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 “법을 고칠 힘이 있는 정치인에게 당사자가 악을 쓰고 붙들고 물고 늘어져야지…왜 시도를 안 해?”
이성재 “법을 고칠 힘이 있는 정치인에게 당사자가 악을 쓰고 붙들고 물고 늘어져야지…왜 시도를 안 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2.02 21: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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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인터뷰
고시 합격하면 세상 바뀔줄 알았는데…사회가 장애를 보는 시선은 그대로
장애인 시설에서 사육되는 장애 현실에 분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설립
정신보건법 만들어질 때 강제입원 등 ‘인권 억압’ 불보듯 뻔해 반대
약물 복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입원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 던지고 싶어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는 쓰레기 치운 정도…초기 법으로의 원상복구에 불과해
정신질환자 복지 니즈 연구하고 거기 맞춰 보강과 조치 진행돼야
정신질환자 약 먹으먼 괜찮아…왜 취업을 제한해? 그건 위헌(違憲)이지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싸우면 늘 져…우리의 문제로 인식해야 승리 가능해
사회 발전하려면 중증 복지가 발달해야 경증도 대접 받을 수 있어
사람을 보호하는 영역은 국가가 책임져야…현실은 가족에 떠넘기고 있어
강박과 강제입원은 의료와 사법의 두 시선이 함께 참여해야 인권 보장돼
언론·권력의 무의식은 돈벌이가 핵심…정신장애인을 소모품으로 전락시켜
용서? 정신질환자 수십년씩 가두는 자들 처벌받지 않으면 역사는 퇴보해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훅 내뿜었다. 사무실의 공기 속으로 햇살에 실려 담배 연기가 우아하게 스러져갔다.

이성재(64)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를 만나보려고 했던 건 오래 전부터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에 쫓기다가 최근에야 지인을 통해 그와의 인터뷰를 타진했다. 이 상임이사가 만남을 받아들인 후 그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지만 그렇게 많은 정보들이 없었다. 그냥, 세상사와 장애에 대해 떠오르는 걸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았다.

살아온 과정을 물으니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법대(경희대) 졸업하고 1984년 사법고시 합격하고 16기 사법연수원. 특별한 거 없어요. 뭐가 있을 수 있나”라고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초년 시절에는 목발을, 청년 시절에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그에게 ‘차별’과 ‘배제’는 스스로에게서 시작된 게 아니라 사회의 시선과 물리적 폭력에서 출발한다는 걸 알게 해줬다.

27살, 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까지만 해도 고시 합격과 더불어 장애가 주는 모든 불리함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입신양명한 권력의 길에서 장애의 불편함은 권력 체제가 보살필 줄 알았다. 하지만 합격해도 장애를 보는 사회의 물리적 폭력은 그대로였고 그의 신체적 장애는 여전히 장애라는 낙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체제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그가 198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만든 건 반골(反骨)의 기질을 가진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창립 회원,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환경운동연합 공동 창립,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등의 사회적 활동 역시 그가 바라보는 첨예한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한다.

지난 달 25일,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마포구의 법무법인 10층 회의실은 담배연기가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길거리에서도 금연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그의 담배 냄새 배인 사무실 풍경은 자유스러움이었을까. 천진난만함이었을까. 그리고 대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육두문자(肉頭文字)들. 제도와 금기가 주는 것에 대한 저항 심리일까.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일 때, 기자는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1980년대 사법고시 합격하고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판사에 임용되지 못했던 겁니까.

“그것 때문은 아니고 우리 때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면 반 정도는 현직(판·검사)으로 가고 반 정도는 변호사로 나오고 했어요. 성적도 간당간당했고 나는 부유한 집안이 아니어서 빨리 변호사 해서 돈 버는 것도 중요했어요.”

-지금은 휠체어를 타는 신체장애인 판사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많아요? 다행이네. 예전에는 기준이 없으니까 어떨 때는 (판사) 시켜주고 어떤 때는 안 시켜주고 그랬어요. 지금은 차별이 안 되니까 기준이 있겠죠.

옛날에는 장애인 차별이 엄청났지. 사립학교는 무조건 안 받아주고 공립학교도 교장에 따라서 이유 없이 안 받는 데가 있었고요. 40~50년 전에는 그랬어요.”

-어떻게 초중고를 다니신 겁니까.

“집에서 2㎞ 떨어진 곳에 공립학교가 있었는데 안 받아준대. 그래서 다른 공립학교로 갔어요. 그땐 목발 짚고 다녔으니까.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라는 걸 잘 인식을 못 하면서 살아가요. 쓸데없이 사람들이 장애인들은 불편할 거야라고 보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기가 장애가 있다고 느끼는 건 타에 의해서 자극을 받았을 때, 비로소 자기가 장애라는 걸 느낄 뿐이에요.”

인터뷰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인 것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는지 지나가듯 물었다.

“나한테 ‘문통’이 대학 4년 선배죠. 같이는 안 다녔어요. 멋진 선배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만든 건 어떤 절박함 때문이었습니까.

