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에도 사설구급대는 정신장애인을 죄인처럼 구속해 정신병원에 가두고 있다”
“이 순간에도 사설구급대는 정신장애인을 죄인처럼 구속해 정신병원에 가두고 있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9.29 19: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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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인권단체, 정신장애인 사망 수사 촉구 기자회견
사설구급대의 제압 과정서 정신장애인 심정지 사망...장애단체 “철저 수사” 촉구
제도적 폭력 사망에 공권력이 침묵하면 또 유사 사건 발생하고 말아
보호입원에서 당사자 트라우마 겪어...공공 이송 체계 구축해야
보호입원 제도 폐지하고 위기쉼터 설치 등 대안적 수단 강구 필요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건 생존권 빼앗는 것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들은 29일 국회 앞에서 정신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c)마인드포스트.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들은 29일 국회 앞에서 정신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c)마인드포스트.

“우리가 정신병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들이 우리를 사람처럼 대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조호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엠프 소리에 실려 나오는 목소리는 비장했고 그만큼 노여웠다. 국회 앞 도로로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 있었다.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던 30대 남성이 강제 이송을 시도하는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지지 단체들은 20일 용인시 용인동부경찰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당시 경찰서 관계자는 부검 후 사인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는 한 달 뒤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들은 여의도 이룸센터 인근에 천막 분향소를 설치하고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릴레이 일인 시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강제입원 유형인 보호입원과 동의입원의 폐지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이 같은 상황에서 진행됐다.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폭력적 제도와 진압을 묵인한다면, 또 이번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는다면 정신장애인의 사망 사건이 묻히거나 진압한 관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안일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보호입원 폐지와 공공이송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보호입원 폐지와 공공이송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임봉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변호사는 “보호입원은 위험이 발생할 개연성만 있다면 선제적으로 강제입원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정신장애인이) 자기 행동을 통제할 의사 및 행위 능력이 있음에도 추후 자·타해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너무나 쉽게 보호입원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호입원의 이송 시스템도 문제로 제기됐다. 보호의무자가 경찰과 소방관에게 보호입원 후송(이송)을 요청하면 응급입원에 대해서만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한다는 지침이 있어 사실상 국가가 후송 체계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신장애인의 후송은 사설 구급대원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임 변호사는 “당사자는 자신을 후송하러 오는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구급대원들은 이를 제압하기 위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입원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국가와 정신병원이 이익을 얻기 때문”이라며 “국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 책임을 면하게 되는 이익을, 정신의료기관은 정신질환자 한 명을 입원시킬 때마다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매달 일정 수당을 지급받는 이익을 얻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는 보호입원 제도를 폐지하고 위기지원 쉼터 설치와 같은 급성기 정신질환자들에게 덜 침해적이고 유효 적절한 대안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이은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유인선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간사는 “이 순간에도 사설구급대는 죄 없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죄인처럼 구속해 정신병원에 가두고 있다”며 “보호입원 제도의 폐지와 공공이송 체계 구축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권재은 활동가는 “왜 같은 시대를 살면서 누군가는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주권을 침해당해야 하나”라며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은 우리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워 쟁취하는 것이 평등과 자유와 행복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누구든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할 때 자신의 주권을 침해당하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고 전했다.

조호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병원은 환자들이 뛰는 것을 싫어하고 창문을 열고 싶어도 열지 못하는 특수유리로 만들어져 열리지 않는다”며 “담배도 일주일에 2시간만 피울 수 있고 흡연 장소도 환자들이 난동을 부릴 때 가둬놓은 방에서만 피우게 한다”고 비판했다.

여의도 이룸센터 인근에 설치된 분향소. (c)마인드포스트.
여의도 이룸센터 인근에 설치된 분향소. (c)마인드포스트.

조 활동가는 “환자들은 모든 말과 행동이 감시와 제시를 당하고 이에 수치심을 느낀다”며 “병동을 몰래 나갔다가 들키면 처참하게 데리고 들어온다. 그들은 우리를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돈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번에 사망한 당사자도) 그런 병원에 들어가기 싫어서 발버둥친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며 “국회의원들도 그곳에서는 한 달도, 일주일도 못 버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인간은 엄마로부터 태어난 후로 거부할 자격이 있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부를 왜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못하게 하나. 우리가 병원 가는 것조차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것은 생존권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이룸센터로 이동해 천막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국회 앞 일인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신질환자 입원 과정 매뉴얼 구축 및 실행 ▲동의입원과 보호입원 제도 폐지 ▲강제입원 중심이 아닌 정신질환자 위기쉼터 제공 등을 요구안으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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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효상 2022-09-30 19:08:27
사실 예전부터 이런 일 없었겠습니까?
사설 직원도 위험을 통해.... 메뉴얼 기능 작동....

부족하다면 보안해 가는게 수죠

노효상 2022-09-30 11:49:2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