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연의 리뷰]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도하는 '위기쉼터'는 어떤 효과성이 있을까?
[송승연의 리뷰]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도하는 '위기쉼터'는 어떤 효과성이 있을까?
  • 송승연 기자
  • 승인 2021.12.21 0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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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쉼터는 자발적이고 안정적이며 훈련된 동료지원의 도움 제공받아
위기쉼터 프로그램이 메디케이드 지출 비용과 입원 횟수 감소시켜
Short Term Crisis Respite (c) MHAST
Short Term Crisis Respite (c) MHAST

정신의료기관 입원의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위기쉼터’

지속적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 진영에서 뜨거운 논의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위기’이다. 많은 당사자들은 소위 ‘위기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도움’의 질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르게 말하면 위기 상황에서 ‘내가 원치 않는’ 혹은 ‘나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도움이 아니라, ‘진정한 치유가 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당사자진영에서는 대안으로서 ‘위기쉼터’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대안들이 그렇듯이 위기쉼터 또한 증거기반 실천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Bouchery et al.(2018)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도하는 위기쉼터가 어떤 효과성이 있는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위기상황에서 응급실로 향하는데, 그 중 40%는 정신병원 입원으로 이어진다고 언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 직원들로 구성된 위기쉼터(peer-staffed crisis respite)는 위기 시 정신병원 입원으로 향하는 구조에 대해 잠재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과는 달리, 위기쉼터는 자발적이며, 안전감을 주고, 집과 같은 환경에서 훈련된 동료 직원이 정신과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24시간 지원을 제공한다.

많은 선행연구들은 동료가 주도하는 서비스의 긍정적인 효과성을 검증했지만, 위기쉼터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효과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Bouchery et al.(2018)은 뉴욕에서 시행된 동료주도 위기쉼터가 메디케이드 등록 당사자들의 응급실 이용, 정신병원 입원, 메디케이드 지출 등을 감소시키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Short Term Crisis Respite (c) MHAST
Short Term Crisis Respite (c) MHAST

동료직원들로 구성된 위기쉼터: Parachute(낙하산) NYC

본 연구에서 위기쉼터 사례로 선정된 것은 Parachute NYC로 이들은 뉴욕의 위기지원 프로그램에 동료지원가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목표는 정신의료기관 입원 및 응급실 방문 감소를 통해 전반적인 메디케이드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위기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들에게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낙하산parachute이라는 단체명의 의미는 당사자가 지역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역주)

2013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Parachute NYC는 뉴욕에서 총 4개의 위기쉼터를 구축했다. 이 위기쉼터들은 위기 상황에 놓여 정신병원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24시간 동료지원, 자기옹호 교육, 자조 훈련 등을 제공했다. 위기쉼터는 입원에 대한 대안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기간(14일 미만) 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Parachute NYC에서 운영하는 위기쉼터 이용 자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위기쉼터가 없다면 입원할 수밖에 없었던 당사자 중 정신증 관련 위기를 경험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러한 기준으로 인해 의뢰율이 낮아지면서, ‘정신과적 위기’를 경험하는 당사자로 진단 기준이 확장됐다.

위기쉼터로 의뢰되는 경로는 다양했다. 뉴욕시 위기지원 라인, 방문위기지원팀, 연방정부공인보건센터, 병원, 응급실, 일차의료기관, 학교, 그 외 다양한 지역사회 조직들(e.g., YMCA, 가톨릭자선단체 등) 등을 통해 위기쉼터로 연계됐다.

위기쉼터의 대부분의 직원은 동료지원가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비당사자 관리자에 의해 슈퍼비젼을 제공받는다. 위기쉼터는 일반적으로 20~30명의 동료지원가가 근무했고, 3~5명의 비당사자가 슈퍼바이저로 있었으며, 매달 5~20명의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위기쉼터의 모든 직원들은 욕구맞춤치료모델(need-adapted treatment model)과 의도적 동료지원(intentional peer support)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욕구맞춤치료모델은 이용자의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당사자를 위한 지속적이면서 지지적인 네트워크(일반적으로 당사자의 가족 구성원 등)를 구축하는 것을 지향하는 증거기반접근법이다. 특히 지지적 네트워크의 구성원과 당사자는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을 중시한다.