“나는 젊은 나이에 고시에 붙으면서 세상을 다 갖는 느낌이었어요. 그렇지만 고시를 붙어도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어. 내가 이마에 고시 붙은 사람이라고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시 붙으면 장애가 극복되는지 알았지만 사회가 나를 장애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았어요. 이걸 바꾸는 일에 착수해야겠다는 게 연구소 설립의 동기였어요. 연구소를 만들 당시만 해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는 건 타고난 운명이 있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였어요.

그때는 장애를 가지면 집안이 애를 숨기기에 급급한 사회 시스템이었고 대부분은 다 시설로 보내졌어요. 그 시절 장애인 시설에 있던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고 동물 수준의 모습이었고.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놈들이 떵떵거리고 있는 그 모습. 오늘날이라고 달라진 게 없어요. 그래서 이걸 때려부셔야 되겠다, 장애우 인권에 헌신해야겠다 이러면서 시작한 거죠.”

-변호사 되시고 만드신 겁니까.

“그 전에요. 창립은 변호사 되고 나서 했지만 그 전에 일 년 반 정도 모임을 만들고 창립 준비를 했어요. 내가 사법연수원생 시기에 갑자기 전국 대학에서 장애인들을 엄청나게 떨어뜨렸어요. 그때 내가 극도로 흥분했지.

의대는 그해에 장애인은 다 떨어뜨렸어요. 얄미웠던 건 대학이 핑계를 대는 거야. 예를 들어 우리는 2층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서 떨어뜨립니다라고 해. 거기에서 그런 판단을 하는 놈들의 교활한 언어, 이런 거에 분노를 느꼈지. 이런 가증스러운 놈들.”

-신체장애 운동을 해왔습니다. 이후 정신장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1988년에 노태우 정부가 시작되면서 정신보건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당시에 내 판단은 악용되기 딱 좋은 법이었어요.

제일 걱정했던 건 의사 2명의 동의서만 받으면 영장 없이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쳐넣을 수 있는 구조라는 판단이었어요. 당시 김용익 서울대 교수(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와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선생과 의논하고 다른 나라 법제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졌죠. 반대 운동도 심각하게 벌였어요.

그러다가 내가 1994년에 유학을 떠나 몇 년 공부하고 돌아오니까 통과돼 있어. 이미 통과된 건 손댈 수 없는 거죠.”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당시 진보적 정신과 의사들도 이 법 관련해서 모여서 세미나도 하고 했죠.

“모르겠어. 나는 유학 떠나기 전까지 우리 그룹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꾸준히 벌였어요. 그 이후에 의사들이 모여서 연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이미 법 통과됐는데 연구할 게 뭐가 있겠어요. 통과되기 전에 연구를 했어야지.

그때 이미 예견됐던 거예요. 이건 잘못되면 멀쩡한 사람들 잡아넣는 거라고. 입원 안 시켜도 되는데 왜 입원시키냐. 지금 치료가 50년, 100년 전하고 달라서 약물이 극도로 발달된 사회예요.

때문에 약물만 제대로 복용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지면 입원이 왜 필요하냐는 거죠. 입원을 시킬수록 더 망가지는 게 아니냐. 그런 정도의 이론은 당시에도 나와 있었어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가 복지위 소위를 통과했습니다(인터뷰 이후 11월 30일에 이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의결됐다-편집주). 어떤 의미일까요.

“소위 통과되면 (법사위하고 또 본회의도) 100% 통과돼요. 중요한 건 국회의원들이 이쪽 법에 관심이 없어. 복지에는 정치인들이 관심이 없어요. 내가 그해에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1조인가 2조인가에 분명하게 ‘정신적’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어요.

그때 내 생각에는 1조 목표인가에 ‘정신적’이라는 걸 집어넣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다 통용이 돼야 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내가 국회를 그만두고 1~2년 있다가 제15조의 예외가 삽입이 됐던 거예요. 이번에 (15조 폐지) 개정된 게 나한테 어떤 의미냐. 원상회복에 불과해요. 아주 더러워졌던 걸 쓰레기 치운 정도의 의미이지 무슨 진일보한 개념은 아니라는 거죠.”

-당시 장애인복지법 제1조에 ‘정신적’이라는 걸 넣었다는 말인가요.

“장애인복지법에 ‘정신적’ 문구를 집어넣었다니까. 그 제15조를 넣으면서 정신장애인은 예외로 한다는 걸 집어넣은 거 아냐. 이게 없으면 정신적 장애인이 다 여기서 복지 혜택을 받아야죠. 논리적으로 법이라는 건 그런 거지. 아주 흉악스러운 짓들을 했던 거죠.”

-원상복구다?

“원상복구지. 더러웠던 걸 제대로 닦지도 못한 거야. 쓰레기를 더 치워야죠. 왜냐하면 그 법 조문과 연관된 시행령·시행규칙 제도들을 다 바꿔야지만 원상복구가 되는 거예요. 하나도 좋아지는 건 없어요. 원상복구죠.”

-이 법 15조 폐지 후 정신장애와 관련된 어떤 복지 서비스 담론들이 만들어져야 할까요.

“저도 고민 중이에요. 장애라는 건 한마디로 구별이 안 돼요. 나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불편한지를 잘 몰라요. 소위 복지는 무엇이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거지 일률적 기준을 갖고 끼워 맞추는 게 아니거든요.

