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단상에서 무릎 꿇고 30초간 있었다...“강석주는 정신장애인과 대화에 나서달라”
그는 단상에서 무릎 꿇고 30초간 있었다...“강석주는 정신장애인과 대화에 나서달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5.23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시완 씨, 서울시 정신건강서비스 행사에서 축사하려던 강석주 위원장에 읍소
강 위원장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폐쇄해야”...정신장애계 사과 요구에 ‘침묵’
유시완 씨가 단상에 올라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이한결 경기우리도 이사장 제공]
유시완 씨가 단상에 올라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이한결 경기우리도 이사장 제공]

그가 무릎을 꿇었다.

지난 19일 오후 한 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지역복지자원과 연계한 정신건강서비스 확대사업’ 성과 공유회 행사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유시완(34) 씨가 막 축사를 하려던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을 향해 무대에 올라 큰절을 했다.

그가 블루터치 직원들의 권유로 무대에서 내려오기까지는 채 30초가 되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유씨는 “복지 현장에 오랜 경험이 있는 위원장이 정신장애 당사자단체와 소통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며 “하루빨리 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읍소였다.

이 돌발 행동과 관련된 맥락을 이해하려면 지난 3월로 거슬러가야 한다.

그달 3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시정 질의에서 강석주 보건복지위원장은 정신장애인 지원 기관인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를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통합센터의 전망을 갖고 2022년 4월 개소한 당사자 회복과 사회복귀를 위한 종합재활시설이다.

센터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한 희망아카데미 운영, 취업훈련 과정 운영, 정신질환 특성을 고려한 신규 직종 개발 등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강 위원장은 이 센터를 ‘불필요하고 전문성 없는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시정 질의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의 자문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센터는) 전문성도 부족한 인력들이 모여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또 “본인들이 모르면 정신과 병원이라든가 심리상담치료라든지 이런 분들을 센터하고 연계해서 그들의 자문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는 알지도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신장애계는 반발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강 위원장의 발언이 당사자 중심이 아닌 의료적 관점에 치우친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정연은 “강 위원장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서비스에서조차 정신과 전문의의 개입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정신병동의 개방을 추구하는 선진국은 당사자 자율성을 더욱 보장하고 있는데 강 위원장의 발언은 시대착오적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정신장애 단체들은 성명에 이어 강 위원장 소속 당인 국민의힘 서울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강 위원장은 지금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 위원장은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는 기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기능이 겹치고 전문성도 부족한 인력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정신질환의 종류나 중증도가 다른 ‘환자’들을 집단으로 모아놓고 무리한 활동을 하면 2차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강 위원장의 시정질의 답변에서 “서울시 안에서 주간재활시설 자체가 모자라 대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주간재활과 직업재활에 관련된 역할이 현장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서울시가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운영 필요성을 그 의미에 담았다는 분석이다.

블루터치 직원들이 유시완 씨에게 단상 퇴거를 부탁하고 있다. [이한결 경기우리도 이사장 제공]
블루터치 직원들이 유시완 씨에게 단상 퇴거를 부탁하고 있다. [이한결 경기우리도 이사장 제공]

하지만 강 위원장은 센터를 폐쇄하거나 기능이 유사한 센터와 병합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시에 “앞으로 3개월의 기간을 줄 테니 종합적 진단을 해서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정신장애계가 요청한 사과와 재발 방지, 즉각적 면담 이행,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사회통합 정책의 이행 등의 요구안에는 입을 닫고 있다.

유씨의 단상 위 큰절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가 강 위원장에게 자필 편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블루터치 직원들이 이를 막았다.

그는 <마인드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가 하는 효과성의 지표를 봐 달라고 요청했다”며 “서울시 9만5000여 명의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앞날을 희망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길 간곡히 부탁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위원장이 정신장애인과 대화와 만남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밝혔고 당사자단체와의 대화 및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가 단상에 머문 시간은 30초였다. 강 위원장은 유씨의 요청에 어떤 답도 하지 않은 채 축사를 이어갔다. 그의 축사 마지막 말은 이랬다.

“아무리 좋은 취지와 방향성을 가진 사업이라도 실제 사업의 성패는 기관과 임직원의 ‘전문성’과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연계 노력에 달려있다.”

여전히 ‘전문성’의 강조였다. 그 전문성이 바로 그가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폐쇄를 요구하는 근거가 되는 토대다. 전문가의 의료적 시선이 개입되지 않는 모든 유형의 치유 혹은 치료는 강 위원장에게는 위험천만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개념일 뿐이다.

이날 성과공유회에 참여했던 정신장애 단체 경기우리도 이한결 이사장은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삶을 더이상 서울시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에 있는 인권활동가이자 당사자가 오죽했으면 무릎을 꿇었겠나.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이 답해야 할 차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