의도적 동료지원은 트라우마기반 접근법(trauma-informed approach)으로 동료지원을 서비스에 통합하고, 당사자와 동료들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Parachute NYC는 이러한 욕구맞춤치료모델, 의도적 동료지원을 만든 전문가들을 섭외해, 위기쉼터의 모든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슈퍼비젼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입원 감소 및 예산 절감에 유의미한 효과를 미치는 위기쉼터

2009년 7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뉴욕 주 보건부에서 제공한 메디케이드 청구 및 자격 데이터(Medicaid claims and eligibility data)를 사용해 위기쉼터 참가자(실험 집단) 및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비교집단(통제집단)에 대한 서비스 이용률 및 메디케이드 총 지출을 분석했다.

특히 이 연구는 통제집단을 선정하는데 있어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했다.

위기쉼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뉴욕에 거주하면서,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정신과적 위기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2013년 1월부터 2015년 11월 사이에 주요한 정신과 진단을 받고 정신의료기관 입원을 경험했던 모든 메디케이드 이용자를 식별해 잠재적 비교 풀로 선정했다. 이후 최적 일치 모델(optimal-matching model)을 사용해 1차적으로 선정한 잠재적 풀에서 최종적인 비교 집단(통제집단)을 확정했다.

위기쉼터 프로그램 목표를 감안하여, 본 연구는 응급실 방문, 입원 횟수, 총 메디케이드 지출 등을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위기쉼터 이용자와 비교집단 간의 차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위기쉼터 프로그램이 전반적인 메디케이드 지출 비용 및 입원 횟수를 크게 감소시켰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응급실 방문 횟수는 위기쉼터 이용자와 비교집단 구성원에서 유사하게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위기쉼터 이용자들이 통제집단에 비해 프로그램을 이용한 후 첫 12개월 동안 메디케이드 지출이 평균 2천138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위기쉼터 이용자의 입원이 2.9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p<.01).

연구자들은 메디케이드 지출과 관련된 효과성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위기쉼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후 어떠한 패턴이 존재했는지 추가로 분석을 실시했다.

3년간의 기지선 기간(baseline period) 동안 위기쉼터 이용자 집단과 비교집단 구성원의 메디케이드 평균 지출액은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개입 첫 6개월 동안 비교 집단의 평균 지출(약 4만3000 달러)은 위기쉼터 이용자 집단(약 2만4000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시 예산가용 측면에서 위기쉼터의 효과성이 드러난 것이다.

Bouchery et al.(2018)은 이전의 관련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동료지원 서비스가 일반적인 치료에 비해 당사자의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희망감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또한 치료에 관여하는 비율을 증가시켜 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의 결과 또한 잘 일치된(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구통계학적 또는 진단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음) 통제집단을 선정했고, 엄격한 방법론을 사용해, 동료직원들로 구성된 위기쉼터 서비스가 입원 횟수 및 총 메디케이드 지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정량화했기 때문에 기존의 선행연구 결과들과 흐름을 같이 한다고 언급한다.

이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위기쉼터가 입원과 메디케이드 지출 감소라는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었지만, 이 과정을 세부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자들은 ‘병원 치료가 필요한 당사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 의도적 동료지원을 사용한 것, 의도적 동료지원 모델의 전문가들에게 동료직원 교육 및 슈퍼비전을 받은 것’ 등이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와 더불어 Parachute 위기쉼터는 당사자 스스로의 대처 기제 및 자기옹호 기술을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각각의 프로그램별로 미치는 기여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동료지원서비스가 ‘치료의 연속성(continuum of care)’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던져준다고 언급한다.

즉 아직까지 동료지원 서비스가 외래치료 서비스 전달체계에서만 주로 활용되지만, 위기 시 입원으로 진행되는 높은 비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동료 직원들로 구성된 위기쉼터 활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 연구결과는 위기 상황에 놓인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입원이 아닌 다른 대안을 강구할 때, 동료 직원들로 구성된 위기쉼터를 제공하는 것이 메디케이드 지출 절감도 달성하고 병원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출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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