그동안 누구도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복지 니즈(욕구)가 뭐냐에 관한 연구를 한 적이 없어요. 빨리 이 연구에 착수해야죠. 몇 사람 붙잡고 물어보는 식의 조사 말고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의미 있는 내용의 복지 욕구에 관한 조사를 마치란 말이죠. 그게 나와야 거기에 맞춰서 보강과 조치가 나올 수 있단 말이죠.”

-이사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장애 인권 전수조사한 보고서가 최근에 발표됐습니다.

“그런 게 나온 게 있어요? 그렇구나. 그거 한번 볼게요. 나한테 좋은 거 알려주셨네.”

-사회복지사업법 등 27개 법률이 정신장애인의 자격 취득을 막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자격 제한을 모두 폐지했는데 한국도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말이 안 된다니까. 나는 정신질환을 병으로 봐요. 우리 같은 (신체)장애는 복구가 안 되잖아. 이건 장애가 고정된 거예요. 그런데 정신질환은 상태가 변화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를 하면 위험해져요.

정신질환자는 약을 먹으면 괜찮잖아. 그런데 왜 취업을 안 시켜. 그건 위헌(違憲)이지. 다 개정해야죠. 그런 거 하나하나를 다 잡아내가지고 싸워야 되는 거예요. 지금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하자가 나온 지가 벌써 십수 년 됐어요.

답답한 건 늘 모여서 ‘이게 문제야, 고쳐야 돼’라고 떠들고 회의하고 세미나 열고 끝이란 말이죠. 내가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답답해서 이건 (법을) 고칠 힘이 있는 정치인에게 당사자가 악을 쓰고 붙들고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부탁하고 인재근 의원이 앞장선 거죠. 내가 볼 때 요렇게 싸우면 고쳐지는 걸 왜 너희들은 시도도 안 하고 앉아서 맨날 ‘문제야’라고만 얘기하냔 말이지.”

-지식인들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지식인이고 당사자고 다 마찬가지예요. 되게 패배주의적이에요. 고치는 건 힘센 자들이 고치는 거야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나는 국회의원도 해 봤어. 가서 조르면 국회의원이 다 해 줘. 국회의원에게 졸라야지. 그런데 그걸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니까 안 고쳐지지. 가만히 앉아 있는데 어떻게 고쳐줘요.”

-국회의원을 이용해라 이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대통령한테도 이메일 쓰고 그렇게 해야죠. 앉아서 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줘라고 요구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예요.

세상 사람들이 자기 먹고 살기 바빠. 돈 벌려고 바쁜데 어느 놈이 돌아봐서 ‘아이구 정신질환자를 내가 봐줘야지’라고 할 사람이 어딨겠어. 우리가 바지끄댕이를 잡고 앉아가지고 끊임없이 인권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됩니다.”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들의 정치적 운동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운동이 가져야 할 원칙은 뭐가 있을까.

“중요한 건요, 왜 이 운동을 해야 되겠습니까.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움을 하면 늘 집니다.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할 때 비로소 가능해져요.

장애인 쪽도 똑같아요. 내 이익이 가슴 속에 도사리고 있어. 우리의 문제는 위장된 껍데기로만 존재해요. 그런 운동은 100% 실패하겠죠. 그렇죠? 자기 이익만 만족되면 운동의 동력이 상실되니까. 그래서 출발하는 단계라면 이 문제가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더 나아가서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왜 정신질환인가’에 대한 고민도 때로는 해야 되거든. 그렇지 않습니까? 모든 당사자가 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 중에 능력 있는 사람 같으면 고민을 해야 돼요.

미셸 푸코는 정신질환에 관해 나름대로 이론을 구성하고 책도 냈잖아요. 그런데 푸코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자들에게는 구조주의라고 해서 동일한 생각이 있어요. 권력적 지배가 정신질환을 누르는 중이에요. 이 사회가 형성해 놓은 거대한 권력이 있어요. 나랑 다른 놈을 빼려고 하는 권력에 저항해 나가야 하는 거죠.”

-정치적 운동이 발전돼 나가다가 분명히 정치적 이견 차이로 분열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분열은 인위적으로 막아지지 않아요. 나도 한탄스러운 일들이 있어. 내가 국회에 있을 때 직업재활법이 만들어졌는데 아무리 봐도 경증 위주고 관할부터 노동부야.

아니 장애인 직업이 왜 노동 문제냐. 본질을 보자. 니들 팔다리 잘라진 사람이 무슨 개뿔 노동이냐. 본질은 복지에다 놓아야 된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경증의 복지가 아무리 발달돼도 중증이 발전되지 않으면 더러운 세상이 유지되는 거거든.

가장 중증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때 경증은 당연히 그 이상의 대접을 받는 거예요. 그때 정말로 고심해서 법을 만들었는데 지체장애인들에 의해서 막혔어요. 지체장애인은 경증이잖아. 그러니까 왜 중증에 자꾸 예산을 투입하는 구조를 만드느냐 그런 거지.”

-지체장애인들이 경증만 지원하라고 요구한 거네요.

