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코로나19 감염시 사망률 비정신장애인보다 4배 높아...드러나는 ‘열악한 삶’
조현병 환자, 코로나19 감염시 사망률 비정신장애인보다 4배 높아...드러나는 ‘열악한 삶’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5.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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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예방 접종률 낮고 일반 병동 입원 어려운 의료 시스템
정신질환자, 정신병원 외 대안 없어...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게 해야
코로나19 첫 정신질환자 감염 사망자가 나왔던 청도대남병원.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첫 정신질환자 감염 사망자가 나왔던 청도대남병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2월 20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우리나라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전염병 감염과 폐렴 증상을 보이던 그는 경북 청도군의 정신의료기관 청도대남병원에서 20년 이상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63세의 남성이었다. 사망 당시 그의 몸무게는 47㎏에 불과했다.

이후 이 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 103명 중 10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폐쇄병동은 침대가 아닌 온돌식이었다. 잠들기 전에 매트리스를 깔아 그 위에서 자고 일어나면 한 장소로 치우는 구조였다.

폐쇄병동 공간은 추락 방지를 이유로 창은 열리지 않게 고정돼 있었다. 환기를 통한 공기 정화는 애초에 무리였다. 정신장애인이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을 뒤늦게야 정부는 깨닫고 침대로 전면 교체, 침대 간 이격거리 유지, 병동은 한 곳에 6개 이상의 침대를 놓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들을 분주히 발표하기 시작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집단적 취약성은 이후 대구와 경기 고양 등에서도 대규모 정신질환 환자들의 감염과 사망을 불러왔다.

이들의 죽음은 비단 폐쇄병동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정신과 약물과 그에 따른 육체적 운동의 부족, 과도한 흡연과 커피 섭취 등이 정신장애인의 육체적 건강을 훼손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동했다,

최근 정신질환자들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고 사망률 또한 일반인의 4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특히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환자일수록 사망률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16일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팀은 정신질환 환자가 감염병에 취약한 규모와 정도를 다루고 이에 따른 효율적 공중보건 정책을 제안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트 중 일반인(비정신장애인) 3천961만 명과 정신질환 환자 1천153만 명의 백신 접종률, 코로나19 발생률, 사망률 데이터를 활용해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정신질환은 전체 정신질환과 기분장애, 조현병으로 병명에 따라 나뉘어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은 정신질환자가 일반인 대비 1.71배 높았다. 이어 기분장애 환자는 1.95배, 조현병 환자는 4.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는 일반인에 비해 정신질환 환자는 1.06배, 기분장애 환자 1.03배 높았다. 조현병 환자는 0.92배로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자가 감염병에 취약한 이유로 일반인에 비해 흡연율이 높고 이로 인한 당뇨와 심혈관질환 등 코로나19 중증도를 높이는 유병률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백신 효과나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높은 사망률은 백신 접종률이 절반 수준인 점, 건강상태가 나빠도 입원하기 어려운 의료시스템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교신저자 이혜진 교수는 “조현병 환자에서 예방접종률이 낮은 것은 코로나19 시기 동안 지역사회에서 대면 정신건강 서비스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유행 시 조현병 환자 등 예방접종 취약 대상자에게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1저자인 이동욱 교수는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은 정신병원이나 보호시설에서만 가능하기에 정신질환자를 위한 의료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감염병 세계적 유행같은 위기 상황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응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아시아 정신의학회지(Asi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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