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침대에 묶으면서 환자들에게 강박 처리 도와달라던 의료진...인권위 “검찰 고발”
병실 침대에 묶으면서 환자들에게 강박 처리 도와달라던 의료진...인권위 “검찰 고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6.0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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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정 제기에 조사 착수...관리 편의를 위한 강박 시행 드러나
환자 일부는 자신의 입원유형도 몰라...권리 고지 없어 헌법상 인간 존엄 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천의 한 정신병원이 임의로 환자를 격리·강박하고 강박실이 만원이면 병동 침대에 묶는 등 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특히 병원은 침대에 환자를 묶을 때 동료환자들에게 강박을 도와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1일 인권위는 이 병원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고 해당 병원과 관할 보건소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

인권위에 따르면 A병원 입원환자들은 병동 내 휴대전화 소지 금지와 부당한 노동 강요, 보호사 폭언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해 9월과 10월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과정에서 정신과 전문의 지시 없이 격리·강박이 다수 시행됐다는 점을 인지한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직권조사를 실시해 그해 한 해 동안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입원 유형의 적절성 및 격리·강박 조치의 적법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의사 지시 없이 격리·강박된 피해자는 21명이었으며 일부 피해자는 격리실이 아닌 병원 침대에 수시로 몸이 강박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일부는 거의 매일 병실 내 강박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병원장은 의사가 퇴근했거나 환자의 갑작스러운 공격 행동으로 의사 지시를 받을 여유가 없을 때 선 격리 조치하고 후 보고하는 내용의 ‘필요시 처방(Pro re nata·PRN)’을 간호사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격리실이 꽉 차거나 격리실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이 심할 때 병실 내 강박을 시행했다고 진술했다.

환자들의 진술은 달랐다. 인권위 진술에서 이들은 피해 환자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다른 환자의 수면을 방해할 때도 잠들 때까지 병실 침대에 사지 강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일부 서류에서는 의사가 근무하는 낮시간에도 간호사들이 임의로 격리·강박을 시행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환자들은 의무 고지해야 하는 강박 사유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의사능력이 부족한 환자들에 자의입원과 비자의입원에 대한 설명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조사에서 이 병원 입원 유형은 자의입원 12.5%, 동의입원 49.3%, 보호입원(강제입원) 38.2%였다. 하지만 입원 환자 일부는 입원유형을 이해하지 못했고 일부는 퇴원을 요구했지만 퇴원불허사유나 퇴원심사청구권을 고지받지 못한 채 묵살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와 판단 능력이 부족한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이 임의로 입원유형을 처리하고 이 사유를 알리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의료진 중 일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강박 시 같은 병동 환자의 도움을 받았고 병실 강박은 진료기록부에 내용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병원장은 이에 대해 일부 환자가 강박행위를 보조한 것은 사실이나 의료진의 요청이나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30조 및 시행규칙 제51조는 정신병원장이 환자를 격리시키거나 묶을 경우 사유, 병명과 증상, 개시 및 종료 시간, 지시자와 수행자를 진료기록부에 작성해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건복지부 ‘격리강박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은 치료와 보호의 목적이며 환자관리의 편리성, 행동문제에 대한 처벌조치로 시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A병원이 지침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입원 환자에게 개인 병상은 거의 유일한 사생활 공간”이라며 “그 공간에서 사유 고지 없이 수시로 강박되고 그 장면이 같은 방 환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수치심을 넘어 인격권이 훼손되는 정도”라고 밝혔다.

또 “타 환자의 도움을 얻어 환자를 강박했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병실 내 강박은 치료 목적이 아닌 야간시간대 환자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시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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