“그런 거지. 그래서 졌고 이상한 법을 만들었어. 나는 끝까지 동의 안 하지만 법이라는 건 나 혼자로 되는 게 아니니까. 뭐 짬뽕이 돼 가지고.”

-대표로 발의한 것이지 않습니까.

“발의야 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죠. 경증장애인 직업재활 어쩌고 해서 제도를 만들어놨단 말이죠. 어떤 놈은 복사지 파는 사업을 하는데 장애인도 고용 안 한 놈이 서류만 위조해서 장애인 고용한다고 만들어 놔. 그거 누가 오면 장애인들이 있다가 가면 없어져.

그래놓고 전국적으로 복사지를 지금 팔아먹어요. 그러니까 걔는 (장애를 이용해) 원가에 원료를 싸게 사와. 원료를. 싸게 나오니까 여긴 경쟁이 안 돼. 그러니까 다른 곳이 죽어 나가. 이런 더러운 일이 벌어진단 말이죠.”

-장애인을 이용해 먹은 거죠.

“그렇죠. 경증에다가 초점을 두고 노동이라는 개념을 두면 그렇게 가요. 여긴 노동이라고 보면 안 돼요.”

-파시즘은 정신질환자를 국가 이익에 복무하지 못한다는 존재로 규정해 집단살해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혐오와 차별은 유사 파시즘이 아닐까요.

“그건 왜 유사 파시즘입니까. 파시즘이죠.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에 미친 형들 많았어. 그 형들하고 놀아. 내가 저 형이 싫으니까 동네에서 쫓아내자 이런 거 없었어요. 그게 자연스러운 사회였었는데 세상이 지금은 이들을 쫓아내고 있잖아요.

거기다가 더 한 게 뭡니까. 여자 옷 벗은 것만 송출하는 미디어가 살인사건이 나면 무조건 정신질환자의 짓이라고 갖다 붙이지. 똑같아요. 여자 벌거벗은 거를 노출하면서 사람들 시선을 끌려고 하는 싸구려 PD들의 심리나 무슨 사고가 터지면 정신질환자의 짓이라고 갖다 붙이는 심리는 같은 겁니다.

악마적 심리죠. 그게 파시즘입니다. 뭐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게 파시즘이 아니에요. 우리 속에도 파시즘적인 게 있어요. 그러나 그걸 우리 내부에서 잘 조화하면서 합리적인 지점을 찾지. 그러나 현대의 미디어는 합리성이 없어졌잖아요.

많은 사람이 내 텔레비전을 보고 시청률 올라가면 광고료가 올라간다. 이것에 의해 움직이는데 어떻게 됩니까. 사건 하나가 방송에 나오면 누가 혹시 나를 조현병으로 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돼. 지들이 무슨 권리를 갖고 있기에 함부로 그렇게 얘기하냔 말이죠.

그렇다 치고 일 년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한 백 건 돼. 그래 백 건 되는 거 중에서 정신질환자가 한 명 죽였다 이거야. 그게 왜 뉴스야. 99건이 문제지 한 건이 그게 대단한 뉴스냔 말이야.”

-정신장애인들이 질환자들이 강력사건은 이 비율은 비정신장애인들보다 높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떤 개XX가 그러냔 말이지. 범죄 데이터를 갖고 얘기하잔 말이지. 보통 이런 얘기를 하는 XX는 데이터가 없이 나 어디서 봤어라는 식으로 얘기한단 말이지. 그런 데이터가 세상천지에 어딨어요. 특정 범죄는 정신질환자가 높다? 그런 황당한 얘기가 어딨나.

일시적으로 몇 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그럴 수 있겠지. 그러나 왜 평균적인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까.”

-시설에 있는 신체장애인은 3만여 명,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있는 정신장애인 7만여 명입니다. 탈시설은 정신장애에 더 필요한데 신체장애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체장애인들이 더 많이 떠들죠. 안타까운게 뭐냐면 장애인 단체들이 정신질환의 문제를 장애의 문제로 자꾸 안 보려고 든다는 거죠. 장애인 쪽에서도 그건 ‘쟤네들 문제’로 보거든요.

나는 그게 동의가 안 되는 거야. 장애의 정의를 정확하게 가져야 하잖아요. 장애는 뭐냐면 이 몸의 문제가 있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불편해지면 장애야. 그래서 장애인복지법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생활하기 불편하면 장애인이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생활하기 곤란하면 장애인 이렇게 가는 거지.

이걸 왜 나누냔 말이야. 그런데 여전히 장애인 운동 쪽도 그런 경향이 세지. 이 문제는 어려울 거 같지 않아. 지금 누가 나서서 아니야라고 설명해줄 사람이 없었을 뿐이지 이제 자꾸 그런 시각을 가져야 돼요. 같이 싸워야 돼요.

내 문제로 해결하려고 그러면 안 돼요. 늘 요 XX들 지들만 만족하면 게임이 끝나. 그래서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졌을 때 그건 발전합니다.”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서 가해지는 격리와 강박은 의료의 이름으로 인간의 신체를 구속하는 폭력적 행위를 정당화합니다. 이는 전면적으로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하죠. 논리라는 게 있어요. 의사들은 환자 상태가 심할 때는 묶어놓아야 된대. 그런데 법률가들은 사람을 묶으면 감금이라고 봐요. 똑같은 행위가 의사가 보면 치료인데 법률가가 보면 감금이란 말이야.

