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집단적 조현병·벙어리” 발언은 장애인 인격권 침해 소송에 '기각'..."정치적 의견 표명 막혀선 안 돼"
法, “집단적 조현병·벙어리” 발언은 장애인 인격권 침해 소송에 '기각'..."정치적 의견 표명 막혀선 안 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15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비하 발언 연루된 의원 6명과 국회의장 상대 청구에 불수용 판단
‘집단적 조현병’ 발언에 정신장애계 인권위 진정…인권위 인정 사례 있어

'집단적 조현병·벙어리'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이들을 징계하지 않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홍기찬 부장판사)는 박 의장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곽상도, 이광제,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 국회의원에 대한 각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비용도 원고인 장애인단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라는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책임 추궁으로 정치적 의견 표명과 자유로운 토론이 막혀서는 안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이들 국회의원들은 의정 활동에서 외눈박이, 집단적 조현병, 정신분열, 절름발이, 벙어리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해 장애계의 반발을 샀다.

원고로 소송을 주도한 조태흥(53) 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장을 비롯한 장애 당사자들은 지난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들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표현에 모멸감을 느꼈고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장애계는 박 의장이 국회에서 장애 비하 발언이 나오는 것에 국회의장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박 의장이 이들 의원들을 상대로 징계권을 행사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 비하 발언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 전 국장 등 장애인 4명은 비하 발언을 한 의원들에게 1인당 100만 원이 위자료도 청구했다.

하지만 박 의장과 전·현직 국회의원 6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열린 4차례이 재판에 의정 활동을 이유로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면도 제때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12월 열린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재판부가 “피고들에게 유·불리한지를 떠나서 좀 더 성의있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이 나서서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보호해주고 권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오늘 그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아 당사자로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정신장애계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31명이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단적 조현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같은 해 7월 이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인권위는 지난 2019년 12월 정치권의 장애인 혐오 표현에 대한 진정에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표현 및 행동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비춰볼 때 ‘꿀 먹은 벙어리’, ‘정신병자’ 등 표현 행위는 장애이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고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를 조장해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