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사 역할 중요해지지만...현실은 열악한 처지
방문간호사 역할 중요해지지만...현실은 열악한 처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0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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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22년까지 방문간호사 3천500명 추가 선발
고령자·정신장애인 지역사회 돌봄의 최첨병 역할해
불안한 신분, 과도한 업무, 인력 부족 해결해야 할 과제
출장수당, 교통비도 지원 안 해주는 현실에 난감
정부 커뮤니티케어 추진에 주요 인력으로 활동
지역보건법 개정해 공무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1. 부산 해운대구 반송보건지소 소속 방문간호사 김정미 씨는 방문보건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례관리 대상자인 A(64) 씨의 집을 찾았다. 이날 방문 대상자 명단에는 A씨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폭염에 안부를 확인하고자 방문한 것이다.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김씨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좁은 방안에는 선풍기가 뜨거운 바람을 내고 있었고 A씨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체온도 38도를 넘었다. A씨는 김씨의 도움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최근 퇴원했다.

#2. 서울 도봉구 B(73) 씨의 옥탑방을 찾은 방문간호사 김은숙 씨는 혈압 측정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르신, 혈압이 너무 높아요. 조심해주셔야지요.”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B씨에게 김씨는 건강지킴이지자 말벗이다. 김씨는 2015년 A씨가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이 된 이후 1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B씨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많은 신경을 써 주는 김 간호사가 고맙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커뮤니티케어’가 발표되면서 지역 방문간호사의 역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돌봄간호사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방문간호사업, 만성질환관리사업, 가정간호사업 등을 통해 대상자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포괄적인 케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간호사들은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기간제 신분이어서 직업의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 또한 심각한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서울 자치구 424개동 가운데 시범 사업에서 제외된 동을 제외한 408개동에 현재 397명의 방문간호사들이 배치돼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동별로 4~6명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원으로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돌봄 대상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신분이 무기계약직이어서 복지 행정시스템 접근이 제한되다 보니 자신들이 방문할 대상자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각종 수당과 가정 방문에 소요되는 교통비 등 실비 지급에서도 소외돼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건강검진비와 피복비, 자격수당 등을 지급하며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방문간호사들의 공무원 정규직 채용과 인건비 지원 근거를 마련을 위해서는 현재의 지역보건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지역보건법은 1995년에 개정돼 방문간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국 보건소에서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가족 등 건강취약계층의 건강보호를 위해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수행돼 왔다.

국회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세 차례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국회 보건복지위 김광수 의원이, 같은 해 12월에는 남인순 의원과 윤종필 의원이 방문 건강관리 인력을 전담 공무원으로 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이화여대 양숙자 간호대학 교수는 “맞춤형 건강관리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사업 수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방문간호사 대부분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다”며 “생명을 돌보는 업무 특성상 전문성, 책임성, 업무연속성, 협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계약직인 방문간호사의 호봉이 몇 년째 동결돼 있고 병원 간호사 경력 인정도 안 된다”며 “출장수당, 위험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에서도 소외되고 방문 업무상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통신비, 교통비에 대한 지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과도한 업무에 비해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어 “고령 인구의 증가로 찾동 방문 건강관리 사업 규모는 커질 것”이라며 “간호 공무원 임용은 현장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더 나아가 노인 복지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복지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고 중장기 발전방향인 ‘커뮤니티 종합 계획’을 올해 안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 중에는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정착지원 방안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심리적 지원을 하는 방문간호사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모든 읍면동에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를 2022년까지 방문간호사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말까지 3천500여 개에 달하는 모든 읍면동에 사회복지 및 간호직 공무원을 배치한다는 목표 아래 2022년까지 사회복지직 1만2천 명, 방문간호직 3천500명을 추가 선발한다.

서울시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5년 7월 행정 최일선 조직인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로 바꾸고 지역 내 취약계층을 전담할 방문간호사들을 배치했다.

시는 만성질환 예방과 고독사 방지 등 긍정적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현장에서는 인력 요구가 크게 늘자 2015년 79명에서 2016년 283명, 지난해 342명의 간호사를 채용했다.

지자체 또한 커뮤니티케어 구체적 추진방향을 앞두고 돌봄간호사를 핵심 인력으로 보고 있다.

간호계에 따르면 이미 간호사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방문간호사업, 만성질환 관리사업, 가정간호사업 등을 대상자 중심으로 포괄적인 케어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정부가 추진할 커뮤니티케이에도 간호사들이 중심이 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커뮤니티케어 간호협의체를 발족하고 전문가와의 간담회, 일본 등 해외 사례 벤치마킹, 관련 단체와의 협력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방문간호사의 안정적 신분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간호계 관계자는 “앞으로 커뮤니티케어가 본격 시행되면 간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간호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호사들의 안정적인 고용 형태 및 지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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