요 영역에는 두 가지의 눈이 봐 줘야 돼요. 의사도 보고, 판사도 보는 시스템을 빨리 마련해야죠. 그래서 이 사람은 묶을 필요가 진짜로 있다고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법원에서 정해준 기간까지만 그 치료가 가능하도록.”

-그게 아무리 법의 이름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인간의 신체를 구속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 할지라도 과학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의료는 과학이고 그런 면에서 의사들이 나름대로 데이터를 가질 수는 있다고 보는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미칠 가능성도 있고 때로는 자기 신체를 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

그랬을 때 예를 들어 자기의 신체를 해할 상태에 있다면 묶어두는 게 필요하다고 봐야지. 무조건 묶는 거를 금지한다면 그건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싸움을 벌이는 거죠.”

-감옥의 죄수들도 강박을 하려면 구체적인 지침이 다 있는데 정신장애 쪽에는 없습니다.

”없죠. 의사들에게 전문가라는 이유로 맡겨놓은 거죠. 그러니까 전문가 영역을 세분화해서 감시를 할 필요가 있다 이 얘기죠.“

-사법이 개입해야 된다?

“아 그럼요. 그거 없이 지금 그냥 전문가에게 맡겨놓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놓는 꼴이지.“

-정신장애인들은 의료적 지원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의료라는 이름으로 감금되는 폭력의 구조 때문에 정신병원 입원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을 개방병동으로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개방이 기본이에요. 입원은 정말로 타(他)와 자기에게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서만 해야 돼요, 양심적인 의사들은 2주를 넘겨서 입원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내 친구도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에요. 똑같아요. 야 왜 이렇게 장기간 입원시키냐, 도둑놈들이지라고 해요. 자기는 대학병원 의사로서 입원 2주를 넘기는 건 동의 못 한다. 나한테 보내라. 2주 안에 약만 먹이면 문제없는 게 밝혀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병원으로 내려가면 얘기가 다르지. 로컬도 개인병원은 아니고 환자 집단으로 수용해놓고 돈 벌어 쳐먹는 놈들. 그놈들은 환자들을 등쳐먹는 수준이 아니에요. 안 먹어도 되는 온갖 약을 해가지고 리베이트를 쳐먹어. 다 알고 있는 건데 뭐. 그게 구조 아닙니까.

그거를 복지부가 몰라? 알고 있잖아. 그런데 모르는 척하고 서로 다른 데를 쳐다보고 앉았잖아. 그 사이에 몇 만 명이 지금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어.“

-이탈리아처럼 정신병원을 점진적으로 다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죠. 정신보건법 만들어지기 전에 정신질환자들 숫자와 입원 상태, 그 이후의 상태를 비교하면 수십 배는 늘어났을 겁니다. 법을 만들고 정신장애인을 양산해서 그걸로 먹고 사는 놈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길거리 부랑인이면 잡아다가 환자 만들고 하는 거잖아.

그러니 내보내도 될 걸 안 내보내잖아요. 아주 장기적인 걸로 유도하잖아. 약을 그렇게 세게 먹는데 2주 안에 어떻게 내보내나. 계속 둬야지. 그러니까 나는 한국의 정신과 의사들의 정말 대다수는 도둑놈으로 보는 거야. 로컬에 있는 사람들 말고 정신병원 여기에 있는 XX들은 인간도 아니지 그건. 돈 때문에 인간을 팔아먹고 사는 XX들이지.“

그의 육두문자를 들으며 기자는 은근히 걱정이 됐다.

-발언이 강한데 이렇게 기사를 써야 할지.

”아이 뭐. 나는 상관없어. 난 어디 가도 하고 싶은 얘기하는 사람이니까.“

-장애인시설 운영비는 대부분이 국가 예산입니다. 왜 정부는 시설에 이렇게 많은 돈을 지원하고도 운영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장애인을 착취하는 구조에 개입하지 않을까요.

”한국사회 의료권력이 기득권층하고 붙어서 공생하는 관계 아닙니까. 공무원들이 없는 사람이나 약자들을 위해 먼저 눈을 돌려본 적이 있어요? 젊은 공무원들이 뜻을 갖고 들어가지만 십 년만 있으면 그 안에서 같이 도둑놈이 되는 게 현실이죠.

그걸 뜯어고치는 건 우리밖에 없어요. 우리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우리예요. 약자들이 나서서 자기 이야기를 크게 떠들 때만이 그게 가능해지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먹고 살기 바쁜데 동성애자들, 노인 문제 쫓아다녀라? 못하지. 그러나 누가 막 떠들면 어 그러네, 이렇게 관심 있게 보는 거 아닙니까.“

-부양의무자는 폐지됐지만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보호의무자는 그대로 있습니다. 이 보호의무자 조항을 삭제하는 건 어떤 의미가 될까요.

