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인가, 절망인가...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5급 공무원의 성추행 사건을 보며
희망인가, 절망인가...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5급 공무원의 성추행 사건을 보며
  • 가비노 김(김근영)
  • 승인 2023.05.1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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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국가공무원 5급 면접시험장, 인사혁신처]
[사진 = 국가공무원 5급 면접시험장, 인사혁신처]

경기도청 간부 공무원이 등굣길 초등학생 4명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건은 간단하다.

5월 19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 범죄수사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찰은 강제추행 혐의로 경기도청 5급 사무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전 9시쯤 자택인 화성시의 한 아파트 주변 길거리에서 등교를 하던 초등학생 B양의 상체 일부를 만지고 달아나는 등 4명을 잇달아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집에 머물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노컷뉴스 등 매체들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정신질환(조현병) 약물을 복용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도 환청 등을 이유로 병가 상태였다고 한다.

<마인드포스트>가 주목하는 지점은 경기도청 5급 사무관이 초등학생 4명을 성추행했는데 "조현병 약물을 복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흔히 등장하는 정신장애 관련 사건사고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5급 사무관이 누구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선발'되는 사람이다. 행정고시라 불리는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을 치르고 합격했거나 최소한 9급 공무원에서 승진을 한 경우일 것이다. 그런 인물이 조현병 약물을 복용해온 조현병 당사자라면 일반적인 정신장애인보다 정신적 기능이 월등히 뛰어난 당사자로 판단된다. A씨는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면서도, 공채 시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대로 풀어냈을 것이다.

아니면 공채 시험을 치를 때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 발현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음해한다고 오해하거나, 피해의식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성추행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공무원이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과연 현장에서 계속 그 직무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금치산자'의 경우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치산자'는 2013년 민법 개정으로 '피성년후견인'으로 법적 용어가 바뀐다. 

혹은 양형과 관련해 가해자가 심신미약으로 면피하기 위해 경찰에 조현병 이력을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허위로 진술하고 나중에 진단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지금도 법적 효력을 갖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마인드포스트>는 A씨가 참으로 조현병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편으로는 당사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조현병 당사자들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표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성추행 가해자이자 범죄자이기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가 허위로 조현병 이력을 꾸며냈다면, 그는 이중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 된다. 초등생을 성추행한 범죄, 그리고 정신장애인을 모욕한 범죄. 사건의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A씨는 정신장애인에게 희망이거나 절망이 될 수 있는 지점에 있는 셈이다.

[사진 = 중부일보 관련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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