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심리사회적장애인의 복지 서비스 정책, 장애인복지체계에 통합해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심리사회적장애인의 복지 서비스 정책, 장애인복지체계에 통합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9.30 2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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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정신보건연구회, 유엔 CRPD 정부심의 대응 활동 보고
정부는 강제입원 요건 강화했다지만...실질적 변화 없어
자의입원 증가는 동의입원 때문...동의입원은 자의를 가장한 강제입원 유형
입원적합성심사위에 가족, 당사자 참여 보장되지 않고 있어...정부 보고와 상반돼
유엔 위원회 “심리사회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사생활 자유 권리 누려야”
해방정신연구회 연구원들이 지난 8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심의 대응에 직접 참가했다. (c)해방정신보건연구회 제공.
해방정신연구회 연구원들이 지난 8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심의 대응에 직접 참가했다. [사진=해방정신보건연구회 제공]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8월 우리 정부 제2·3차 정부심의에 대해 최종 견해를 내고 심리사회적장애인(정신장애인)이 보편적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서 포함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심리사회적 장애인에 대한 향정신성 약물과 신체적 억압의 사용을 즉각 중단시킬 것도 요청했다.

이번 견해는 지난 8월 24~25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우리 정부의 심의 보고서와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보고서를 병합해 최근 한국정부에 권고한 조치들이다.

◆…해방정신보건연구회 “우리 정부 심의보고서 부실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지난 2006년에 유엔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우리 정부는 2008년 비준했다. 비준된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이 협약위원회에 가입한 당사국은 정기적으로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심의의 참여, 심의를 통한 유엔의 최종견해 권고를 다음 보고서 심의 전까지 이행해야 한다. 가입 2년 이내 1차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후 4~5년마다 정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2011년 1차 보고서를 제출 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해 지난 8월에야 2·3차 병합 보고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비정부기구인 해방정신보건연구회도 제네바 현지에서 위원회에 시민기구의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와중에 정부 보고서가 결함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심의 과정은 정부의 보고서 제출과 시민사회단체 보고 제출이 동시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위원회가 정부 측 답변을 듣고 시민사회단체 보고서를 읽은 후 한국 실정을 파악해 권고문을 낸다.

해방정신보건연구회는 30일 서울 관악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유엔 CRPD 정부심의 대응 활동 보고회’를 가졌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정부가 강제입원의 요건과 절차를 강화해 자유 박탈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자의입원 비율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정부보고서에 대해 “이는 동의입원을 자의적 입원의 한 유형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심의 대응 활동을 보고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심의 대응 활동을 보고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동의입원은 본인의 자유로운 신청에 의해 입원하는 제도이지만 보호의무자가 퇴원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의로 퇴원할 수 없다. 사실상 강제입원 유형이지만 정신건강복지법상 자의입원으로 분류된다.

◆…자의입원 비율 높아진 건 강제입원 편법인 동의입원 때문...자의입원 비율 변동 없어

배 연구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입원 수는 큰 변함이 없지만 순수한 자의입원률 역시 변동이 없음을 알 수 있다”며 “비자의입원 제도로 입원되지 않는 심리사회적장애인들은 동의입원 제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입원되고 있음을 시시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동의입원을 포함해 장애를 이유로 자유를 박탈하는 비자의적 입원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보고서는 비자의입원에 대해 중립적인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를 거치도록 하며 이 위원회에 정신과 전문의, 정신장애인 가족, 회복된 심리사회적장애인, 공무원 등이 참여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해방정신보건연구회는 해당 위원회가 당사자를 대변할 수 있는 가족, 인권 전문가, 정신장애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배 연구원은 “입적심이 비자의입원을 당한 장애인을 구제한 건수는 1.5%에 불과하다”며 “입원환자가 대면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고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보고서는 사회적 안전 측면에서 강제입원 조항 삭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연구회는 “이는 정부가 심리사회적장애인에 대해 갖는 인식”이라며 “정부가 심리사회적장애인을 사회 방위를 위해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병원 및 의료인, 보건당국과 독립적인 상설적 입·퇴원 심사기관을 운영할 것과 심사 과정에서 방어권과 대면진술권, 이의신청권, 정신장애인 옹호자와 장애인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CRPD 제15조 강제적 입원과 치료방식, 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 치료 환경과 관련해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병원 공무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구회는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사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일 뿐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감시와 모니터링을 이행하는 데 용이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심의 대응 활동 과정 설명 장면. (c)마인드포스트.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심의 대응 활동 과정 설명 장면. (c)마인드포스트.

또 격리·강박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위원회에 보고했지만 연구회는 “복지부의 격리·강박지침에 행정적 절차를 구체화하는 개정만 있을 뿐 심리사회적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원은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격리·강박 조치로 인해 심리사회적장애인에게 신체적·정신적 손상이 가해졌음에도 의료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애인권리위원회 “독립적 입·퇴원 심사기관 운영하고 대면진술권 보장해야”

장애인권리위원회는 “격리·강박 요건을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요건과 통일하고 격리·강박 시 의료진이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을 의무 조항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또 폐쇄병동과 격리실을 포함해 인권 기반의 정신의료기관 환경 운영 기준을 확립하고 심리사회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정보접근권, 사생활의 자유, 문화 향유권 등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폐지된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대해서도 연구회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심리사회적장애인이 지역사회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 차별을 합리화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연구회에 따르면 심리사회적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예산은 보건의료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2022년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총 4천402억 원으로 이중 국립정신병원 운영에 1천245억 원, 정신요양시설에 1천60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반면 지역사회 서비스인 정신재활시설에 74억 원,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에는 291억 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주로 보건소가 위탁운영해 지역사회 서비스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회는 밝혔다.

배 연구원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개정됐지만 심리사회적장애인 정책을 다른 장애 유형과 등등한 전달체계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면 심리사회적장애인은 지속적으로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법령 개정에서 더 나아가 복지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전달체계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 심의 대응에 참여한 해방정신보건연구회 연구원들이 제네바 현지에서 유엔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c)해방정신보건연구회 제공.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정부 심의 대응에 참여한 해방정신보건연구회 연구원들이 제네바 현지에서 유엔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해방정신보건연구회 제공]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심리사회적장애인의 복지 서비스 정책을 장애인복지 체계와 통합해 장애 유형에 따른 차별을 해소할 것을 권고했다. 또 심리사회적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예산 중 50%를 지역사회 서비스에 투입하고 복지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확대해 서비스 제공자들을 교육하라고 전했다.

◆…심리사회적장애인 복지서비스, 보편적 장애인복지 체계에 통합해야

이어 “향정신성 약물과 신체 억압 사용을 중단하고 시설에서의 비인간적·굴욕적 대우와 처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채택하라”며 “장애인 단체가 효과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탈시설 과정에 있는 장애인, 지적장애인, 청각장애인, 심리사회적장애인이 개방 노동시장에서 노동 및 고용 및 통합적 노동 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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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효상 2022-10-01 19:58:28
타장애에 비해 제일 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