”사회가 현대화되면서 세상의 기준이나 사고는 바뀌어요.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왔잖아요. 옛날에는 병들면 어떻게 해야 돼. 돈 없는 놈은 병원 못 가고 죽으면 되고 돈 있는 놈은 병원 갈 수 있었잖아요.

그게 영국에서부터 건강보험 제도라는 게 만들어졌죠. 그 얼마나 빨갱이 같은 얘기야. 강제로 가입해, 보험료 내. 그렇지만 이제는 돈이 없어도 병원 다 갈 수 있잖아요. 똑같아요.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순간 당연하다고 여겨져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보험 제도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어. 그죠. 마찬가지예요. 돈 버는 시스템은 민간에게 맡겨도 돼. 대신 사람을 보호하는 영역은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아요. 그런데 장애인, 정신장애인 쪽은 그냥 가족이 알아서 하라고 가족주의를 하고 있잖아요. 복지 시스템을 가족주의로 두는 게 바로 전근대적 방식이야.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선진국은) 국가 책임주의로 바뀌어요. 우리는 국가책임제로 못 넘어가. 막 떠들면 넘어갈 것 같지만 조금만 지나면 정치하던 XX들이 잊어버려.

그랬을 때 중요한 게 ‘씨XX아, 너 XX야, 지난 번에 출마할 때 이렇게 얘기했잖아’ 이러고 싸우는 놈들이 있어야 돼. 한 10년 정도 그래야지. 선거 때만 조금 떠들고 하겠습니다 하고 박수 치면 집에 가서 잊어버리잖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을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건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이 강제입원의 최종 판단을 사법이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내 소신이요. 강제입원뿐만 아니라 묶어놓고 하는 치료도 마찬가지예요. 묶어 놓고 하는 치료가 두 면을 다 가지고 있어요. 너희들은 치료라고 하는데 법률가인 내 눈에는 체포고 감금이다. 그건 영장 없으면 안 된다.

다만 의사의 영역하에 놓여 있으니까 그걸 다 영장으로 해결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는 받아라.“

-사법입원제도가 판사들이 그걸 꼼꼼히 보거나 하지는 않고 의사들의 진단자료에 기대서 바로바로 입원을 시켜버린단 말입니다. 이건 문제가 없을까요.

”세상에 야마시(편법)가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세워놓으면 나중에 편법한 놈을 잡아내기는 쉽잖아요.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속이는 XX들 많지.

그러나 나중에 재판한 자료를 갖고 그 자료가 잘못됐다는 걸 변호사들이 따져서 항고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되잖아. 변호사가 와서 의사가 낸 자료가 웃긴다, 이거 제3의 의사 감정을 넣어서 다시 봐야 된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독일의 판사 수는 2만4000명입니다. 한국은 2900명이고요. 독일에서는 사법입원과 관련된 판사가 따로 있어서 이 판사는 로테이션(순환보직) 없이 10년 이상 그 일을 합니다. 그러니 정신장애를 이해하는 사회복지사가 돼 버리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로테이션뿐만 아니라 의료정보만 받고 서류만으로 바로바로 강제입원을 결정해 버릴 우려가 큽니다.

“오해하고 있어요. 한국사회는 판사·검사·변호사가 권력직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내가 볼 땐 황당한 얘기야. 그건 서비스직입니다. 국가가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너 이리와 XX야 너 하수도 파는 거 하고, 너 건설부 장관을 해.

사법부도 무슨 대단한 게 아니에요. 너 이리 와 봐. 넌 재판하는 거 해. 그냥 일개 공무원에 불과한 거야. 그런데 일반 공무원들은 어느 정도 뽑지만 사법부는 안 뽑아요. 우리나라도 판사가 만 명은 돼야지. 그런데 왜 안 뽑아? 권위야 권위. 많아지면은 X같애. 내가 폼잡을 수가 없어. 이게 머릿속에 깔려 있는 거야.

요걸 전제로 해서 사법부가 거짓말들을 해. 판사가 자질이 안 된다, 뽑을 사람이 없다, 많이 늘어난다고 좋은 거 아니다라면서 온갖 이론을 내놓죠. 그럼 공개석상에서 토론하자고 그러면 안 해. 이런 제도를 바꾸는 건 우리 몇 사람의 힘으로 안 돼요. 이번 대선 시즌에 이 문제가 등장을 해야지.

야 너 공약으로 판사 수 늘리는 거 하란 말이지. 그래야 올바른 지도자죠. 판사가 많으면 국민들이 불편해질까요? 아무 상관 없어. 오히려 정교한 심판을 받을 수 있죠. 지금은 판사 한 명이 한 달에 200건 정도의 재판을 해요. 그게 어떻게 재판입니까. 그죠. 그러니까 꼴XX대로 해도 걸러낼 재주가 없지.

많으면 할 일이 없어서라도 꼼꼼하게 기록을 보면서 진실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어요. 그까지 공무원 만 명? 그것도 올해 당장 늘리자는 것도 아니야. 십 년 이십 년에 걸쳐서 해마다 천 명씩 증원하자. 이게 왜 안 돼.

