 부적절한 관계 형성, 정신질환, 공격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연구는 “아이를 때리는 부모가 모두 나쁘다는 결론을 낼 수는 없으며 이같은 문제점이 아직 확실히 입증된 사실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부모와의 대화

그렇다면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을 쓰면 어떨까?

어릴 때부터 부모와 대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간의 오해를 녹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격적인 대화는 아이의 생각을 정상적으로 만들고 뇌의 성장 발육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어머니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며 심지어 거리감까지 생겼던 아버지와도 마음이 통해 건강한 가정이 되는 것이다,

시나리 미시간대학 부교수는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 치료, 가정방문 프로그램,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부모와 자식 간에 감정적인 문제를 상호 전달할 수 있는 의지력을 키워 부모는 아이의 의지이며 기둥이자 친구가 될 수 있고 자녀들은 부모의 보배가 될 수 있다는 상호개념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가족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의 매는 불법

스웨덴은 자녀 체벌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스웨덴 부모법은 ‘어린이는 인격과 개성을 존중받아야 하며 체벌을 포함한 어떤 모욕적인 대우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1979년 이후 스웨덴은 가정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아동 체벌을 금지했다. ‘사랑의 매’는 불법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스웨덴의 반체벌법과 같은 법은 현재 전 세계 53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들 나라에 포함되지 않았다.

요즘 몰지각한 어른들의 비난받을 행동으로 아이들이 싹도 피어나기 전에 꽃이 시들 듯 움츠러든다. 어른들이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매를 들 때 아이들은 혹시 자존감을 잃는 것 아닐까. 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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