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정신장애인에 대못 박은 영화 'F20'의 필리핀판 '타일리링(Tililing)' 개봉... 흥행 위해 당사자 팔아넘긴 감독들
[이관형 기자의 변론] 정신장애인에 대못 박은 영화 'F20'의 필리핀판 '타일리링(Tililing)' 개봉... 흥행 위해 당사자 팔아넘긴 감독들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1.11.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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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BS 영화 ‘F20’이 정신장애 당사자와 단체들의 비판과 반발로 인해 TV 방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정신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소통 없이 F20 제작진이 자극적인 영상을 가지고 홍보에만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조현병을 상징하는 코드명이 ‘F20’이듯, 필리핀에서는 정신장애와 정신장애인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타일리링(Tililing)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타일리링’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정한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출처 : https://pelikulamania.com/
출처 : https://pelikulamania.com/

영화 ‘타일리링’의 대릴 얍(Daryl Yap) 감독은 2019년 영화 ‘Jowable’이라는 작품을 흥행시킨 유명한 필리핀의 연출가입니다. 이 영화는 1억 페소, 한화 약 23억6700만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이로 인해, 필리핀 국민들은 대릴 얍 감독의 차기 작품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대릴 얍은 차기 작품으로 드라마, 코미디, 공포, 심리 스릴러 장르를 혼합하여 정신질환을 소재로 한 영화 ‘타일리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캐스팅된 배우들과 익살맞은 표정으로 사진촬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지은 표정은 정신장애인들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출처 : til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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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1년 상반기, 영화 포스터와 함께 예고편이 공개됩니다. 포스터에는 여섯 명의 배우들이 혀를 내밀고 눈을 뒤집는 얼굴로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또다른 필리핀 여배우 리자 소배라노는 자신의 트위터에 포스터를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이 영화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포스터를 보니 제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정신질환은 장난이 아닙니다. 이러한 낙인을 그만 두십시오.”

출처 : philstar.com
출처 : philstar.com

리자 소베라노 외에도 수많은 네티즌들이 ‘불쾌하다’, ‘부적절하다’며 이 포스터에 경악을 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릴 얍 감독은 “자신은 정신장애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며,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신의 뜻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pikapika.ph
출처 : pikapika.ph

하지만 영화 내용은 정신장애인들을 옹호하기보다, 편견을 더 악화시키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영화 오프닝 장면에는 정신병원 환자들이 좀비로 묘사되고, 정신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마저 웃음의 소재로 무례하게 다뤄집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VinCentiments [OFFICIAL]

또한, 정신병원에서 이뤄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진의 학대를 비판하기 위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이 장면들은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다뤄지고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사악한 병원장의 악행이 폭로되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마저도 관객들은 감동받거나 아름답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VinCentiments [OFFICIAL]
출처 : 유튜브 채널 VinCentiments [OFFICIAL]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에서도 정신장애, 정신질환은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입니다. 이러한 주제를 감독은 우스꽝스럽고 괴기스럽게 다뤘고, 결국 예술성은 물론 대중성에 있어서도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본 평론가 ‘알랭 브루타스(Allain Brutas)’는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약 1시간30분의 러닝타임은 범죄로 간주될 만큼 고통스런 고문입니다. 이 미치고 쓰레기 같은 미디어를 보는 대신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십시오.”

참고 기사

https://pelikulamania.com/2019/10/31/director-of-box-office-hit-jowable-gets-follow-up-project-tililing/

https://www.sinegang.ph/features/some-films-are-unworthy-of-the-title-tililing-is-one-of-them

https://www.panaynews.net/liza-soberano-netizens-slam-poster-of-tililing/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21/02/08/2076232/darryl-yap-defends-tililing-after-psychology-major-liza-soberano-criticizes-movie-poster

https://coconuts.co/manila/lifestyle/stop-the-stigma-actress-liza-soberano-complains-about-poster-of-movie-til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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