검사도 똑같다니까. 검사도 많은 수가 있어야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수사를 제대로 해요. 그리고 검찰 안에 또 다양한 검사가 있어요. 정의를 지키는 검사도 있고 ‘야마시’ 치는 검사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전부 도둑질하는 검사 XX들만 모여 있으니까 사법제도는 망가진 거죠.

소위 자정 기능을 가질 수 없으니까 기껏 생각해낸 게 밖에다가 공수처를 둔대. 그게 아니야. 수사도 신중하게 해야 된단 말이야. 증거도 많이 가져야 되고. 그러려면 숫자가 늘어나야지. 그걸 못 해.”

-정신장애인들은 의료적 지원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의료라는 이름의 뒷면에 숨겨진 폭력의 구조 때문에 정신병원 입원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권력은 정신병원 입원을 강제합니다.

“우리가 정신질환이 아닌 병으로 입원을 했다고 쳐요. 그런데 의사 XX가 반말을 찍찍해. 그럼 먹고 살 수 있어요? 장사 안 되지. 그런데 우리 쪽에서 그걸 문제 삼은 사람 있어요? 숙명이려니 하지. 우리끼리 술 먹으면서 그냥 분을 삼키죠. 그럼 어떻게 나아지길 기대해.

한 명이라도 그런 게 발각이 될 때마다 박살을 내야지. 다 못 잡더라도. 그걸 안 하면 우리는 영원히 노예로 살아야 돼. 그래서 문제는 우리들한테 있어요. 그리고 내 권리나 인권은 남이 주지 않아요, 절대로요. 그건 역사가 증명해 온 건데.”

-장애인등록제 시행 국가는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장애는 열등하다는 우생학적 사유가 개입돼 동정과 시혜를 베풀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장애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등록을 하게 되면 관리가 편해지는 면도 있어요. 등록을 안 했을 때는 관리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행정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어느 제도가 좋다 안 좋다라는 측면보다는 시대별로 단계별로 어떤 것이 맞느냐를 봐야죠. 장애 유형별로, 장애 정도별로 등록을달리할 수 있는 법은 생각해볼 만해요. 그러나 일률적으로 등록제가 맞느냐 안 맞느냐는 잘 모르겠어요.”

-기초생활수급권은 정신장애인에게 목숨줄입니다. 수급권자가 수급비를 받으며 노동을 하는 것을 국가가 용인하지 않습니다. 이 제도는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요.

“이건 제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국가가 복지를 바라보는 눈이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국외자(國外者)로 바라본단 말이죠. 한 달에 70만 원 줄 테니까 70만 원 이상은 벌지 말라는 거야.

보편적 복지의 보편성을 생각하면 잘살고 못살고, 능력이 있고 없고 일단 무조건 주는 거예요. 무조건 주고 거기에 더해 나머지는 네 능력으로 알아서 해라. 그런데 요 부분(70만 원)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에 요거는 보장한다 이렇게 해야지.

그런데 지금은 이것도 벌지 말라는 강제를 하고 앉았잖아. 보편적 복지라는 인식이 없는 거예요. 이 XX들이. 뭘 따지지 말란 말이야. 네가 노동을 하든지 안 하든지. 그냥 깔아주란 말이지.”

-인류의 역사는 이성(理性)의 인도를 받아 진보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동의 안 합니다. 니체 이후에 이성이 입증된 바가 없잖아요. 이성이 입증된 적이 있으면 나도 동의하겠는데 이성이 지배한 지 지금 150년 정도 된 게 아닙니까. 150년 동안 세계의 역사는 이성적이었는가? 아니잖아. 여전히 전쟁은 터지고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는데 여기 어디에 이성이 있으며 그 이성은 뭐가 이성이야.”

-이성 안에 들어있는 폭력성이 민낯으로 드러난 게 파시즘 체제 아니었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성이 뭔지 몰라요. 뭔지 모르는 데 어느 날 사회가 이 용어를 던진 거예요. 그리고 각자 이게 이성이야하면서 권력 쪽으로 끌고 들어가요.

히틀러는 굉장히 이성적이었어. 우리 독일 민족은 DNA가 좋은데 DNA가 나쁜 XX들하고 어떻게 섞여 살아. 그런 논리는 얼마나 이성적이야. 그런데 그게 어떻게 이성이냔 말이야. 그 이성은 존재했었던가.

어떤 개XX가 이성이 뭔지를 설명한 적이 있어야지. 그냥 ‘너 이성적이지 못해’라고 하면 두려움에 떠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죠. 무슨 이성이 있어 (웃음).”

-권력은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장애를 희생양으로 만들 때가 있습니다. 정신장애 관련 기사는 차별을 노골화하고 이를 소비하는 대중은 정신장애를 집단적으로 타자화하죠. 결국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 중심고리는 권력과 언론일까요.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을 봐야 돼요. 언론, 권력자들의 무의식에는 뭐가 있냐면 돈이 있어요. 돈벌이죠. (제목을) 자극적으로 달면 많이 보잖아요. 많이 보면 광고가 많이 들어와요. 그걸 무의식적으로 잡고 있는 거예요.

