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은 판단능력 없다” 서대문구보건소장 발언, 인권위에 진정됐다
“정신장애인은 판단능력 없다” 서대문구보건소장 발언, 인권위에 진정됐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5.15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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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의집 건물 2층 사용이 ‘집단수용·가혹행위’ 등 불법이라는 서대문구보건소
내과 전문의 박선정 보건소장 “수년 동안 정신질환자 진료”...전공 무시한 발언
서울시의회 복지위원장도 정신장애인 폄하 발언...한정연 사과 촉구 강경 입장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서대문구의회 구정 질의에서 정신장애인을 ‘판단 능력이 없다’고 답변한 박선정 서대문구 보건소장에 대해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구 장애인부모회 김혜미 전 회장은 지난 4일 박 보건소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3월 24일 서대문구의회 본회의에서 구의회 서호성 의원이 “그분들(정신장애인)이 판단 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이라고 확신하는가”라고 질의하자 박 보건소장은 “저는 수년 동안 정신질환자들을 진료했다”고 답했다.

박 보건소장은 또 “보건소에서는 조사권이 없어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하게 됐고 현재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보건소는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도점검을 더욱더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구의회 질의 과정에서 나온 박 보건소장의 발언에 정신장애계는 반발했다.

지난 4월 서대문구에 민원을 넣은 지역주민 A씨는 “고착된 정신질환이 아니라 회복 가능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일정한 순간이나 시기에만 법적으로 정신질환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입원의 필요 없이 지역사회에서 재활을 하는 정신장애인 모두가 판단 능력이 결여됐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 편견을 조장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보건소장은 정신장애와 관련 없는 내과 전문의다.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들의 내과적 문제를 처방한 경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신과 전문의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런 박 보건소장은 구의회에 질의에서 “저는 수년 동안 정신질환자들을 진료했다”고 말했고 정신장애계는 이를 정신질환의 내적 속성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문제의 발단은 정신장애인 정신재활시설인 서대문구 한마음의집을 두고 시작됐다. 서대문구보건소는 지난해 11월 지도점검 차 한마음의집을 방문 조사했고 한마음의집 건물 2층을 미인가시설로 규정했다.

그 2층은 2020년 10월께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이 한마음의집 시설 퇴소 후 갈 곳이 없는 정신장애인들의 거처를 마련해주기 위해 자신의 돈으로 전세 임차한 곳이었다. 5000만 원으로 임차한 최 원장은 2층 사용을 원하는 정신장애인 3명과 그 보호자들의 동의를 받아 정당하게 입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대문구보건소는 이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26조는 공동생활가정을 포함한 정신재활시설을 설치·운영할 경우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동법 72조는 수용 및 가혹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보건소장은 이 두 조항을 인용해 한마음의집 2층 건물 사용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2층은 퇴소자들이 독립된 공간에서 거주하며 사생활을 보장받고자 원하는 지역을 정해 주거한 공간”이라며 “그 증거로 퇴소자들이 계약한 개별임대차 계약서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민원에서 “당신은 정신건강 전문의입니까? 초발 정신질환자도 환자 본인이 입원신청서를 제출하는 자의입원 제도를 통해 치료받고 있는 한국의 정신건강 의료 현실을 알고는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2022년 10월 임용된 서대문구 보건소장은 이런 규정의 변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2020년 사업안내서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고발했다”고 비판했다.

박 보건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의사로서, 보건소장으로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의견을 냈다.

그렇지만 비 정신과 의사인 그가 정신장애인이 ‘판단 능력’이 없다는 시선은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강했다.

서대문구보건소. [사진=연합뉴스]
서대문구보건소.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들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시의회 임시회에서 발생한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운영에 들어간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종합재활시설인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가 공청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환자’들을 집단으로 모아 놓고 무리한 활동을 하면 2차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이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빨리 폐쇄하든지 이와 유사한 센터와 병합해서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신장애인 통합시설에 대한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여의도 국민의힘 서울시당 앞에서 이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없는 상태다. 한정연은 장기적이고 대중적인 시위를 통해 강 위원장의 사과를 받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번 인권위 진정을 한 김 전 회장은 장애인 당사자와 사회복지사 등 시민 974명의 연대서명을 진정서와 함께 제출했다.

한마음의집 측은 “서대문보건소의 고발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과잉 행정”이라며 “보건소는 한마음의집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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