멀쩡한 놈이 죽이면 기삿거리가 안 돼. 그런데 정신질환자가 죽였대. 조현병이래. 이거 올리면 기사가 돼. 그럼 그냥 쓰는 거야.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고 그들의 무의식과 배후에 이런 게 있다는 거죠. 그러나 한 번도 우리 사회가 이러한 고민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

이제는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시간이죠. 무의식 속에 뭐가 있는가 보자. 그럼 니네가 좋아하는 이성으로 보자.”

-이사님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그걸 알 수 있겠습니까.”

-전두환 씨가 사망했습니다. 옛말에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조문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권력이 사라진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조문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삶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대학생 때 전두환이가 광주 학살을 일으켰는데 당시에 일기장을 썼던 기억이 생생해요. 내 표현은 ‘나에게 기관단총이 있으면 저 XX들 쫓아가서 내가 다 쏴 죽일 텐데’였어요.

전씨 죽은 다음에 그 일기가 떠올랐어. 나는 정말로 죽이고 싶었어. 왜냐하면 미친개였기 때문에. 그 미친개를 죽이지 않는 한 더 많은 생명이 희생돼야 한다는 거. 더 많은 사람이 자유가 희생돼야 하기 때문에 그래.

저런 XX가 또 장수(長壽)를 했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지. 그러나 그게 또 인간 세상이지. 결코 전두환이의 삶은 행복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역사 속에서 온 민중의 저주를 받은 놈으로 기억될 겁니다.”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c)마인드포스트.

-용서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용서? 그건 우리가 하는 건 아닙니다. 신(神)이 한다면 동의하겠어요. 인간이 악에 대해 용서를 하는 것이 선(善)이라고 하는 거에 나는 동의가 안 되는 사람이에요. 아버지 죽인 놈을 용서하라고 하는 거면 그건 반이성적이야. 그걸 강요를 해요. 그건 싸구려 예배당 다니는 목사 XX들이 하는 얘기고, 그래서 신이 용서하는 영역이라면 그쪽에서 오케이(OK).

그런데 그걸 나한테 강요해? 그렇게 용서가 되면 역사는 퇴보할 길을 마련해 주는 겁니다. 그것이 용서받지 못한다고 했을 때 비로소 역사는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똑같아요. 정신질환자들을 묶어놓고 때리고 강제로 십 년씩 가둬두는 XX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역사는 퇴보해요.

그런 놈들에게 우리가 용서를 얘기하는 건 그것이야말로 도저히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하나님 같은 소리예요. 그거는 예배당 가서 하란 말이야. 하나님하고 대화하라고. 나한테는 얘기하지 마.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두환이를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이사님이 젊은 시절 꿈꿨던 세계는 아직 현재진행 중입니까.

“그렇죠. 신자유주의가 밀고 들어오면서 세계가 더 나빠졌죠. 그게 너무 속상해. 나는 신자유주의가 그렇게 오랜 시간 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대체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신자유주의 이후에 수많은 철학자들이 맑스를 다시 호출해내고 있습니다. 그건 꼭 맑스를 호출한다기보다는 이 같은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는 결코 옳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의 고민의 대상이 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역사를 길게 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이것도 잘 모르겠지만 뭐 그러나 나아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아진다는 걸 전제로 하지 않으면 현재를 살아내기가 무척 어려워요. 정말 회의론에 빠지고 염세적이 돼야 되는데 결코 인간이 그런 건 아니잖아.

인간은 그것보다는 훨씬 더 소중하고 잴 수 없는 만큼의 가치를 다 가지고 있어요. 나는 인간은 정말로 될 수만 있다면 니체가 말한 것처럼 초인적 삶을 모두가 살 수 있으면 해요. 초인적인 삶을 살 수 없다면 그걸 지향이라도 할 때 살 맛이 나지.”

-하실 말씀이 더.

“<마인드포스트>를 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봐야해요. 난 한참 젊었을 때부터 돌아다니며 그런 얘기를 했어요. 장애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보지 마라. 재수 없으면 네 자식이 장애인이 되고 손주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확률이라는 건, 너는 예외라는 건 없어. 하다하다 보면 우연히 사고 나고 병 걸리고 유전적으로 걸리고, 그걸 알 수 있나? 그럼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인간이지. 완벽한 인간의 기준을 마련해 놓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XX는 다 배제해야 한다? 이런 더러운 세상은 있지도 않았고 있어서도 안 돼요. 인류라는 이름으로 고귀하게 대접을 받아야 되죠.“

그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햇살이 너른 통유리 창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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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2021-12-12 23:18:04
[-정신장애인들이 질환자들이 강력사건은 이 비율은 비정신장애인들보다 높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떤 개XX가 그러냔 말이지. 범죄 데이터를 갖고 얘기하잔 말이지. 보통 이런 얘기를 하는 XX는 데이터가 없이 나 어디서 봤어라는 식으로 얘기한단 말이지. 그런 데이터가 세상천지에 어딨어요. 특정 범죄는 정신질환자가 높다? 그런 황당한 얘기가 어딨나.

일시적으로 몇 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그럴 수 있겠지. 그러나 왜 평균적인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까.” ]

전체 정신질환(장애)자가 아닌 조현병 환자만의 통계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